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피아노학원 투자로 화려한 인생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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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129 등록일등록일: 2016-06-21본문
학업 대신 선택한 딸의 '피아노리브레' 창업에 자금·경영 지원 성공…본인 가맹점도 개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는 695만여 명에 이른다. 2차 베이버부머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올해부터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됐다고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50대 중반이 넘어서까지 조직에서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50대 베이비붐 세대들 중 상당수는 50대 중반에 조직을 떠나 재취업은 안되고 창업하기는 두렵다는 생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베이비부머 출신 김정국 씨(60)는 행운아다. 자신의 매장을 창업했을뿐 아니라 자녀가 사장인 회사의 임원으로 20대 청춘 못지않게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2막 인생은 가족과 함께 시작됐다. 딸의 꿈을 후원하고 밀어준 것이 김정국씨의 멋진 2막 설계의 시작이었다.
현재 김씨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성인 피아노 전문학원 ‘피아노리브레’의 가맹점주이자 피아노리브레 가맹본부의 임원이기도 하다. 성인 피아노학원 프랜차이즈 ‘피아노리브레’의 CEO는 바로 김 씨의 장녀이다.
유학을 고민하던 딸이 갑자기 외국행을 포기하고 성인 피아노학원을 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아노학원이 생소하기도 했고, 자식이기는 했지만 김씨 본인에게도 소중한 퇴직금을 성공이 불투명한 사업에 빌려주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야무지고 열정이 많던 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각종 피아노 콩쿠르에서 수상을 하며 정통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를 꿈꾸던 딸이 유학도 포기하고 결정한 사업이라면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음대생들은 취업이 매우 힘듭니다. 취업을 해도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박봉에 시달려야 하고요. 외국 유학을 갔다 와도 대학에서 자리를 못 잡으면 처지가 비슷합니다.
우리 딸이 ‘자신을 포함해 그런 음대생들에게 정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성인들이 피아노를 통해 음악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 사회도 정말 좋아질 거예요’라고 말하는데, 아버지로서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겠습니까?”
김정국씨의 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2011년, 2012년 당시 청년 일자리와 창업에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비록 딸의 일이지만 ‘내 퇴직금으로 우리 딸도 돕고 대한민국 청년 창업자들에게 희망도 줄 수 있다면 설령 퇴직금을 잃어도 어른으로서 자녀에, 그리고 사회에 책임은 다한 것이다’라는 사명감을 느끼니 더 이상 망설여지지 않았다. 이런 결정에는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평소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온 자신의 좌우명도 한몫 했다.
딸의 열정에서 시작한 사업, 이젠 온가족 사업으로 발전
그렇게 2012년 3월 강남역에 피아노리브레 1호점이 문을 열었다. 132㎡(40평) 규모에 2억원 이상 투자가 됐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강남역점은 개설 이후 지금까지 2500만원 안팎의 월 평균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순수익이 1000만원대다.
피아노 전공자로서 오랜 강사 경험을 가진 김 씨의 장녀 김의영씨는 누구보다 강사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지금도 ‘강사들의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것’을 사업의 첫 번째 목적으로 꼽을 만큼 강사들에 대한 배려가 깊다.
또 평소에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1호점은 취미를 공유하는 젊은층들의 독특한 동아리문화를 형성하며 초스피드로 자리 잡았다. 이듬해인 2013년 종로센터를 직영점으로 열고, 2014년 건대 직영점이 개설됐다.
그 사이 구로와 신촌에 가맹점도 생겼다. 20대였던 자녀를 위해 이사 직책을 맡아서 경영을 돕던 김정국씨는 점포들이 하나 하나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본인도 여의도센터를 열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투자해 점주가 됐다.
김정국씨는 여의도센터에 2억 5000만원을 투자해 165㎡(50평) 규모의 학원을 열었고, 현재 총 투자비 대비 월 3~4%대의 수익을 얻고 있다. 계절과 월에 따라 매출의 편차가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고 투자형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업종으로는 이만한 사업이 없다는 게 김정국씨의 판단이다.
사업이 커지면서 김씨의 아내까지 사업에 합류해서 돕고 있다. 지난해 강남 직영점 아래층에 피아노카페를 열었던 것이다.
성인 피아노학원의 성공비결이 뭐냐고 묻자 김정국 씨는 피아노리브레의 우수한 악보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찾았다.
“흔히 성인 피아노학원이라고 하면 ‘그거 특이하네, 나도 해보면 되겠네’라며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전공자이거나 피아노학원 운영 경험자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피아노를 접해본 적이 없는 성인들은 어린이들보다 오히려 피아노를 배우는 속도가 느립니다.
