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편의점에서 배우는 고가마케팅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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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6,325 등록일등록일: 2020-06-29본문
편의점 CU에서 판매한 완도전복김태김밥의 가격은 무려 8900원이다. 제주흑돼지비빔밥은 6000원이다. GS25의 유어스황제컵밥은 4500원이다. 컵밥이 4500원이면 분식점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컵밥과 비슷한 가격대다. 전복김밥도 본도시락에서 판매하는 가격수준이다.
편의점 하면 값싼 도시락을 판매하는 곳으로 여기던 소비자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일이다 하지만 판매 실적을 보면 대박이다. GS25에 따르면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급성장세다. 지난 5, 6월 컵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1%나 늘었다. 이중 일반컵밥은 겨우 16.1%가 증가했으나 프리미엄 제품은 5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CU의 경우 89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초도물량이 90%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마진율은 동일해도 고가를 팔면 절대금액이 더 많이 남는다. 가격은 올리고 싶은데 손님의 반발이 두려워서 실행을 못하고 있는가? 편의점의 프리미엄 식품 히트에는 어떤 마케팅 법칙이 숨어있을까? 이 법칙을 알면 여러분도 고가 제품을 출시해서 단계적으로 저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째, 소매수레바퀴이론이다. 신제품이 시장을 뚫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가전략이다. 낮은 가격은 늘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한다. 1. 저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한 후에는 2.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3.그 다음은 서비스이다. 이렇게 가격-품질-서비스로 이어지는 수레바퀴 모양의 현상을 설명한 것이 소매수레바퀴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신생 기업은 사업 초기 시장에 진입할 때 낮은 가격을 통해 시장을 뚫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편의점이 처음 도시락을 출시할 대는 파격적인 가격에 가성비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 시장을 확장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도 이 전략을 좋아한다. 던킨 도넛이나 파리바게뜨가 커피를 정착시킬 때 1000원 커피 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퍼부은 것이 그 사례이다. 어느 정도 정착이 된 후에는 던킨도, 파리바게뜨도 일반적인 가격대에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굽네치킨도 ‘창업투자비 파괴’라는 소매수레바퀴 이론을 활용해서 한국 대표 치킨 브랜드로 성장했다. 파파이스 출신의 청년창업자가 단돈 5백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굽네 치킨이다. 친구가 운영하던, 장사가 잘 안되던 치킨가게를 건강지향적인 오븐치킨으로 전환시켜 성공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는 간판만 바꿔서 사업을 하게 해준다고 해서 ‘판갈이’프랜차이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건강을 내세운 상품전략과 지속적인 제품 혁신 및 마케팅 투자를 통해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공했다.
둘째, 선택 다양성 전략이다. 상품이나 사업이 시장에 처음 진입해서 자리를 잡을 때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상품이나 가격 디자인 등에서 명확한 컨셉과 특성이 있어야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자리를 잡고 브랜드에 힘이 붙으면 ‘믿고 사는 00’이 되면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게 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고객은 ‘믿고 사는 00’에서 편의를 추구하기 위해서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선택다양성을 높여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것은 품목 확대다. 요가복 대표브랜드 젝시믹스가 여성요가복에서 남성 애슐레저 패션으로 확장한 것, 스타벅스가 커피에서 출발해 샐러드 와인까지 판매하는 것, 본죽이 죽에서 비빔밥 탕까지 상품을 확장한 것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또다른 방법은 가격 차등화이다. 저가로 시장에 진입해 자리를 잡으면 그 때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고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획일적인 가격인상과 달리 고객의 선택 다양성을 높여주므로 저항이 약하다. 저가 음식점들이 인건비가 오르면서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획일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법은 고객 반발을 부르므로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만족도를 높인 고가 제품을 새로 출시해서 점차적으로 그 메뉴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면 고객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 팔리기 시작하면 매출이 오르고 이익도 높아진다. 동일한 마진율이라도 고가 제품에서 남기는 절대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매스티지의 힘이다. 매스티지란 명품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명품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가진 제품이나 브랜드를 말한다. 비싼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안돼서 더 싼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일단 비싼 것에 길들여져셔 만족을 느낀 사람은 자신이 지출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려는 심리가 생긴다.
1900년대만 해도 200원짜리 종이 커피에 익숙하던 사람들이 스타벅스 등장이후 2천~4천원하는 커피를 마시게 된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전업 주부가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전업주부는 물론 싱글족들도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값싼 사료를 먹이다가 프리미엄급 수제 사료를 주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도 매스티지 법칙에 기인한다.
더 좋은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낮은 것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자신의 경제력 한도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려고 한다.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젊은 층들 사이에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는 약간 무리를 해서도 고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매스티지 제품에 대한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이 세 가지 법칙은 단순해 보이지만 무수히 많은 상품과 사업들이 이 방법을 활용해서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창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시점에 지혜롭게 전략을 전환해서 매출과 이익을 높여보자.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창업.프랜차이즈, 사업전략 컨설턴트. [저서]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CEO의탄생’, ‘내사업을 한다는 것’ '탈샐러리맨 유망사업' '베스트창업아이템100' 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에서 '부자비즈'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