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능시험이 끝났다. 그동안 고3 수험생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했을 것이다. 필자도 고3 시절 내내 소화불량으로 시달리며 야간학습도 못하고 일찍 하교했던 기억이 있다.
거의 6개월간 죽만 먹고 지냈는데 신기하게도 학력고사를 친 그날 저녁에 자장면을 실컷 먹었는데 배탈이 나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도 소화에 문제가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소화불량의 원인이 마음, 즉 불안과 두려움이었음을. 창업자들의 마음 상태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안과 두려움이다.
유명한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원인이 욕망이라고 했다. 지위와 부에 대한 욕망은 가장 강한 욕망인데 사람들은 부유하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사랑결핍, 속물근성, 능력주의, 불확실성, 기대 등이 불안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고 말했는데 창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도 그것이다.
창업컨설팅을 하면서 “이건 정말 돈 되겠다 싶은 아이템이 많을 텐데 왜 창업을 안 하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럴 때면 “컨설팅도 창업인데 뭘 또 해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런데 왜 없겠는가.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이 둥둥 눈앞에 떠다니는 것처럼 대박 날 것 같은 아이템들이 수시로 눈앞을 둥둥 떠다닌다. 사실이다.
그런데 무엇을 주저하는가. 나 자신이 두렵기 때문에 선뜻 손을 못 댄다. 대부분의 사장들이 채용을 할 때 능력 있는 사람보다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능력 있고 이기적인 직원은 당장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창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열정이 있기 때문에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고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자영업 창업의 경우 요즘 들어서는 창업환경이 악화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규모 사업이니까 대충 투자해서 운영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열정’과 능력’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물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또한 오랫동안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열정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열정은 일정하지가 않다.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
수많은 창업자들이 오늘 열정에 불타 오르다가 내일 모레 매출이 안 오르면 쉽게 의기소침해지고 자포자기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능력은 검증된 열정이다. 변덕이 아닌, 꾸준한 열정의 산물이다.
불안하고 두려울 때는 능력을 쌓아야 한다. 능력이 창업자를 자유케 해줄 수 있다.
물론 이 능력은 매우 다차원적이다. 음식점이라면 조리에 대한 능력, 좋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골라내는 안목, 서비스 능력, 리더십, 끊임없이 학습하는 능력 등등.
아무리 작은 점포라도 생각보다 공부하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친절이라는 단어가 평생 싸워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내게 필요한 능력을 분석한 후 하나하나 갖춰 나가는 일, 그것이 창업의 불안, 두려움과 싸워서 이기는 길이다. 그래서 불안과 두려움의 방패가 열정이고, 열정이 출발점이라면 능력은 결승점이다.
이코노믹리뷰 중에서...
이경희 소장 (한국창업전략연구소, www.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