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구덕로22번길 3,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의 활기가 교차하는 골목 어귀에는 긴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담아낸 국숫집이 있다. 바로 '1969 부원동칼국수 부산본점'이다.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이곳은 최근 '미쉐린 가이드 부산 2026'에 신규 등재되며 그 공신력을 인정받았는데,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더 강력한 힘은 매일 아침 주방에서 피어오르는 정직한 육수 향과 자가제면기의 규칙적인 박자감에서 나온다.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자가제면과 재료를 대하는 엄격한 철학

이곳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은 '자가제면'이다. 엄선된 전용 밀가루를 사용해 매일 직접 반죽하고 숙성시킨 면은 당일에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면발은 탄력이 뛰어나면서도 목 넘김이 부드러워, 기계로 대량 생산된 면과는 차원이 다른 식감을 선사한다.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육수 또한 타협이 없다. 다시마, 멸치, 무 등을 넣어 정해진 시간 동안 우려낸 맑고 깊은 감칠맛은 인위적인 조미료 없이도 혀끝에 긴 여운을 남긴다. 특히 자갈치시장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매일 아침 공수하는 생굴과 생홍합은 국물의 격을 높인다. 신선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날은 아예 조리하지 않는다는 주인장의 고집은 '남포동 로컬 맛집'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오감을 깨우는 단출하지만 완벽한 구성

메뉴판은 자신감이 넘친다. 국물 칼국수인 '부원칼국수(9,000원)'와 '비빔칼국수(9,000원)', 그리고 사이드인 '육즙교자만두(6,000원)'가 주축이다. 대표 메뉴인 부원칼국수는 당일 공급된 생홍합과 생굴이 비법 육수와 만나 시원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미쉐린 가이드 역시 해물과 야채로 끓인 맑고 진한 감칠맛의 조화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했다.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비빔칼국수는 특제 고추장 양념이 핵심이다. 맵지 않으면서도 입안을 감싸는 감칠맛은 쫄깃한 칼국수 면발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얇은 피 속을 가득 채운 육즙 가득한 교자만두를 곁들이면 한 상의 완성도가 비로소 정점에 달한다. 여름철(5~9월)에는 직접 갈아 만든 100% 국산 콩국수와 물비빔면도 선보여 계절의 정취를 더한다.

◆현지인이 먼저 인정하고 미쉐린이 주목한 한 그릇

500만 유튜버 '푸드킹덤'이 주목할 만큼 화제가 된 곳이지만, 정작 이곳을 가장 뜨겁게 지지하는 이들은 인근 시장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이다. 여행객 위주의 맛집이 아니라 현지인 단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이곳이 '진짜'임을 증명한다. 주문 시 양을 넉넉히 달라고 요청하면 사리를 아낌없이 담아주는 넉넉한 인심 또한 부산 특유의 정을 느끼게 한다.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사진_1969부원동칼국수 

매장은 크지 않지만 위생적으로 철저히 관리되어 정갈한 느낌을 주며, 혼밥부터 가족 외식까지 두루 적합한 편안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용두산공원이나 BIFF 광장을 둘러본 후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드물다. 55년 전 남포동 칼국수 골목의 향수를 현대적인 깔끔함으로 계승한 이곳의 한 그릇은, 단순히 음식을 넘어 부산의 시간과 정성을 먹는 경험을 선사한다.

- 주소: 부산 중구 구덕로22번길 3 1층

- 메뉴 : 부원칼국수[자가제면] 9,000원, 비빔칼국수[자가제면] 9,000원, 육즙교자만두: 6,000원 /(시즌메뉴 5~9월) 냉콩국수 / 물비빔면: 9,000원

- 영업시간: 11시~19:30 (라스트오더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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