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공탐구] 낮엔 편의점·밤엔 술집, 색다른 사업으로 주목받는 ‘하파’ 추광식 대표 _한창연_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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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064 등록일등록일: 2017-05-23본문
낮과 밤이 다른 색다른 콜라보레이션(협업) 업종이 등장했다. 낮에는 가볍게 식사를 즐길 수 있고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스터디 모임을 할 수도 있다. 저녁에는 셀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리와 안주가 준비돼 있다. 밤 10시 이후부터는 클럽 분위기로 변신한다. 요란한 음악 소리에 사이키 조명, 스모그까지 분사돼 흥을 돋운다.
안주류는 대부분 바로 데워먹을 수 있는 냉장·냉동식품들이다. 훈제 치킨, 오돌뼈, 낙지무침, 만두, 족발, 편육, 삼겹살 같은 요리 안주는 물론 마른 안주, 과자 안주, 캔 안주, 오징어구이 등을 포함해 150여 가지가 넘는다. 웬만한 요리주점 뺨치는 수준이다.
각종 조리도구와 야채도 준비돼 있어서 손님이 전골냄비에 요리해서 먹을 수도 있고, 계란 후라이를 해먹을 수도 있다. 요리하는 젊은이들은 캠핑장에라도 온 것처럼 즐거워한다.
지난 4월 수원시 경기대 앞에 오픈한 ‘공동음주구역’은 편의점과 주점, 간이 식당이 합쳐진 새로운 업태다. 면적은 약 297㎡. 5층 건물 꼭대기 층이라 월세는 250만원에 불과하다. 루프탑을 잘 활용해 봄가을에는 시원하게 하늘을 볼 수 있다.
일반 편의점의 경우 판매면적이 넓고 휴게공간은 좁다. 반면 공동음주구역은 휴게공간이 80%로 넓고 판매공간이 20%이다. 매출은 1일 200만원대다.
얼핏보면 슈퍼마켓 가격으로 술을 판매하는 일반 편의방과 비슷하지만, 공동음주구역은 외식 사업자가 아니라 편의점 전문가가 오픈한 매장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공동음주구역을 연 ‘하파’의 추광식 대표는 ‘싼마트’ ‘편의점사랑’이라는 볼런터리(voluntary) 편의점 브랜드 사업을 했던 사업가다. 한창 때는 두 브랜드 합해 가맹점 수가 800여개에 이를 정도였다. 볼런터리 편의점이란 본사로부터는 물건만 공급받고 점포 운영(영업시간 등)은 자율적으로 하는 독립점포를 말한다. 메이저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할 때 발생하는 로열티가 없고 본부의 통제가 느슨한 형태다.
▲ 추광식 하파 대표./하파 제공
추 대표는 유통물류 사업을 했던 경력 덕분에 편의점의 제품 구성 특성과 이익 내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편의점 판매 품목 중에서 수익성이 높고 잘 팔리고 마진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공동음주구역은 가격거품 제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추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인 ‘하파’는 하얀파도의 줄임말로 파도 같은 거품을 제거해 좋은 제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구매 및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론칭한 브랜드가 ‘공동음주구역’인 것이다.
