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3000만원대인 매장을 7개월만에 월매출 1억원대 매장으로 변신시키고, 현재 두 개의 매장에서 각각 월 2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 과연 어떤 마케팅을 했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사무용품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오길진(48, 오피스넥스 구로점․강서점) 사장의 성공 사례는 오래전 어느 여배우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사업 성공은 경영자가 하기 나름’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오 사장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그가 창업한 게 아니라 이미 운영되고 있던, 매출이 부진한 매장이었다. 현재 월매출 2억원대인 매장들은 그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월매출 3000만원대였다.
오 사장이 운영하는 사업은 사무문구전문점이다. 문구는 물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무용품과 생활용품 식품까지 공급하는, 기업을 위한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매장은 서울 강서와 구로의 오피스넥스 매장이다.
오피스넥스 외부 모습
인수 7개월만에 월매출 1억원으로 껑충
“두 곳 모두 양도양수로 시작했습니다. 오피스넥스 강서점과 구로점 매장 모두 인수 당시 월매출이 3000만원대로 지금과는 한참 격차를 보이던 곳이었죠. 두 곳 모두 완전히 새로 오픈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고객들을 모아가면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1억 이상 매출대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구로점의 경우 약 7개월 만에 만든 성과였죠.”
매출 수직상승의 비결은 ‘마누라 빼고 전부 다 바꾸자’는 혁신 정신이었다. 어떤 사업이든 업종 특성에 맞춰 공격적으로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니코스 카잔스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어정쩡하게 하다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조르바의 말에 비유해보면, 오길진 사장은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고 부르짖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똑 부러진 경영을 한 게 바로 성공 비결이다.
오피스넥스와의 인연은 200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강서점을 2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던 것. “인수 당시에는 목동 주상복합 상가에 있던 28평의 비교적 작은 매장이었습니다. 주변에 큰 회사는 적은 편이었고 소호형 사무실이나 학원가가 주 고객 대상이었죠.”
사무문구용품 프래차이즈인 오피스넥스는 다른 문구점과 달리 스피디한 배송을 강조한다. ‘고객은 구매한 상품을 즉시 받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오 사장은 매장 인수 후 가장 먼저 철저한 ‘당일 배송’ 원칙을 지키는 데 몰두했다. 빠른 배송 속도야말로 오피스넥스가 지닌 차별성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곳은 오전 두 번, 오후 세 번으로 하루 다섯 차례 배송이 이루어진다. 다른 경쟁 매장들과 비교해 적게는 한 번, 많게는 네 번 차이가 난다. 이 점 때문에 점차 단골 고객들이 늘어나게 됐다. 고객들은 당장 필요한 것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두세 차례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오피스넥스 내부 모습
거리홍보·총알배송·고객편의 중심 운영이 비결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전개했다. 오길진 사장은 매장을 오픈한 직후 직원들과 함께 바로 거리로 나섰다. 전단지를 붙이고 오픈 소식을 알렸다. 지하철과 직장이 밀집한 건물 앞에서 판촉 행사를 하면서 연거푸 인사했다. 출근길에는 따뜻한 커피를 주기도 하고 오피스넥스 매장 이름이 새겨진 ‘금색 돼지저금통’을 선물로 나누어주었다. 오 사장은 마치 그 돼지저금통 표정처럼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며칠 거리에서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그와 직원들 얼굴을 낯익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무실을 돌면서 전단지 영업에 나섰을 때 “어? 아침에 봤던 그 분이네요?”하며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금통 잘 쓰고 있다며 먼저 인사를 받기도 했다. “장사는 간판 노출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간판이라는 게 꼭 진짜 간판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요. 사람 얼굴도 간판이고 만나서 나눈 대화도 다 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은 찾아오는 대상이지만 고객 마음은 절대 먼저 찾아오지 않아요. 직접 찾아가야만 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서비스도 개선했다. 매장 인근 상권 특징을 파악,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만족도 높였다. “규모가 작은 벤처, 소호형 기업체들이 많아 전화 주문량만큼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은 편입니다.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장 한 켠에 ‘카피넥스’ 코너를 운영하고 있죠.”
카피넥스는 오피스넥스가 운영하는 복사·인쇄 전문 브랜드로, 대량의 복사나 인쇄, 제본만을 원하는 고객들이 주 대상이다. 매장 인근 기업체들은 별도의 인쇄업체에 주문하지 않고 바로 오피스넥스를 통해 사무용품 구입부터 복사, 제본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 매장 오픈 후 7개월째에는 월매출이 1억원선, 그 다음 달엔 매출이 1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매출이 커진 만큼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오 사장은 기존 강서점 매장을 2007년에 염창동 인근 25층 건물 지하 1층, 실 평수 93평 규모의 매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두 번째 오픈한 구로점 매장도 대박
강서점을 확장이전 하면서 두 번째 매장인 구로점 오픈을 준비했다. 1호선 독산역 인근 건물 2층에 있던 80평 매장을 당시 초도물량 구입비 1억원을 포함, 2억원을 투자해 2007년 4월에 문을 열었다. 고객의 마음을 얻으려면 서비스 접점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고객이 주문을 하는 순간은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그 중요한 순간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 오길진 사장은 달랐다.
