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의 힐링 창업] 창업과 경영, 싫어하는 것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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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069 등록일등록일: 2018-06-29본문
“저는 영업은 딱 질색이에요. 사정해서 물건 팔기 싫어요. 물건은 사정해서 파는 게 아닙니다.”
제품이 좋은데도 영업력이 약한 회사를 경영하는 A사장이 말했다.
영업을 싫어하는 A사장은 눈앞에 고객이 있어도 그에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고객이 그에게 어떤 서비스를 원한다고 해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고객이 알아서 물건을 사겠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학원 사업을 하는 B원장은 툭하면 ‘학부모와 대화하는 게 싫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그는 십 몇 년씩 키운 부모도 자식에게 이래라 저래라 못하면서, 얼마 안 되는 학원비 내고 겨우 몇 달 만에 성적향상에 성화인 학부모들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C사장은 마케팅은 딱 질색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객들이 제품의 질이나 진정성을 보려고 하지 않고 허세 가득한 마케팅에 속아넘어간다고 비난했다. C사장에게 마케팅이란 불필요한 치장으로 물건 값을 올리고 고객들에게 부담을 주는 무익한 거품으로 여겨진다.
C사장은 경쟁사가 품질은 엉망이면서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해서 맹비난했다.
일상생활에서든 비즈니스 활동에서든 누구나 어떤 대상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보통 좋아하는 활동에는 에너지와 자원을 많이 투입하지만 싫어하는 일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경우 요리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외출을 싫어하거나 여행이 귀찮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개인에게서 장점의 개발은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핵심 역량은 CEO의 호불호 성향을 따른다.
사장이 영업 출신이면 그 회사는 영업이 강하다. 사장이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면 연구개발부서가 강하고 투자도 많이 한다. 어떤 사장들은 인건비만 비싸고 제 역할을 못하는 인재들을 비판하면서 연봉이 저렴한 직원들만 찾는다.
피터 드러커는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보통 좋아하는 일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갈수록 더 강해진다.
반면 싫어하는 일은 외면하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거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싫어하는 일은 진짜 싫은 게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기 싫어서 ‘싫어하는 것’으로 위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영업을 싫어하는 사장들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비굴하게 부탁하는 상황과 맞닥뜨리는 게 두려운지도 모른다.
남녀 관계에서도 열등감이 있는 사람들은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서 만만한 상대만 만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BTS(방탄소년단)가 발표한 신곡 FAKE LOVE는 가짜사랑을 말하고 있다. ‘전하지 못한 진심’이라는 노래에서도 초라한 모습이 두려워 가면을 쓰고 만나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경영에서 리더가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약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
연구개발에 강한 기업이 계속 잘하는 것에만 투자를 하고 머무른다면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학원 원장이 학부모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학부모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나쁜 평판 때문에 동네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
1등 창업자가 되려면 모든 부문의 경쟁력을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가 싫어하는 분야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만일 당신이 ‘싫어한다’고 말하는 분야가 있다면 혹시 내가 그것을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수학이 어렵고 두려운 사람은 수학이 두렵다고 말하지 않고 수학이 싫다고 표현한다. 미남 미녀가 싫은 게 아니라 차일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영업이나 마케팅 고객관리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잘 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평가당할까 봐 두려운지도 모른다.
우리가 싫다고 말하는 것, 이면의 진실은 ‘두려움’이 숨어 있다. ‘싫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미친 척 하고 용기를 내면, ‘두려움’을 정복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