◆ 음식점에 숍인숍(shop in shop)으로 입점하는 미니 편의점 모델 도입
추광식 대표는 공동음주구역 외에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대상으로만 운영되는 ‘하파’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주점, 커피숍, 음식점에 미니 편의점을 숍인숍으로 런칭할 수 있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편의점들이 도시락이나 조각과일, 치킨, 떡볶이, 어묵, 즉석 빵, 커피까지 점점 외식업소들의 영역을 침범해오는데 외식 업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사업은 외식업에 미니 편의점을 숍인숍 형식으로 입점시켜서 음식점들이 편의점에 대항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하파몰’은 숍인숍 편의점 모델로 주점이나 음식점에 입점하는 미니 편의점이다. 볼런터리 편의점 사업을 했던 추 대표는 편의점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상품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또 어떤 상품의 마진이 높은지, 어떻게 하면 최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제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산품을 시장가격의 20~40%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주점에 입점한 한 미니몰 중에는 월 100만~150만원대의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 현재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다양한 유형의 미니몰이 입점해 있다. 제휴점들은 하파몰에 기업회원으로 가입해 소량으로 편리하게 발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니편의점인 ‘하파몰’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이건 내가 쏠게’ ‘얌얌친구들’ ‘바른먹거리’가 그것이다. ‘이건 내가 쏠게’는 주로 주점에 입점한다. 주점입점형은 술 마시고 나가면서 술을 사지 않은 사람이 ‘이건 내가 쏠 게’하면서 숙취해소 음료 등을 구매할 수도 있도록 제품을 구성했다. 주점의 경우 손님들이 미니 편의점에서 숙취 음료 몇 개씩만 사 가도 적지 않은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얌얌친구들’은 분식점 일반 음식점 카페 등에 입점한다. ‘얌얌친구들’은 주점과 달리 업종 특성에 맞춰 껌이나 과자, 라면, 생활잡화,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다. ‘바른먹거리’는 건강에 좋은 바른 먹거리로만 구성된 미니몰이다. 상품마다 마진이 다르지만 고마진 상품 중심으로 공급해 수익성이 높다. 하파몰은 일반 사업자들도 회원으로 가입해 각종 소모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 지난 4월 수원시 경기대 앞에 문을 연 ‘공동음주구역’은 편의점과 주점, 간이 식당이 합쳐진 새로운 업태다./하파 제공
◆ 편의점 회사 물류본부장 출신, 경력 활용해 창업에 도전
추 대표가 볼런터리 편의점 사업을 하게 된 과정은 재미있다. 국내 대표적인 편의점 기업에서 물류센터장까지 맡았던 그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2004년도였다. 외국계 기업에서 연봉 2000만원을 올려준다는 스카우트 제안에 솔깃해 이직하게 됐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물류센터만 만들어주고 퇴사했다. 걸림돌은 영어였다. 영어 장벽에 가로막혀 퇴사한 그는 배운 도둑질이 편의점이라는 생각으로 편의점을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 후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바로 그 회사와 대판으로 싸우게 된다.
본인이 그 회사의 물류센터장까지 했지만 정작 창업후 가맹계약이 노예계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가맹본부는 마진을 안 붙이고 물건을 공급해준다고 했지만, 가맹점의 이익이 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1년 6개월간 가맹 본사와 싸우던 그는 가맹 본사와 합의하에 점포를 폐점했다.
이후 수원 남문 부근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개인 편의점을 창업했다. 물류센터장이었던 그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었다.
추 대표가 창업한 개인 편의점(약 30㎡) 매출은 1일 300만원대에 월순익이 1500만원대였다. 추 대표가 개인 편의점을 운영하던 당시에는 포털사이트의 카페가 대유행이었다. 1년 넘게 가맹 본사와 지루한 싸움을 벌였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비슷한 처지의 사업자들과 나누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편의점 경영과 관련된 카페를 열었다.
당시에는 추 대표처럼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경영상의 애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1만6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그 온라인 카페는 당시 하루에 수백명씩 가입자가 쇄도했다.
편의점 운영의 알짜배기 정보를 제공하던 그는 편의점 사업자들의 멘토로 떠올랐다. 브랜드 편의점 운영으로 수익을 얻지 못하는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개인 편의점 변경을 원했다. 업종전환 외에 편의점 창업 희망자들도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추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볼런터리 편의점 체인사업은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개인 편의점 창업 희망자들에게 물류업체를 연결해주면서 창업을 돕는 수준이었으나 점점 공동 브랜드 사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직접 물류 사업을 시작하다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젊은 시절 함께 야학교사를 하던 친구에게 믿고 자금 관리를 맡겼는데 그 친구의 횡령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 외식업과 협업하는 새로운 모델에서 편의점 미래 찾아
추 대표는 편의점이나 미니 슈퍼는 지역 밀착형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철저한 고객 서비스와 친절이 매출 상승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창업해준 볼런터리 편의점의 매출이 낮아 사업주가 힘들어하자 추 대표는 그 점포를 리콜제도로 인수해 자신의 아내에게 운영하게 했다. 인수 후 매출이 세 배가량 뛰었다.
