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치킨! 돌아보는 대한민국 치킨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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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693 등록일등록일: 2015-03-13본문
‘치느님’, ‘치렐루야’. 국내에 치킨 열풍이 불면서 생겨난 신조어들이다. 이제 열풍이라고 부르기 무안할 정도로 치킨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람이 하루에 먹는 치킨이 52만 마리라고 하니 그 양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나아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한국의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2%가 치킨을 꼽아 우리의 전통 음식인 비빔밥, 불고기, 김치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다.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한민국의 치킨은 언제,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통닭으로 시작된 치킨의 인기, 후라이드 치킨으로 잇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이라는 큰 아픔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이에 우리나라는 해결방안으로 공업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경제 호황기를 맞이하게 되고, 자연스레 육류 소비량도 증가하게 되었다. 그 중 저렴한 닭고기의 소비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고, 고소한 맛과 느끼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통닭이 대한민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강타하였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신 노란 봉투 속 통닭은 당시에 큰 인기를 얻었고, 최근 복고 열풍으로 다시 그 열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1971년, ‘해표 식용유’가 출시되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후라이드 치킨의 시대가 열렸다. 여세를 몰아 1977년에 국내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인 ‘림스치킨’이 문을 열었고, ‘롯데리아’, ‘KFC’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생겨나거나 해외에서 국내 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던 후라이드 치킨은 1981년 ‘페리카나’가 출시한 양념치킨으로 한 번 더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본격 성장하게 되었고, 시대를 주름 잡던 인기 스타들이 치킨 광고에 등장하게 된 것도 해당 시기다.
잠잠하던 치킨 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BBQ'
그 후 호프집 형태의 무난한 흐름으로 진행되던 치킨 시장은 레드오션이라는 평가 속에 다소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던 와중, 1996년에 등장한 ‘BBQ’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종합식품기업에서 근무하다 제너시스BBQ를 설립한 윤홍근 대표는 어린 아이와 주부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주 없는 소규모 치킨 전문점을 꿈꿨다. 이제는 레드오션이라 생각했던 치킨 시장에 새로운 블루오션 영역을 구축하였고, 설립 6개월 만에 가맹점 100호점을 넘어, 4년 차에 1000호점 돌파라는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 창업 5주년이 되던 2000년에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을 벤치마킹해 치킨대학을 세우기도 하였다. 치킨대학에는 예비창업자를 위한 연수원과 메뉴개발을 위한 중앙연구소 시설을 마련하여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윤 대표의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BBQ의 비약적인 발전에 치킨 시장은 전반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고, 그 뒤를 이어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각각의 개성을 살린 치킨의 등장
BBQ가 상승세를 타면서 브랜드마다 각각의 개성을 살린 치킨들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BBQ보다 먼저인 1991년에 ‘교촌통닭’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 더 각광받게 된 ‘교촌’이 그러하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아성에 도전한 교촌치킨은 ‘간장치킨’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 치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생소하였던 부위별 메뉴를 선보여 치킨 시장의 다양화에 이바지를 하였다. 이 외에도 치킨에서 살만 분리한 순살 치킨, 숯불에 구워 먹는 바비큐 치킨,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7, 8호)의 저가 치킨 등이 저마다의 고유 아이덴티티를 내세워 치킨 시장의 활력소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또 하나의 서막을 알리다, 오븐구이 치킨
2000년대 후반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 논란으로 잠시 타격을 입은 치킨 업계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굽네치킨’과 ‘돈치킨’ 등의 등장으로 겉은 바삭한 후라이드의 맛을 살리고 속은 부드러운 숯불구이의 맛을 모은 오븐구이 치킨 시대의 서막을 알리게 된 것이다. 굽네치킨의 홍경호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치킨업계의 판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 내 치킨가게 수십여 곳을 돌며 조리방법과 맛, 실내 인테리어, 고객 성향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렇게 오븐구이는 치킨 시장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후발주자인 박의태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돈치킨의 경우 15분으로 정해진 조리시간을 통해 신선한 육즙을 유지하고, 매장 내 철저한 위생교육과 자외선 살균 소독을 통한 운영관리시스템, 의장특허 등록된 유해성분 없는 안심 용기 사용으로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고 있다. 오븐구이 치킨의 정착으로 40년간 고수된 튀기는 조리가 굽는 방법으로 탈바꿈, 기름기를 쫙 뺀 건강의 맛이 퍼지게 되었다. 유행처럼 퍼진 웰빙 열풍은 오븐구이 치킨이라는 영역을 확장시켜 주었고, 자연스레 치킨 시장은 후라이드 치킨, 오븐구이 치킨이라는 양대 산맥을 거느리게 되었다.
오븐구이 치킨의 약진은 분명 치킨 시장에 또 다른 경쟁력을 불어넣어줬지만 과도한 자체 시장 경쟁으로 더딘 성장을 보이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레드오션이라 할 때, 자체적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지난 치킨 역사가 있기에 앞으로의 새 발걸음도 긍정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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