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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방탄소년단 슈가, ‘짐 존스’ 그리고 ‘코로나덕분에’ 논란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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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700 등록일등록일: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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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진행된 브이앱 라이브에서 슈가가 했던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믹스테이프 출시 배경에 대해서 ‘코로나가 가져다준 행운’이라고 한 말이 도마에 올랐다. 슈가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 ‘ 때문에’와 ‘덕분에’ 문법적 논란인가 꼬투리 잡기인가

언론에서는 슈가가 코로나‘때문이’ 아니라 ‘덕분에’라고 말한 것을 꼬투리 잡으면서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잘못된 단어 선택’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 말이 맞다면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아는 사업가는 코로나덕분에 건물을 샀다. 마스크 공장을 하고 있는 사장이다. 올해 초 미세먼지가 없어서 마스크 재고가 쌓이던 터에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져서 혜택을 본 것이다. 그가 원했던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코로나19 혜택을 본 것이다. 그러면 코로나19 때문에 건물을 샀다고 표현해야 하나? 그렇다면 국어 문법에 맞지 않다.


내 경우 코로나‘덕분에’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죽음에서 삶을 다시보자 우리의 일상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다. 코로나‘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덕분’이다. 그렇게 표현해야 문법상 맞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덕분에 남편의 옷장을 싹 정리하고 옷을 다려주며 그동안 못했던 아내 노릇을 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사업적으로 입은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초에 개설해야 했던 교육을 취소해야 했고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기약이 없다. 진행되지 못했던 계약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줄 수 있었고, 코로나 덕분에 몇 년째 못했던 회사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줄어든 반면 코로나19로 시간을 낸 덕분에 책도 한권 집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타격도 크지만 코로나19 덕분에 얻은 것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지만 코로나19 덕분에 글로벌화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슈가의 언어 표현은 아마 이런 의미였을 것이다. 문법상의 단어 사용과 관련된 문제인데 그런 의도를 싹 무시하고 단어 하나로 메뚜기 뒷다리잡고 글을 쓰고 비난한다면 그 것은 또다른 사이버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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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생각해’와 짐존스 논란

반면 슈가의 agust d에 삽입된 곡중에 ‘어떻게 생각해’라는 노래의 이슈는 간단치 않다. 미국 사이비 교주 짐 존스의 연설문이 곡 앞에 삽입됐는데 그 부분은 매우 유감이다.

 
Map of the soul7의 ‘interude: shadow’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역시 슈가가 아니면 누가 이런 곡을’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모로 생각할 것을 많이 던져주는 곡이었다.


슈가의 어거스트디 2집에는 좋은 곡이 많았지만 일부 곡, 특히 대취타와 어떻게 생각해 등 일부 곡들은 가사내용 때문에 매우 거슬렸다. ‘인터루드 쉐도우’나 ‘욱’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었지만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역시 슈가밖에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거친 단어와 욕설이 매우 껄끄러웠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건 어느 뮤지션이나 자신의 개성이 있는데 슈가의 개성은 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래야지만 슈가다운 것처럼.


긍정적으로 보면 정상에 오른 슈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부정적으로 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는데 이제는 해이트들을 무시하는 아량을 갖고 사용하는 단어를 조금 순화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세계 정상에 오른 슈가가 해이트들을 노래로 저격하는 건 스스로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상대할 수준을 넘어섰는데 왜 계속 그 주제를 언급하는가?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의 가사를 보면서 슈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알려줘. 삶이란 고통인지. 신이 있다면 알려줘 삶이란 행복인지. 세상이란 커다란 시스템 그안에 대립과 전쟁이 아니면 서바이벌을 투입해. 거부할 수 없는 삶, 자본은 꿈을 담보로 희망이라는 모르핀을 주입해. 부는 부를 창궐하고 탐을 시험해. 부자는 가난조차 탐해. 탐욕스럽게. 세상은 흑과백 둘만 존재해 끝이 없는 제로섬 게임속 끝은 볼만해. 양극화 세상에서 가장 추한 꽃 진실은 거짓에게 잠식된 지 오래군. ....병든 세상에 병들지 않은 자 되려 돌연변이 취급해. 이상하지 않은가. ....‘

 
'이상하지 않은가'의 가사는 소름이 돋았다. 사회학도 출신인 내가 평생을 살면서 물어온 질문 그 자체였다. 두 손 다 들고 슈가에게 항복했다. 슈가는 그런 뮤지션이다.

 
◆ 납득안되는 사과문,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을까?