매출이 부진한 편의점을 인수했던 추 대표의 아내는 인수 후 거리의 행인들에게 무료로 한 달 이상 믹스 커피를 서비스로 제공했다. 이처럼 볼런터리 편의점 사업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점주들은 고객 서비스의 달인들이라는 게 추 대표의 말이다.
추 대표는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부모보다 더 아이들을 귀여워한다든지 노인들에게 요구르트를 하나씩 제공하는 식으로 일반 편의점과 달리 정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들이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성공의 달인으로 인정받는 그는 2017년 현재 편의점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볼런터리 편의점 하지 말라, 차라리 브랜드 편의점 하라. 하지만 그것도 부정적이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추대표는 2014년부터 볼런터리 편의점 창업을 못 하게 말리고 있다.
현재 편의점수는 전국에 4만여개다. 추 대표는 1만개 정도를 적정 숫자로 본다. 이전에는 편의점들이 공산품을 주로 판매했으나 최근에는 먹거리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볼런터리 편의점들은 먹거리 판매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볼런터리 편의점 창업을 말리는 이유다. 추 대표 역시 기존에 하던 브랜드를 매각한 후 2016년 5월 새로 설립한 회사가 ‘하파’다.
추 대표는 ‘공동음주구역’과 ‘하파몰’이라는 숍인숍 타입의 미니 편의점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물류에 대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공급하는 제품 가격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을 통해 충분히 시장 반응을 검증하고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제주도의 용암 해수로 만든 스파클링 워터 ‘보헤미안’을 자사 상품으로 출시했다. 제주도 용암 해수는 40만년 전 제주도가 생길 때 바닷물이 섬의 지하로 흘러 들어가서 생긴 지하수로 칼슘·마그네슘·미네랄이 풍부하다.
추 대표는 ‘보헤미안’을 콜라를 대신하는 음료수로 키워낼 계획이다. 실제로 굽네 치킨은 건강을 고려하는 고객들에게 보헤미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급하고 있다. 현재 추 대표는 경기도 안성과 광주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음주구역’은 인건비를 절약하는 쉽고 간단한 사업 모델과 일반 주점의 30%밖에 들지 않는 저렴한 인테리어비 경쟁력을 무기로 대학가에 집중적으로 출점할 계획이다. 전국에 200개를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용돈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와 커피, 술을 해결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일반 음식점보다 절반 이상 가격이 저렴해 단체 모임을 하기 좋은 장소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 추광식 하파 대표가 ‘공동음주구역’ 판매대에서 포즈를 취했다./하파 제공
◆ 추광식 대표에게 배우는 성공비결
1. 매일 웃는다. 추 대표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본인만 웃는 게 아니라 코미디언처럼 다른 사람도 웃겨준다. 11살 때 조실부모했던 추 대표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추 대표를 좋아하고 항상 챙겨주곤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늘 웃는 표정이던 그를 대견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생존 비결은 지금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2. 부지런한 새벽형 인간이다. 추 대표의 기상 시간은 새벽 2~3시다. 새벽 4시면 물류센터에 도착해 순회한다. 추 대표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점심시간까지다. 대신 저녁에는 웬만하면 9시 이전에 잔다. 어설프게 낭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3. 양심적으로 사업하려고 노력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관련 카페에서 추 대표의 닉네임은 ‘등대’다. 그의 도움으로 편의점을 개설했던 창업자들이 양심적으로 등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서 지어준 이름이다.
4. 초긍정 마인드다. 어떤 일이든 안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뭐든지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5. 판단력이 빠르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일을 결정하는 속도가 빠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한다.
6. 가정적이다. 조실부모했던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강인한 사업가가 되도록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7.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다. 편의점은 유통과 물류, 머천다이징, 고객서비스가 핵심 성공요인이다. ‘하파’는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8. 영업력이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친화력을 바탕으로 영업한다.
9. 추진력이다. 추 대표는 행동이 빠르고 결정을 내린 후 밀어붙이는 힘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