그런 초보자들이 원하는 곡을 손쉽게 연주할 수 있게 해주려면 쉬운 연주가 가능하도록 편곡된 ‘악보은행’이 꼭 필요하죠. 피아노리브레는 지금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5000곡 이상의 음악을 손쉬운 피아노연주용으로 편곡해 뒀고 지금도 신곡들을 빠르게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리브레는 클래식, 가요, 팝, 재즈 등 음악 장르별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곡 5000개 이상을 피아노연주용으로 편곡하는데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초보자 위한 악보 확보, IT접목, 강사·수강생 최적관리 등 성공비결
김정국 씨가 꼽는 두 번째 성공비결은 운영 시스템이다.
성인 피아노학원 피아노리브레의 경우, 피아노학원장이 있으면 피아노 전공자가 센터장을 맡아서 전체 경영을 책임지고, 그 밑에 피아노 교사가 원생들에게 교습한다. 원생 개인별로 좋아하는 음악, 그 동안 연주했던 음악 등이 다르고 개인별 수준차도 심하다. 또 등록기간 관리, 연습실 운영관리, 교습 관리 등 운영 관리에도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이 모든 것을 IT솔루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벤처기업에 근무하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세 번째 비결은 시설 경쟁력이다. 성인 피아노학원은 시설이 중요하다. 교습실 간에 방음이 완벽해야 하고, 피아노가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교습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 조절 역시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김정국 씨는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대기업 건설회사에 오래 근무했다. 또 중견 건설업체에서는 경영자로 일했다. 그 경력을 살려 현재 피아노리브레의 점포 개발자이자 인테리어 부문 책임자로서 최적의 피아노 연주환경을 구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네 번째 비결은 강사 관리. 교육의 질은 강사들의 책임감 및 교습능력과 직결된다. 김정국 씨는 여의도에 있는 매장에 격주 1회 정도 방문하고 가맹본부의 지원을 받아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너무 관여를 안 해도 문제이고, 지나치게 세밀한 관리를 해도 직원들의 동기 유발이 떨어지므로 관리의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다섯 번째 비결은 수강생 관리다. 가맹본부에서는 수강생들이 취미생활에 대한 동기유발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 운영한다. 가령, 한강변 연주회라든지 신년 연주회, 할로윈 파티, 수강생 체육대회나 MT 등이 그것이다.
최근 울산과 분당, 수원에도 가맹점이 개설돼 피아노리브레는 현재 직영점 4개, 가맹점 5개, 피아노카페 1개를 운영하고 있다. 개별 점포들은 수익을 많이 내지만 가맹본부는 아직 돈을 버는 단계는 아니다. 장녀인 피아노리브레의 김의영 대표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데다 책임감이 강해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국 씨는 앞으로 70세까지는 거뜬히 현역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걱정이라면 장녀인 김의영 대표가 일중독자라는 점이다. 가맹점 개설부터 운영까지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CEO의 모습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생각하면 믿음직한 경영자이지만, 본인의 자녀라고 생각하면 안쓰럽고 건강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보 편곡, 디자인, 마케팅 담당 등 회사 직원이 늘어나면서 갖게 되는 기대도 크다. 편곡한 악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부는 한류음악의 확산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딸의 꿈이 이제는 본인의 꿈인 것처럼 설레인다며 김정국 씨는 환하게 웃는다.
◆ 창업 원포인트 레슨
프랑스와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조직 관리자 5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직에서 활력과 동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나이가 57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오레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50세 때 사회생활의 경쟁력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비록 IT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밀리지만 인생 경험과 판단력 등으로 볼 때 50대라는 나이는 창업하기에 절대로 늦은 시기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60세인 김정국 씨가 가족과 힘을 합해 왕성하게 일하는 모습을 칭찬할만하다.
김정국 씨처럼 가족이 함께 일을 해서 성공하려면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것처럼’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의 문화, 급여 책정 및 지급, 내부 조직원 간 관계에서 마치 타인인 것처럼 경영에 임해야 하는 게 좋다. 김정국 씨처럼 자녀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줄 때는 대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좋다.
현재 김정국씨는 여의도센터의 점주라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가맹본부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잘못이다. 현재는 가맹본부의 수익금을 모두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정상적으로 급여를 책정하고 받는 게 좋다.
현재는 가맹점 상담 및 점포개발, 인테리어 디자인 부문만 맡아서 일하고 있지만, 현재 CEO의 업무가 과중한 만큼 경영 및 조직 관리에도 관여해 피아노를 전공한 CEO가 사업성장 계획 및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피아노리브레의 핵심 경쟁력은 손쉬운 피아노연주용 악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학원 운영을 위한 자체적인 IT솔루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쟁요소가 더욱 빛을 발하려면 앞으로는 가맹점 관리와 가맹점주 교육, 전체 강사들의 커리어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 피아노리브레 브랜드 관리를 위한 전국적인 마케팅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