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보다 낫다!’ 기술창업 도전하는 청년사장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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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781 등록일등록일: 2024-05-21본문
대한민국의 의대 열풍은 여전하지만 앞으로 의사보다 각광받는 창업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기술창업이다. 기술직은 베이붐 세대의 은퇴로 숙련공이 부족해져서 벌이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 진학 대신 기술직을 택하는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직 선호 동향을 전하면서 기술직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공구벨트세대’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의사, 변호사보다 용접공 배관공같은 기술직에 도전한다. 대학 진학 대신 기술직을 택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화이트 컬러 업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치솟는 등록금과 상환부담, 대졸자의 처우나 취업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배나 목수, 배관공, 세차 같은 기술직 창업 도전이 늘어날 전망이다. 숙련된 고령자의 은퇴로 기술직은 갈수록 귀해질 전망이다.
고학력 퇴직자들도 요즘은 기술직이나 기술창업에 도전해 2막 인생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원가율, 구인난과 인건비부담, 각종 수수료 등으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외식업 등과 달리 기술창업은 매출에서 순수익률이 50~80%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적게 벌어도 남는게 많다는 게 장점이다.
◆목수, 도배사, 페인트공에 빠진 MZ세대들
책상에 앉아 일하는 대신 망치와 톱을 들고 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목수, 도배사 등의 기술직은 요즘 20대 청년들이 선호하는 상위에 링크 되어 있는 직업들이다. 청년들이 기술직을 선택하는 이유는 땀흘리는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정직함 때문이다.
2030대 청년 목수로 구성된 시공팀인 <목수수첩>의 막내 목수는 서울대 출신 장윤해 씨(31)이다. 장 씨는 2012년 수학능력시험에서 4개 밖에 틀리지 않았다. 의대에 들어갈 수도 있는 성적이었으나 자유전공으로 서울대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교 공부보다는 다른 일들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장 씨가 택한 것은 목수였다. 자신의 집의 리모델링을 직접하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
장 씨가 생각하는 목수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장 씨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벽을 만들고, 천장을 만들고, 가구를 만들고, 구조물을 만드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일당 15만 원을 받는 7개월 차 초보 목수가 생각하는 목수로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목수는 단순히 몸으로만 하는 일이 아니다. 머리를 써야 하고 정신력도 필요하고, 사람이 사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니만큼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또한 인성이 갖춰져야 한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겸손과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또한 중요한 점은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기술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책임감, 인성, 기술을 갖췄을 때 진정한 목수로 성공할 수 있다.
◆명문대 출신 여성 도매사
학사출신 여성 도매사들도 있다. 32세의 배윤슬 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2년 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사표를 내고 도배 기술을 익혀 2019년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배 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이 조직내의 부품처럼 느껴졌다. 기술이 있으면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도배사를 선택했다.
물론 도배사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일의 강도가 높고 체력적으로 힘들고, 장기 출장도 많다. 그러나 누군가 살아가게 될 공간을 만드는 일이고, 노력과 실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정직한 노동이라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도배사이자 유튜버인 30세 김스튜도 여성 도배사이다. 김스튜는 대학을 수석졸업한 뒤 다양한 일을 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선택한 것이 도배사이다.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가장 보람도 있고 재밌었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프리랜서라 수입이 일정치는 않지만, 월평균 400~500만 원 정도를 번다.
페인트공을 택한 청년들도 있다. 아이돌 출신 가수 오지민 씨(30)는 2년 차 페인트공이다. 연예계 생활을 그만둔 뒤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페인트공 일을 시작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낮은 임금과 비효율적인 시스템 때문에 힘들었지만, 페인트공은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구조라 보람도 있다. 오지민 씨는 현재 일당 18만 원을 받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세차장 사장님으로 변신
기술직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기술 하나로 창업해 성공한 사장님들도 많다.
부산에서 <ABC스팀세차>를 운영하는 정윤정 대표(44)는 18년 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다. 프리랜서로 신부화장도 하고, 메이크업 샵을 창업해 운영한 적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웨딩과 행사,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평생 천직이라 여겼던 직업을 강제적으로 그만두게 됐다.
방황하던 정윤정 대표가 택한 것은 자동차 세차였다. 남편이 하는 세차일을 돕다가 시작하게 됐는데 하다보니 적성에 맞았다. 무엇보다 자동차 시장은 망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세차를 하는 곳은 많았다. 경쟁력이 있어야 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세차’로 콘셉트를 잡았다. 정 대표는 스팀세차로 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량의 오폐수 없이 차 한 대당 1리터 정도의 물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연구 개발한 친환경 세제의 사용으로 아토피 자녀를 둔 부모들을 고객으로 유입시켰다. 나아가 외부 세차 뿐만 아니라 카시트까지 깨끗하게 해주는 서비스로 내부 세차 잘하는 곳이라고 소문이 났다.
