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보다 식당이 좋아, 닭갈비집의 장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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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468 등록일등록일: 2024-03-04본문
우리 인생처럼 사업도 높낮이가 있다. 주기적으로 번영과 위기가 반복된다. 특히 한 사업을 오래 운영하다보면 좋은 날도 있지만, 사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위기를 겪기도 한다. 특히 경기와 사회적 사건 사고에 민감한 식당은 창업 3년내 폐업률이 70~80%가 넘는 다는 통계도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춘천집닭갈비(이하 춘천집)>는 지난 28년간 주기적으로 닥쳐오는 위기를 모두 잘 극복했다. 권오진 사장은 20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점장으로 입사해 일하다가 춘천집을 인수한 뒤 연매출이 7억 원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메르스나 조류독감, 코로나 팬데믹, 이태원참사 등 2, 3년마다 주기적으로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춘천집닭갈비가 크고 작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20년째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보험맨으로 30년, IMF로 명퇴를 당하다
권오진 사장은 대구가 고향이다. 1972년에 서울에 올라왔다. 학교 졸업 후 동아생명에 취직했다. 처음에는 전산실에 근무하다가 보험 영업직으로 직무가 바꼈다. 그렇게 동아생명에서 25년간 일한 후에는 동양생명에서 5년 동안 일하다가 IMF로 명예퇴직을 한다. IMF라는 위기는 보험맨으로 사는 인생은 마침표를 찍게 만들었다.
퇴사 후 권오진 사장이 택한 것은 자영업자의 길이었다. 삼겹살집, 고기뷔페집, 감자탕집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러나 직장생활만 30년을 해온 권 사장에게 장사는 낯설었다. 가장 힘든 것은 들쑥날쑥한 수익이었다. 두 딸에게도 미안했다. 어린이날에도 놀아주지 못하고 집에서 TV만 보는 아이들을 두고 가게로 나오는 발걸음은 늘 무거웠다.
◆대기업 직장인에서 식당 점장으로
권오진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사업을 접고 권 사장 부인의 지인이 운영하는 닭갈비집인 <춘천집>에 부부가 함께 점장으로 입사했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공휴일에 쉴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 그렇게 <춘천집>에서 2001년부터 10년 가까이 점장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사장이 다른 사업을 하겠다며 권 사장 부부에게 <춘천집> 인수를 제안했다. 권 사장 부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95년부터 운영되어 온 장수 매장이라 단골이 많았고 전문 한식은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자금을 마련해 4억 원 정도를 주고 2010년 <춘천집>을 인수했다. 매장은 1층과 2층을 합쳐 40평 규모다. 테이블은 1층이 9개, 2층이 10개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춘천집>은 28년 된 장수매장이다. 고정 단골도 많고, 권 사장이 <춘천집>을 인수하고 가장 장사가 잘 될 때는 연 7억 원대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비결은 첫째 상권이다. 수유역 7번출구 인근 먹자골목 메인상권에 위치해 있어서 지리적으로도 좋다.
둘째, 28년간 변함없는 한결같은 맛이다. 춘천닭갈비 정통 맛으로 흉내내기 어려운 깊은 맛이 있다. 특히 소스에 카레가 들어가는 것이 비법이다. 중독성 있는 맛을 지녔다.
셋째, 가장 큰 비결은 ‘친절하고 독특한 서비스’다. 한때 <춘천집>은 ‘웃기는 닭갈비집’으로 방송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했다. 직원들이 슈퍼맨, 백설공주 등의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마술 이벤트도 열었다. 매장 입구에서는 푸우 탈인형을 쓴 직원이 앉아서 지나가는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때 함께 했던 직원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 퇴직했지만 그런 고객 서비스 덕분에 지역 사회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쌓고 단골층도 두텁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춘천집>은 평범한 식당이 됐지만, 그때를 추억하는 오랜 단골들은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어, 결혼해서 아이 엄마가 되어도 여전히 <춘천집>을 찾고 있다.
◆닭갈비집이 사라지는 이유
넷째,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메뉴 전략이다. 오랜 단골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춘천집>의 대표 메뉴는 ‘철판닭갈비’, ‘치즈닭갈비’ 등이다. ‘주꾸미닭갈비’도 신메뉴로 출시 했다. 신메뉴개발은 유튜브를 많이 참조하고 치즈, 곱창, 불닭 등 유행하는 식재료 트렌드를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닭갈비 메뉴는 국내산과 브라질산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산 가격은 1인분에 1만3500원, 브라질산은 1만1000원이다. 90%의 손님이 국내산 닭갈비를 먹고, 브라질산은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다섯째, 간단한 주방이다. 닭갈비집은 요리가 간단하고 조리가 편하다. 또한 다른 식당에 비해 원가율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닭갈비집도 많이 올라 원가율이 40% 정도 된다. 날치알이 킬로에 1만3000원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지금은 800그램에 2만6000원이다. 두 배로 올랐다. 국산 닭도 예전에는 킬로에 7천, 8천 원 하다가 요즘은 1만2천 원 가량 한다.
닭갈비집은 조리의 간편함, 낮은 원가율이 장점이지만, 메뉴가 단순하고 단가가 낮다는 단점도 있다. 단체손님이 와도 메뉴가 단순하니까 고깃집처럼 계속 시킬 수가 없다. 닭갈비는 기본적으로 양념이 다 돼 있으니까 더 먹기에는 질리는 면도 있다. 고깃집 테이블단가가 7~8만 원이라면 닭갈비집은 4만 원 정도다.
이처럼 낮은 메뉴 단가로 높은 매출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닭갈비집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춘천집> 인근에 있던 닭갈비집들도 많이 없어져, 두 곳 정도만 남은 상태다.
