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수없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있지만 점포마다 성공 비결이 다르다.
20대부터 창업을 꿈꿨지만 장사나 비즈니스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던 채수만(39) 씨가 대표적 사례다. 채씨는 지금 수원에서 치킨호프 프랜차이즈 브랜드 ‘바보스(babo’s)’로 성공 창업을 일궈 나가고 있다.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서 지난 10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하던 채씨가 새롭게 치킨호프점을 열면서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채씨는 지난해 12월 바보스 수원 정자점에서 창업했다. 창업 컨설팅을 해 보면 연구원 출신들은 대부분 차분하고 조용해 추진력이 약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결단력이 약해 쉽게 의사 결정을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채씨는 젊을 때부터 창업의 꿈을 간진해 왔던 터라 창업 결정이 쉬웠다. 퇴사했던 회사에서 직전까지 엔지니어 및 기술영업 업무를 맡았는데 그것도 창업 마인드를 기르는데 도움이 됐다.
자상하고 차분한 연구원은 창업 힘들다? 고정관념 깨다 그러나 채씨 역시 직업적 특성을 반영하듯이 연구원 출신답게 자상하고 차분하다. 그런 그가 호프주점을 잘 할 수 있을까? 결과는 성공이었다.
성공 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상권 입지를 잘 선정했다. 둘째, 상권 입지 특성에 잘 맞는 업종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골랐다. 셋째, 부부가 합심해서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가 창업 터전으로 잡은 바보스 수원 정자점의 상권 입지조건이나 선택한 업종은 모두 소박하다. 보통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해 작은 상권에서 독점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것.
우선, 상권 입지부터 살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화려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채수만 씨는 오히려 화려하지 않았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채씨의 매장이 있는 곳은 정자동의 메인 상권이 아니다. 오히려 메인 상권에서는 좀 벗어나 있다. 더욱이 점포는 주거밀집지에 1층도 아닌 2층에 위치했다.
공업지역임에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다. 매장 바로 앞에 아파트만 3500여 세대, 29동의 대단지다. 인근에 20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또 있다. 주변에는 공장만 있는게 아니라 문화공연장, 성당, 공원 등이 있다. 배후 5000여 세대와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상가가 많지 않다. 얼핏 보기에 소박한 상권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알짜 상권’인 셈이다.
- 바보스 수원 정자점을 운영하는 채수만-박상은씨 부부
우리집 옆 '항아리 상권' 찾아서 맞춤형 업종 선정 채씨의 성공창업 두 번째 비결은 업종 선정. 먼저, 집에서 가까운 상권을 택하고 거기에 잘 맞는 업종을 골랐다. 채수만씨가 택한 업종은 미들비어라고 불리는 치킨호프 업종. 3000원대 안주부터 7000원대 볶음면, 1만원대가 넘는 치킨까지 메뉴 구색이 다양하다. 주류는 크림생맥주가 인기다.치킨을 중심으로 부담 없는 요리가 준비되어 있어 매장을 찾는 고객 연령이 다양하다. 주부와 가족 고객이 주타깃층이라 참새 방앗간처럼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는 업종을 물색했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다.셋째 비결은 부부가 함께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방장을 두고 채씨가 튀김요리만 따로 맡고 있다. 손님 접객 및 서비스는 부인 박상은씨 몫이다. 바보스 정자점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가 고객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유모차를 몰고 오는 젊은 주부들과 가족들이다. 주부 단골이 많다 보니 부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부인 박상은씨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주부들과 잘 통하죠. 매장이 있는 곳이 우리가 사는 동네라 아파트 단지에서 고객들과 마주칠 때가 많아요. 그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부라는 공통점이 있어 빨리 친해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채씨 부부의 창업 초기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89㎡(26평) 규모의 매장에서 월 3300만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샐러리맨 시절, 채씨의 39세 나이는 사실 애매한 나이였다. 아래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상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낀세대’ 같은 느낌을 받던 직장생활에서 탈피해 창업 뒤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스스럼 없이 지내게 돼 본인도 행복해 하고 있다. “작은 주점이지만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마음을 담아서 운영하면 알콩달콩한 재미가 많다”고 채씨는 전한다.온라인상에 아파트 주민들만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가 있는데 채씨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주민들의 정보를 얻기도 하고 이벤트 등 매장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입주민끼리만 소통할 수 있어 단골고객 확보하기에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한다.