정윤정 대표의 사례처럼 기술 창업으로 성공하려면 우리 회사만의 독보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 정윤정 대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차 기술에 ‘친환경’이라는 콘셉트를 녹여 성공시켰다. 더불어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긍정적인 마인드도 정윤정 대표가 재창업에 성공한 빼놓을 수 없는 비결이다.
◆노숙자에서 기술 하나로 90억 매출 회사 사장으로 우뚝
역시 세차기술로 인생역전을 한 사례도 있다. <카앤피플>의 양영제의 대표(48)이다.
양영제 대표는 4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 대표였으나 벤처붐이 꺼지면서 문을 닫았다. 사업에 실패한 뒤 수억 원의 빚을 지고 몇 개월 간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양 대표를 일으켜 세운 것은 세차 기술이었다. 세차장 하나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양 대표의 세차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양 대표는 세차도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표준화 했고, ‘세차도 배달을 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출장 세차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친환경 세차 용제의 사용으로 자연친화적인 세차서비스를 시도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을 한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카앤피플>의 가맹점은 현재 300개가 넘고, 2023년에는 9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양영제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세차와 IT 기술을 접목시키며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준비 중이다.
◆운영하던 카페 배관 뚫다가 배관사업에 뛰어들어 연매출 150억 원
사업의 아이디어는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경우도 많다. 카페를 운영하다가 배관이 자주 막히는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배관케어 사업을 시작한 청년 사장이 있다. <청년배관케어>의 백승우 대표(39)이다.
백승우 대표는 배관서비스에 고급장비를 도입해 과학적인 전문성을 강화했다. 병원에서 위내시경과 CT 촬영을 하는 것처럼 장비를 활용해서 배관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진단을 통해 원인을 해결해준다. 악취 제거를 할 때도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비로 배관을 꼼꼼하게 조사한 뒤 미생물을 활용해 케어를 하고 있다.
백 대표는 배관 서비스 전망을 밝게 본다. 음식 찌꺼기를 변기에 버리는 경우도 많고, 노후 건물의 배관 문제도 많고, 부실 공사로 인핸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백승우 대표는 배관기술도 3D 서비스가 아니라, 과학적이고 전문화된 기술 직종이라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을 해야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수익을 계속해서 재투자를 하고 있다.
◆무점포 기술 사업으로 워라밸 이룬 사장들
창업을 할 때 부담스러운 것 중에 하나는 점포구입비와 하루종일 가게에 매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포 없이도 기술 하나로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무점포 기술 창업이 그것이다.
출장세차와 함께 요즘 뜨고 있는 무점포 사업이 실내 환경 정화 서비스이다.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실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내 환경 정화사업 브랜드인 <반딧불이>는 점포 없이 차 한 대와 장비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1인 무점포 창업에서 중요한 성공 비결은 영업력이다. 매장이 없기 때문에 고객을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경기도 고양에서 <반딧불이>를 6년째 운영하는 장영신 사장(42)은 단골 고객이 많기로 유명하다. 고객과 대화를 많이 하고 정보를 제공해준다. 어떤 원리로 유해물질이 제거되는지, 친환경 가구를 고르는 법 등을 알려준다. 평소 공부를 많이 한 뒤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이 장영신 사장의 고객 확보 비결이다.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 중에는 새집증후군, 새차증후군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중한 내 집, 내 차에 흠집이가는 것을 좋아할 고객은 없다. 때문에 더욱 세심하고 마음을 다해 시공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반딧불이>를 운영하는 인성진 사장(44)도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고객을 끌어모으로 있다. 사람 만나고 상대하는 것을 좋아해 영업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인 사장이 10년 넘게 <반딧불이>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1인 서비스업이다보니 고정 비용 지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임대료나 인건비도 나가지 않으므로 내가 절약을 하면 월 500만 원 이상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워라밸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변호사는 물론이고 의사, 회계사, 세무사, 기자, 교수,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 인공지능은 전문적인 화이트컬러 업무를 상당수 대체할 전망이다. 하지만 숙련된 경험과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 배관이나 페인팅, 도배, 차량정비, 고압세척, 보일러, 타일공, 철거, 용접, 목공예, 조경, 전기, 차량이나 기기 정비 및 수리, 미용 분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숙련된 기능공들의 고령화로 전문인력 찾기가 어려워져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원재료 및 인건비, 마케팅 및 수수료 인상으로 외식업의 순수익률이 20%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다. 세후 순수익률이 10% 안팎인 경우도 있다. 도.소매업 역시 온라인 쇼핑몰의 발달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비해 기술이나 기능에 기반한 창업은 갈수록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고 지출비용도 적어 매출의 50~80%가 순수익인 경우도 많다. 요즘은 SNS 인터넷의 발달로 손쉽게 사업을 홍보할 수 있어서 기술직 창업 여건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사업을 한다는 것><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