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찹쌀을 들고 길을 가다가 그만 모래바닥에 쏟고 말았다. 모래와 나뭇가지 먼지가 범벅이 된 찹쌀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고 그냥 갈 것이다. 반면 어떤 이는 이물질을 골라내면서 끊임없이 짜증을 낼 것이다. 물론 그럴수록 찹쌀을 찾아내는 일에 시간만 더 걸릴 뿐이다.
필자는 스키를 타지 못한다. 어린 딸에게 핀잔을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스키 강사가 보면 웃을 것이다. 교육 받고 연습만 하면 되는데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서. '만일 미끄러져 다쳐서 회사 일에 지장이 생기면 어쩌지….' 머릿속으로만 두려워하니까 스키를 영영 타지 못하는 것이다.
사업에서 마케팅을 배우고 적용한다는 것은 마치 모래더미에 쏟아진 찹쌀에서 이물질을 차분히 골라내는 일과 같다. 이물질은 사업을 방해하는 수많은 외부 장애요인들이고 찹쌀은 목표 달성을 의미한다.
또 사업 실패나 어려움을 두려워하거나 고민만 하는 게 아니라 스키를 배우고 능숙하게 탈수 있는 것과 같이 마케팅 기법을 배우고 맑은 정신으로 하나씩 사업현장에서 적용해 나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 하면 결국은 깨끗한 찹쌀을 얻거나 스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비전 기업'이란 용어가 있다. 마케팅을 핵심 역량으로 삼고 있는 회사를 지칭한다. 오늘날 많은 사업가들은 아무리 상품이 우수해도 마케팅을 제대로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마케팅 비전 기업이 된다는 것은 그냥 테크닉에 능숙한 회사를 말하는가. 그렇지 않다. 마케팅에선 고객이 중심이 된다. 마케팅 비전 기업이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보고 연구하고 트렌드에 발맞춰 가는 것이다. 이런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구멍가게라고 예외는 아니다.
마케팅의 기본에 해당하는 STP를 생각해 보자. STP는 시장을 쪼개고(Segmentation), 타깃을 정하고(Targeting), 회사의 기본 이미지를 어떻게 자리매김 하느냐(Positioning)의 문제를 다룬다.
A씨는 서민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비싼 일식집을 열었다가 사업에 실패했다. B씨는 벤처타운에서 옛날식 허름한 인테리어의 음식점을 인수해 아구찜 전문점을 열었다가 망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STP전략의 오류에서 나온 것이다. 상권 입지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상권 입지를 찾는 과정은 결국 소매업에서 STP를 적용해 나가는 과정과 진배없다.
디자인이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한 갈매기살 전문점은 일부러 시끄럽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으로만 튼다. 가격파괴 음식점인 이 회사의 전략은 나이 든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20대들만 모이게 하는 시장 세분화 전략을 구사,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다.
책 속의 마케팅은 아주 어렵다. 나처럼 스키를 못 타는 사람들이 스키 전문가들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장 속의 마케팅은 즐겁다. 재미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면 최고 전문가는 아니라도 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키가 즐거움을 주듯, 마케팅은 돈을 준다.
<아시아경제 머니&머니> 이경희 창업 스쿨 중에서…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www.changupok.com)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세종대학교 마케팅 박사과정 수료. 현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으로 프랜차이즈 및 창업, 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및 여성부 창업멘토 등 역임. 삼성, 현대, 쌍용 등 각종 기업과 연세대, 안양대, 한양대, 성신여대, 동국대 등에서 창업강좌 및 프로그램 운영. 각종 방송과 언론 등에서 창업 칼럼니스트 및 패널로 활동. 저서로 탈샐러리맨 유망사업정보’,맛있는 요리’,돈되는 창업’,실버정책과 창업’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