방탄소년단의 매력은 이렇게 각자 개성과 강점이 다른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내는 하모니 때문이다. 랩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그래서 거친 말도 거침없이 할 수 있다. 슈가는 그런 래퍼다. 사회 반항적이고 의식있는 랩을 쏟아낼 수 있는 RM과 슈가가 없었다면 방탄소년단이 지금과 같은 색깔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래서 RM과 슈가의 존재는 ‘완전체 방탄소년단’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생각해'라는 곡에 짐 존스의 연설문이 삽입된 것은 매우 아쉽다. ‘짐존스’ 사건에 대한 빅히트의 사과문 역시 전혀 납득이 안된다. 어떤 노래 서두에 누군가의 연설문을 넣을 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검색을 해보지 않는다는 것은 ‘몰랐다’는 해명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 건은 정국의 이태원. 지민의 티셔츠같은, 우발적인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다. 뮤지션의 본질인 ‘곡’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앞 뒤 다 짜르고 단어 하나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나라가 아닌가? 외국에도 방탄소년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안티 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시기하고 질투하는 안티팬들이 있다. 그런 안티들에게 맛있는 먹이감을 던져준 것이며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악마적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일이다. 따라서 발빠르게 사과문을 내놓은 것은 당연하다. 슈가가 아닌 프로듀서가 곡을 다듬는 과정에서 삽입했다면 그 것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이 명확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슈가에게 뭔가 말못할 사연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어떻게 생각해'는 거친 단어와 욕이 섞여있으며 상당히 호전적이다. 슈가가 짐 존스를 찬양하기 위해서 삽입한 것은 아닐 것이고 뭔가를 비판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넣은 건 아닐까? 비판하는 대상이 있는데 그걸 밝힐 수 없는 건 아닐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둘러싼 문제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노래 가사에 나오는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 얹으려고 한 새끼들'이 누구일까? '마지막 선물이 되겠지만 이것 또한 너희들에게는 사치'라는 가사에서 너희들은 누구일까? 왜 마지막 선물일까? 유례없이 거친 단어와 함께 포함된 짐존스의 연설. 사이비 교주 짐존스는 누군가를 상징하는 존재인가?

 
하지만 이런 추론은 모두 개인적인 상상일 뿐이고 유감스러운 이슈지만 이미 터진 일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부정적인 문제를 희석시키려면 더 나은 긍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방탄소년단에게 ‘러브유어셀프’ 다음 캠페인 주제로 ‘love others’ 또는 ' Love your neighbor' 또는 'Let's love all of us'를 권하고 싶다. 이런 캠페인은 나를 넘어서 우리를 향해가며 러브 유어셀프보다 더 따뜻하고 어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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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어른으로 성숙해가는 여정

어른이 되어서도 나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면 세상은 지옥이다. 열정의 시기를 지난 어른들이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이웃을 더 사랑할 때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된다.


세상이 이처럼 살기 힘든 곳이 된 이유는 모두가 자신만 사랑하는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를 내려놓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따뜻해질 것이고 우리가 받는 상처가 줄어들 것이다.


모두가 나의 행복, 나의 자유, 나의 부와 성공, 나의 자존심, 다른 사람 아니고 '나' 그리고 '우리가족' '내자식'만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다리를 타고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 피터지는 경쟁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지 못하거나 오를 조건을 못갖춘 사람들은 상처를 받게 된다.


’나의 못난 모습까지 사랑하자‘는 러브유어셀프 슬로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슬로건을 바꾸자. LOVE OTHERS 캠페인으로 해이트hater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보다 구조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보면 어떨까.

 
슈가가 어떤 친구인가? 데뷔 초기 ‘타투가 아니라 자세를 마음에 새긴다’는 슈가의 말을 듣고 나는 방탄소년단의 팬이 됐다. 얼마전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다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에 가급적 좋은 음악을 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던 뮤지션이 슈가다. 슈가의 진정성과 천재성, 솔직함을 믿고 사랑한다. 사회의 부조리에 날선 시선으로 맞서는 그의 거친 단어를 좋아하던 때도 있었다. 정상의 자리에서 그 허망함을 솔직하게 토해내며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하는 슈가의 외로움에 연민을 느낀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가져도 충만함을 느낄 수 없는 존재이다. 오히려 꿈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더 행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슈가도, RM도 이제 나이가 들고 있다.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너무 높고 영향력이 크다. 소수의 매니아팬을 가진 래퍼가 아니다. 전세계에 걸쳐 나이 어린 팬들도 너무 많다. 이제는 좀더 부드럽고 따뜻한 단어로 세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변하는 세상과 상황을 받아들이며 젊은 열정을 지나 어른이 되면 거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세대가 공감하고 시대를 넘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명곡을 만들 수 있다.


◆톨스토이의 예술론, 사랑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예술을

‘톨스토이’는 유미적, 탐미적 예술, 부자들의 유희로서의 예술을 거부하고 ‘사랑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예술’을 강조했다. '선한 영향력'으로 사랑받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톨스토이의 예술론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개인적인 꿈과 성취 희망 피땀 눈물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은 사막인지 바다인지 혼란스럽고 허망한 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다.

 
이름없던, 가난한 회사 ‘빅히트’는 이제 아미들이 부르는 별명처럼 ‘큰성공’ 회사가 되어서 형들이 고생한 댓가를 동생 그룹인 ‘txt’가 혜택으로 누리고 있다. txt는 좋은 사옥에서 방탄소년단의 후광을 얻으며 데뷔할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방탄소년단이 비판했던 ‘큰회사’의 혜택이 txt에게는 당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 것이 세상의 돌고 도는 이치이다. 슈가와 RM은 그렇고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깨어있는 정신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노래를 통해 토해낸다. 그런 그들에게 톨스토이의 '예술론'이 결합된다면 얼마나 더 멋진 일이 벌어질까?

 
이번 일이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슈가에게 더 좋은 음악을 위한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훗날 짐 존스때문이 아니라 짐 존스덕분에 슈가의 음악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경희. 부자비즈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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