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에 부는 맛집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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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979 등록일등록일: 2019-0819본문
경기도 분당야탑동에 음식점 거리 입구에 있는 에이펙스. 수제맥주 브로이인 이곳은 오후에 영업을 시작하면 남성 보다 여성 고객들이 먼저 자리를 채운다.
◆ 맛집보다 더 맛집같은 수제맥주브로이 카페 ‘에이펙스’
일반적인 맥주전문점 피크타임에는 고객들로 가득하다. 재밌는 것은 인근 고객들의 재방문을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비결은 맛집 전략에 있다. 에이펙스에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다 더 가성비있는 피자가 1만2천~1만3천원대이다. 공짜 피자 수준의 얇은 또띠야 피자를 1만원대에 제공하는 기존 음식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1만5천원대인 하몽루꼴라 피자의 경우 저절로 카메라를 열게 만들 정도로 루꼴라양이 많다.
서울 강남에서는 3만~4만원대 전후로 즐겨야 하는 ‘멘보샤’도 에이펙스에서는 1만3천원이다.
맛은 고급식당 못지않다. 이 곳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학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학센과는 외양부터 달라서 역시 카메라를 열게 만든다. 독일이나 호텔, 백화점 호프집에서 보던 학센이 아니라 한국식으로 잘구운 한국식 족발을 연상시키는 카라멜색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을 실감케한다.
에이펙스는 기존에 메뉴나 안주가 부실하던 수제맥주와 달리 요리와 맛집을 내세운 수제브로이다. 대형 브로이에서 기대할 수 있던 수준의 음식이 제공되므로 요즘처럼 1차에서 자리를 끝내려고 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잘 맞는다.
◆ 새로운 맛집 내세운 프래차이즈 죽전문점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 맛집 바람이 불고 있다. 흔히 맛집이나 부띠크샵이라고 하면 오리지낼리티가 강한 개인 점포에 어울리는 단어였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거나 오래된 원조 맛집어거나 이 두 가지중 어느 한 조건이 아니라면 개인 사업자가 정성과 혼을 담아서 요리를 해야 맛집 대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간편’과 ‘편리’를 위해 맛을 조금씩 양보하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의 속성은 맛집 전략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맛집’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에이펙스의 경우도 2년여의 준비 끝에 탄생한 브랜드로 ‘맛집’과 ‘프랜차이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전략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맛과 가성비를 제공하면 고객은 다시 방문하게 돼있다는 외식업의 성공 공식이 에이펙스의 전략인 셈이다.
잘 알려진 브랜드 중에서는 ‘본죽’이 맛집 전략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최근 본죽은 슬로건조차 ‘새로운 맛집’으로 변경했다. 프랜차이즈 죽집이 아니라 맛집 죽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프리미엄 죽과 밥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치즈불닭죽의 경우 풍성한 치즈토핑이 흡사 젊은이들이 찾는 맛집을 연상케 한다. ‘새로운 맛집’이라는 슬로건답게 2만3천원대인 홍제올린죽(특)이나 1만2천원대인 로스트머쉬룸불고기죽은 카메라부터 열게 만드는 비쥬얼이 특징이다.
◆ 원재료 및 조리 차별화로 맛집 이미지 강화
토핑전략은 아니지만 역시 죽전문점인 ‘죽이야기’의 경우 조리 방법에서 맛집 전략을 고수하는 사례이다.