이렇게 맺어진 단골손님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기도 한다. 채씨는 자주 방문하는 단골고객의 얼굴을 기억하고 취향을 파악해 두었다가 먼저 다가가서 친근하게 말을 건네거나, 음료와 안주를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바보스 정자점의 인기 메뉴는 단연 치킨이다. ‘1987치킨’, ‘오치킨’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징어와 골뱅이가 함께 들어간 ‘오뱅이’를 비롯해 통오징어볶음, 반건조 노가리도 선호메뉴이다.
창업 비용은 보증금 4000만원에 인테리어. 집기류 1억원대 등 개설비용 1억원을 포함해 총 1억 4000만원 가량이 투입됐다. 직장인의 월급으로 충당하기에 적은 자금은 아니지만 2층 매장이라 권리금이 없었고, 실평수 89㎡(26평)라는 규모를 감안하면 많이 든 편은 아니다. 직장생활 10년 동안 모은 저축에 부모님의 지원금을 보탰다.
가맹본부는 적이 아닌 동반자 '상호 신뢰' 중요 그렇다면 연구원 출신이었던 채수만씨는 어떻게 창업을 준비했을까.젊을 때부터 장사를 하고 싶었지만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한 건 1년 남짓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사업하는 지인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틈틈이 창업박람회를 찾아가 상담도 많이 받았다. 박람회는 업종 공부를 하는 좋은 장소였다. 가맹본부를 고를 때는 '갑질' 안 하는 곳을 첫 번째 기준으로 했다. 바보스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도 가맹본부 로열티가 없고 공급가격이 현실적인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업종의 특성도 고려했다. 바보스는 메뉴가 다양하고 대중적인 맛이라 안정된 상권에서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는 데 제격이라 채씨는 판단했다. 반도체 회사 연구원에게 외식어은 낯설었지만 가맹본부 슈퍼바이저의 도움이 컸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슈퍼바이저와 의논했다. 한번은 매출이 높다보니 냉장고의 식자재 저장량이 부족해 조언을 구했더니 본사 슈퍼바이저가 주류업체와 상의해 냉장고 한 대를 무상으로 대여해 줘 고민을 해결해 줬다. 요즘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갈등하는 사례가 빈발하지만, 외식업 경영 경험이 없는 채씨에게 가맹본사는 창업의 든든한 힘이다. “요즘 하루 100~150명의 고객들을 만난다. 손님들을 친구라 여기고 매일 좋은 친구를 만나고 돈도 번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하는 채수만씨의 긍정의 사고도 창업성공에 한몫 하고 있다.◆ 레알창업 원포인트 레슨! 채수만씨가 자리한 곳은 일종의 ‘항아리 상권’ 같은 곳이다. 안정된 고정 고객을 갖고 있는데 경쟁자는 많지 않다. 배후거주 인구와 외부유입 인구가 적절하게 혼재돼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한 곳에 자리잡은 것이 성공비결이다. 채씨의 매장에서 조금 더 나가면 더 큰 상권이 있지만 거리가 있어 경쟁상대는 아니다. 미들비어는 여름철이 성수기이므로 앞으로 지금보다 매출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 입주가 덜된 상가가 있으므로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다. 잠재적인 경쟁자를 고려한다면 친절한 고객 서비스와 품질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뜨내기가 아니라 고정적인 가족고객이 주요 타깃인 만큼 재방문률을 높이면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