16평에서 7억 매출, 전직 배우 Z세대 사장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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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7,242 등록일등록일: 2024-01-16본문
친구 따라 피자집을 창업해서 연매출 7억 원을 올리는 20대 청년사장이 있다.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서오릉피자 흑석점>을 운영하는 천태령 사장(29)이다.
배우를 꿈꾸며 연극과 뮤지컬을 했던 천 사장은 <서오릉피자> 본점에서 일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창업까지 하게 됐다.
창업 전에는 장사를 하면 떼돈 버는 줄 알았는데 초창기에는 생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아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22년에는 연 6억5천, 2023년에는 7억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 선정돼 키오스크를 도입, 객단가도 올리고 직원관리 어려움도 해소했다. 가게도 성실히 운영하고, 소득의 90%를 저축할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는 Z세대 청년 사장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
서울이 고향인 천태령 사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꿈이었던 배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연극영화학과로 편입 했다.
대학에 다니며 여러 작품에도 출연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것은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배우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보였다. 그토록 원해서 들어간 연극영화학과였지만 결국 마음을 접었다. 꿈은 언젠가는 깨질 수 있고,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 따라 강남? 친구 따라 피자집 창업에 도전
천 사장은 대학에 다닐 때도, 학교를 졸업해서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배달도 하고, 서빙도 하고, 주방에서도 일했다. <서오릉피자> 본점에서도 1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가 먼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천 사장을 비롯한 여럿 친구들에게 소개를 해줬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서오릉피자> 본점을 양도양수해서 창업을 했다. 그 뒤 다른 친구들도 창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던 천태령 사장도 친구들이 월 매출 1억을 올리는 등 성공하는 것을 보자 관심이 생겼다. 결국 천 사장도 흑석동에 자리를 알아봐 창업을 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라 창업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매장 구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발품을 팔아가며 상권을 분석해 지금의 가게를 얻었다. 중앙대학교병원 앞이고 아파트 단지 상가 내에 있어서 입지는 나쁘지 않았다. 총 창업비용은 1억5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15만 원에 권리금은 공실이라 없었다. 8000만 원은 빌렸고, 나머지는 벌어놓은 돈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2021년 9월에 첫 창업을 시작한다.
◆첫 달 매출 4천만 원...6개월 후부터 오르기 시작
천태령 사장이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것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을 한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픈하고 첫 달 매출은 4천만 원 정도 됐다. 이것저것 다 제외하면 한 달에 목표로 했던 1천만 원을 벌기 힘들었다. 성에 차지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기본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본사에서 제공한 레시피와 매뉴얼을 지키고, 영업시간을 지키고, 매장을 청결히 하고 잠을 줄여가며 매장을 운영하자 6개월 후부터는 매출이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22년 에는 6억5000만 원을, 2023년에는 7억이 조금 안 되는 매출을 올렸다. 이렇게 번 돈으로 창업할 때 빌린 돈을 갚고 있다.
◆재방문율 90%의 일등공신은 ‘직접 만드는 도우’
이처럼 높은 매출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직접 만드는 도우’에 있다. <서오릉피자>는 점주가 매장에서 직접 도우를 만든다. 매일 아침에 반죽을 해서 숙성기에 넣고 1시간 가량 숙성시켜서 만들고 있다.
그렇게 매일매일 만드는 도우로 피자를 제조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고 소화도 잘 된다는 평가다.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알기 때문에 한번 온 고객은 다시 방문을 한다. 재방문율이 90%로 높다.
대표 메뉴는 ‘12첩 콤비네이션피자’이다. 12가지 재료로 올라가는 피자로 라지 사이즈가 2만 원, 레귤러 사이즈가 1만7000원이다. 그 다음으로 잘 나가는 것은 ‘불고기피자’와 ‘포테이토피자’이다.
◆다양한 할인 정책으로 신규·단골 고객 모두 흡수
천 사장이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맛이지만, 본사의 ‘다양한 할인정책’도 잘 이용한다.
<서오릉피자>는 할인이벤트를 많이 한다. 방문포장 시 한판 당 5000원씩 할인을 해준다. 그래서 특히 단체주문이 많다. 10박스를 주문하면 5만 원이 할인되기 때문이다. 배달로 판매하는 것보다 5000원 할인해주고 포장판매를 하는 것이 점주에게는 더 이득이다. 때문에 천 사장도 포장 판매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그밖에도 요일별로 특정 정해진 메뉴를 1000원 씩 할인하고, 매달 5일에는 3000원 할인도 한다. 3000원 할인 시 본사에서 2000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친구들과 정보교환하며 사업에 적용
‘친구들과의 정보 교환’도 높은 매출을 올리는데 일조한다. 현재 천 사장의 친구 10명 정도가 <서오릉피자>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서울 인천권에서 한다. 한 명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 친구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게된 친구들이 잇달아 창업을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친구들과 주로 교환하는 정보는 ‘직원관리 노하우’, ‘원가 절감법’, ‘손님 응대 사례’, ‘식자재마트 이용 팁’, ‘사업자지출카드 사용법’ 등이다. 이러한 정보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실전정보라 경영에 많은 도움을 준다.