가맹점주나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죽메이드’ 기구를 이용해서 죽을 젓는 브랜드와 달리 ‘죽이야기’는 사람이 직접 죽을 젓는 수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사람이 젓는 죽과 메이드를 이용하는 것에는 확실한 맛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료 역시 맛집 스타일을 고수한다. 전남완도산 전복을 사용해 내장빛이 푸르스름한 전복죽이나 국내산 한우로 만드는 야채쇠고기죽은 ‘맛’에 대한 고집으로 원재료원칙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맛깔참죽 역시 진짜완도산전복과 쌀눈이 살아있는 쌀 등을 강조하면서 좋은 원재료 사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
‘바라는죽’의 경우 죽은 물론 밥 맛집이기도 하다. 이 곳의 연어샐러드덮밥은 죽전문점의 구색 맞추기형 덮밥이 아니라 부티크형 덮밥집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제공된다. 바라는 죽이 덮밥에 신경쓰는 것 역시 맛집으로 인식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죽전문점들이 ‘맛집’ 전략에 치중하는 이유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죽과 매장에서 먹는 죽의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MMR 홍수 속에서 오프라인 점포가 살아남는 길은 ‘맛집’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죽은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일상식으로 즐기기보다는 몸이 아프거나 위나 장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아픈 사람에게 병문안을 할 때 등 구매목적이 명확한 경우가 많아서 ‘전문점’ 이미지를 강화해야 하는데 전문성은 맛집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이다.
◆ 유명 맛집과 제휴하는 컬래버레이션 전략도 인기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맛집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종로의 한 프랜차이즈 감자탕 매장의 경우 가맹본사의 승인 하에 유명 해천당 브랜드와 손잡고 여름 보양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메뉴가 8만5천원대이고 비싼 것은 12만원대이다.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지만 대형 문어와 푸짐한 해물은 재구매를 부르고 한 여름 보양 고객몰이에 한 몫하고 있다.
지역 맛집과 손잡고 맛집 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다. 떡볶이 소스 개발로 편의점 등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는 식품벤처기업 산돌식품과 춘천의 유명 지역 맛집인 꼬마김밥이 만나서 ‘33떡볶이’라는 브렌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함께 사업을 하는 춘천 맛집의 장아연 사장이 직접 메뉴 개발 이사와 슈퍼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가맹점들이 본점의 ‘맛집’레시피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밥맛이 규정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밥 한통을 다 버리게 한 경우도 있는 등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식재료의 종류, 조리 방법 등을 엄격하고 관리하고 있다.
한식전문점의 경우 다른 음식에 비해서 유달리 맛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한촌설렁탕’ ‘곰작골나주곰탕’ ‘이화수육개장’ 등 탕요리 전문점들은 인테리어부터 전체적으로 맛집 분위기를 내는데 주력한다. ‘곰작골나주곰탕’의 경우 일반 프랜차이즈에서 하기 힘든 방법으로 진짜 육수를 만들어서 가맹점에 공급하는데 이는 프랜차이즈 이미지보다 맛집 이미지를 더 지키기 위해서이다.
◆ ‘운영의 편리함’‘맛집’ 두 마리 토끼 잡는 프랜차이즈가 승리
프랜차이즈 외식의 경우 희소성 보다 대중성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다 점포를 출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부티크음식점에 비해서 맛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효율과 편리를 더 원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HMR 제품의 수준이 웬만한 대중 음식점 뺨칠 정도로 향상되고 전국적인 맛집 음식을 새벽 배송이나 당일 배송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오프라인’ 음식점들의 생존 전략에 ‘맛집 전략’은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매장 선택할 때 ‘편의’와 ‘스토리’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일상적인 소비에서는 ‘편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특별한 소비에서는 ‘스토리’를 따진다. ‘맛집’은 외식업의 중요한 ‘스토리’중 하나이다. 개인 점포라면 ‘편의’를 희생하더라도 맛집 스토리를 만드는 고민을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라면 ‘운영의 편리’와 ‘맛집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브랜드가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원재료 선택, 푸드스타일링, 조리 방법, 가격 전략에 신경을 써야 한다.
외식업에서는 대세가 맛집이다보니 최근에는 맛집에서 프랜차이즈로 진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맛집을 선호하는 것못지않게 창업자들도 맛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 망고쥬스 맛집 ‘할로비치’는 서울 가로수길에서 팝업샵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맛집’ 브랜드로 현대백화점에 입점을 하기도 했다. 청년창업자가 운영하는 할로비치의 경우 망고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망고 쉑쥬스로 유명하다.
□글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 트렌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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