오피스넥스 구로점은 고객의 주문 편의를 위해 다양한 주문 창구가 일과 중 항시 열려 있다. 12명 직원 가운데 매장관리팀 3명이 이 일을 맡고 있다. 오 사장은 담당 직원들에게 늘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주문해도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걸 강조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주문이 많지만 여전히 팩스나 전화 등 고객들이 주문하는 방식은 고루고루 다양하다. 적은 수지만 방문 고객에 대한 응대도 항상 준비하고 있다. 이 분야는 성격상 첫 주문에서 만족을 느꼈을 때 그 고객이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오 사장은 이 파트를 매장 내 최일선으로 생각한다.
고객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오 사장은 고객들이 구매금액 5만원당 1장씩 오피스넥스 스티커를 선물로 주어 금액에 따라 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있다. 고객이 다시 찾을 이유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생각해낸 플러스 알파였다. 이 방식을 이용한 이후 고정 고객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강서점과 달리 구로점이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는 수많은 아파트형 공장과 대형 기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다. 사무용품 경쟁업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판단한 오 사장은 강서점과 마찬가지로 2013년에 물품창고와 물품 상하차가 편리하도록 주차장과 연결된 지금의 130평 매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제 ‘1차 관문 통과’···“아직도 갈 길 멀었다”
오길진 사장은 매장 두 곳을 운영하면서 두 배로 바빠졌지만, 좋은 점도 여러 가지가 생겼다. 일단 매장 재고 관리를 함께하여, 모자란 물품은 두 곳을 오가면서 조절하고 있다. 또한 마케팅도 한 곳에서 먼저 해본 뒤 효과가 좋을 때 다른 한 곳도 시작하는 등 순차적인 부분도 활용하고 있다. 두 매장 비용을 더하면 한 달 평균 500만원정도를 마케팅에 쏟고 있다. 이제 두 곳 모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오 사장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 잘하면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사업’이라는 1차 관문만 통과했을 뿐 ‘대박 매장’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 사장은 그만큼 큰 포부를 갖고 있다. 두 개를 시작할 때 가졌던 생각이기도 하다. “진짜 제대로 된 전략이란 특정한 방법이 아닙니다. 절박한 마음을 담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모두 이뤄낼 수 있습니다. 진심만 담긴다면 무딘 칼로도 바위까지 베어낼 수 있는 것이 창업의 본질 아닐까요.”
오길진 사장은 한 중견그룹의 부서장까지 지냈던 10년차 직장인이었다. 벤처기업 투자관리 전문가로 나서기도 하면서 업계에서는 나름 베테랑 소리를 듣던 그였다. 그러나 월급쟁이 생활이라는 것은 회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 회사가 경기에 영향을 받을 때마다 힘든 경우가 많았다. 경기를 이겨내고 시장을 개척하려면 ‘자신만의 사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직장 다닐 때 회계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는 문구류 등의 결재 금액이 상당한 것을 보고 놀랐다. 회사 하나가 결재하는 금액도 이 정도라면 사무용품 사업은 정말 괜찮은 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 창업을 결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사무문구전문점 창업 마케팅 노하우
사무문구전문점은 쉬운 사업이 아니다. 취급 제품수가 많고 발주나 재고관리는 물론, 고객관리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기업형 사업의 전형이다. 쉬운 사업을 찾는 창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기업처럼 조직관리 하고 다양한 분야를 제대로 경영하고 싶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창업자라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안정된 창업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외식업과 달라 매출 원가가 높은 편이므로 매출 볼륨이 중요하다. 기업간 거래의 특성상 한번 확보한 고객을 잘 관리하면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으므로 고객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거래 기업수를 늘려나가려면 영업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매출이 부진했던 매장을 성공매장으로 전환시킨 오길진 사장의 마케팅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공격적 경영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반드시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로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섰다. 여러 가지 결심을 하는 건 쉬워도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고 지키는 데는 강인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2. 적극적인 마케팅
사무문구점은 분식점이나 커피숍과 달리 매장 노출이 적다. 고객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오길진 사장은 가두 홍보를 비롯해 사은품 증정, 매장 개별방문 영업 등 발로 뛰면서 영업했다. 전단지 배포, 쿠폰북 활용 등 홍보 수단도 다양하게 활용해 꾸준히 매장을 알렸다.
3. 단골고객 확보전략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당일배송원칙, 원스톱 서비스전략 등 고객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다.
4. 입지와 상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
100m만 벗어나도 달라지는 게 상권이다. 상권이나 입지 조건에 따라서 고객이 달라진다. 고객이 달라지면 경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고객이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구매단가나 구매 패턴은 어떤지 등등. 우리 상권의 고객 특성을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해서 내 상권의 특성에 맞는 경영을 한다.
5. 절박하게 경영하기
‘성실’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대충 자신이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실행할 방법도 누구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방법들을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6. 인내심
사업초기에는 누구나 어렵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업력이 쌓일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며 버텨야 한다. 오래가는 것이 강한 것이다. 오랜 시간 자리 잡으면 고객들이 알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