◆아, 코로나...술맛을 잃어가는 사람들
<춘천집>은 전성기처럼 높은 매출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장사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복병이 발생했다. 코로나19다. 원래 하지 않던 배달도 해보고, 칸막이 설치도 하고 매일 방역도 했지만, 매출이 40%까지 떨어졌다. 정부지원금과 대출을 받아 간신히 버틸 수밖에 없었다.
권오진 사장은 팬데믹이 종식되었지만 소비위축으로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멀었다고 말한다. 3년 납부로 받은 대출금도 아직 갚지 못했다.
사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것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전부터 상권은 죽어가고 있었다. 권오진 사장은 “지난 10년 간 연이어서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서 서서히 어려워져가고 있는 것 같다. 조류독감, 광우병, 메르스, 사스, 세월호, 코로나, 이태원참사까지 매년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외식업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먹을 것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술 맛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권 사장을 힘나게 하는 것은 꾸준히 찾아주고 있는 단골들이다.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부부와 아이들까지 4명이 항상 오던 가족이 있었는데, 아빠가 뇌출혈로 사망해서 얼마 전에는 엄마와 아이 2명이 와서 먹고 갔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오랜 단골들과는 서로 사연을 알 만큼 보이지는 않지만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물론 역세권 메인 상권이다보니 신규 손님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인력관리가 힘든 2층 매장의 단점을 개선해준 스마트기술
아무리 잘 되는 식당에도 어려운 시기는 있다. 권 사장은 장사를 하면 3년마다 고비가 온다고 말한다. 그 고비가 올 때마다 가게에 변화를 줘서 위기를 돌파해 온 것이 권 사장이 점장 때부터 20년간 가게를 꾸려온 비결이다.
지난 해 권 사장이 변화를 준 것은 ‘스마트기술’의 도입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에 선정돼 테이블오더 10대를 도입했다.
춘천집은 2개 층을 사용한다. 2층 매장은 1개층으로 된 매장보다 인력 운영이 더 힘들다. 요즘처럼 인건비가 비쌀 때는 더욱 부담스러운 구조다. 2층 매장의 애로점을 해결해준 게 테이블오더다. 오르락내리락 하기 힘든 2층에 설치했다. 테이블오더를 가장 반긴 것은 직원들이다. 2층을 완전히 비워놓지는 못해도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다른 일을 볼 수 있어서 일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주문만 되는 테이블오더지만, 덕분에 골치 아팠던 구인난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됐고 근무 환경도 좋아졌다.
식당용 엘리베이트라고 할 수 있는 덤웨이터와 반찬 셀프바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1층에 있는 주방에서 조리해서 덤웨이터를 통해 2층으로 운반한다. 강북구에서 지원받은 반찬냉장고를 설치해 반찬은 셀프바로 운영하고, 거기에 테이블오더까지 도입하니 <춘천집>은 스마트한 식당으로 거듭났다.
◆사업은 내 자신과의 싸움...항상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돼
<춘천집>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이다. 명절포함 365일 영업을 한다. 권 사장은 1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 가는 여름휴가를 제외하고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변함없는 시간에 출근하고, 변함없는 시간에 퇴근하며 한결같이 운영해 온 것이 권 사장이 20년 가게를 지킨 가장 큰 비결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피곤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장사가 안 되는 날이면 감정 조절이 안 돼 함께 일하는 부인과 종종 부딪힌다. 그러나 부인은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는, 든든한 동지와도 같다.
든든한 동지인 부인과 함께 사업을 해도 권 사장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결제일이 돌아올 때다. 식당 경영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인건비 결제, 거래처 결제, 세금 결제를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막막하다.
이 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권 사장은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단전호흡과 수영을 한다. 권 사장은 말한다. “운동은 자영업자들에게는 필수다. 운동을 안 하면 삶의 리듬이 무너진다. 또한 무절제한 생활을 하게 된다.”
◆목표는 건물주...시니어 유튜브 채널도
60대 사업가는 최근 늘어나는 20대 창업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권 사장은 “직장생활을 30년 했지만, 직장인보다 식당 사장이 더 마음이 편하다. 내가 땀 흘린 만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장사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다른 식당에서 경험해보고 해야 한다. 또한 메뉴나 업종이 내 성격에 맞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성격이 맞든, 몸이 맞든, 여건이 맞든 맞아야 하고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정쩡하면 안 된다. 돈 벌려고 억지로 하면, 내가 이 일할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고 조언했다.
권 사장의 앞으로의 목표는 형편에 맞는 건물을 하나 사서 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다. <춘천집>의 화려한 전성기 시절부터 매출이 바닥을 친 코로나까지 겪은 권 사장은 시대 흐름상 앞으로 예전 같은 전성기가 오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화려한 전성기보다는 지금보다 조금만 더 잘되고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권 사장의 바람이다. 그때가 되면 가게 운영에서 물러나 시니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해보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춘천집의 장수 비결은 우선 ▴시간속에서 축적된 단골고객, ▴변함없는 깊은 맛, ▴카레가 들어간 중독성있는 독특한 소스를 꼽을 수 있다. 또 웃기는 닭갈비집이라는 독특한 서비스 전략으로 지역 주민들의 호감을 얻기도 했다. 저축도 중요한 장수 비결이다. 사업이 잘될 때 모아 저축 덕분에 주기적으로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나아가 식재료 유행과 트렌드를 반영해 신메뉴를 개발하고 테이블오더를 도입해 스마트 기술로 2층 매장의 애로를 해소했다. 지금은 시니어 유튜브 채널운영까지 꿈꾸고 있다. 권오진 사장은 나이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꿈과 열정의 강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탄생, 내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KFCEO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