천 사장의 친구 중에는 연간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 천 사장 가게의 매출이 친구들 중에 가장 낮다. 그러나 천 사장은 지금의 매출이 적당하다고 본다. 천 사장의 가게는 원가율이 40%, 인건비는 한 달에 700~800만 원 정도 나가고, 순수익이 20% 정도 되는 구조다. 이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천 사장의 계획이다.
◆객단가를 높여준 이것은?
피자가게는 직원들 없이는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직원관리를 잘 해야 한다.
초창기 천 사장은 직원 관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특히 구인난으로 애를 먹었다. 또한 외식업은 문턱이 낮아서 다양한 직원들이 일을 하러 오는데, 그 중에는 안 맞는 사람도 있고 해서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다. 사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직원들의 근무 태도도 달라서 그것 때문에 속도 많이 상했다.
다행히 현재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성실하게 임해주고 있다. 정직원이 2명, 아르바이트생이 1명이다. 16평의 작은 가게지만 직원을 위한 복지 정책도 마련해 놓았다. 한 달에 한 판씩 피자를 제공하고, 매출이 오르면 보너스가 나간다. 휴일이 긴 날은 대체휴일을 하루 더 준다. 개인 사정을 미리 말하면 조기 퇴근도 가능하다.
작년에 천 사장은 직원 한 명을 더 채용했다. 바로 ‘키오스크’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에 선정 돼 키오스크를 들여놨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주문 실수가 줄었고, 무엇보다 객단가가 올라갔다.
천 사장의 매장은 배달이 5천만원 테이크 아웃과 홀 매출이 2천만원 가량인데 키오스크 도입후 홀 객단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아무래도 손님이 직접 주문을 하다보면 쇼핑할 때처럼 이것저것 주문하는 심리가 있어서 객단가가 올라간 것으로 천 사장은 분석한다. 배달 비중이 높아서 홀 응대 때문에 자칫 배달 실수가 생길 수도 있는데 키오스크 덕분에 내점 고객과 테이크아웃 고객의 주문과 결제, 응대에서 해방되다보니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용은 부가세 17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 원래 정부에서 70%를 지원해주고, 자부담금이 30%인데, 이 30%를 동작구청에서 지원해줬다.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에 선정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효과도 만점이라 천 사장은 키오스크 도입에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배우의 꿈을 접고 장사를 하고 있고,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은 20대이지만 정부의 이런 지원을 받으면 더 열심히 사업을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도 든다.
◆놀고 싶은 것 참고, 먹고 싶은 것 참으며 소득의 90% 저축하는 이유
천 사장 가게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22시까지이다. 점심 매출이 30% 정도고 나머지는 저녁 매출이다. 주말보다 평일 오후 매출이 10% 정도 더 높다. 천 사장은 오전에 나와 직원들과 함께 도우를 만들고 오픈 준비를 한다. 그 후 마감 시간까지 가게를 지킨다.
평일에는 대부분 가게에 있지만, 주말에는 가급적 직원들에게 맡기고 쉬는 편이다. 쉼이 있어야 평일에 더욱 일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쉴 때는 주로 운동을 한다. 창업은 체력이 반이므로 틈날 때마다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단련한다.
특별한 취미는 없다. 취미 생활하는 것도 돈이 든다. 천 사장은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 소득의 90%를 저축할 정도로 알뜰하다. 이렇게 돈을 모으는 이유는 하루빨리 ‘내 집’을 마련하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 결혼도 하게 되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
천 사장은 돈 때문에 한 번 꿈을 접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돈 때문에 무엇을 못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지금의 가게를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계속해서 운영해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게 천 사장의 앞으로 목표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청년들의 진로에서 직장생활 못지않게 아르바이트 경험도 중요하다. 아르바이트는 단기적인 소득에도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많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적성과 재능,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 특히 식당의 경우 현장 경험은 창업실패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천태령 사장도 아르바이트에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발견했다.
MZ 사장들은 생계형에 안주하지 않고 식당을 기업형으로 성장시키는 사례가 많다.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처럼 식당 운영 경험을 브랜드 기획사로 발전시키거나 사업경험을 콘텐츠와 결합해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한다.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처럼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도 많고, 만월회처럼 커피숍 운영 경험을 음료 제조업으로 연계하기도 한다.
천태령 사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배우의 꿈을 접고 생계형 피자집을 창업했지만 계속 배우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더 큰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 탄생, 내 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