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대행 프랜차이즈인 크리니트의 오훈 사장은 IMF 당시 퇴직했다. 발전소에 근무하던 그는 퇴직후 창업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해외에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물색하던 중 회사근무 당시 해외 출장길에서 본 선진국의 청소 대행업이 생각났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한국에서도 도전해 볼만한 분야라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서류속에 파묻혀 지내던 화이트칼라 출신이 청소 사업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어려웠지만 기존 청소업체 용역직원으로 들어가 일을 익히고 해외에 가서 각종 청소 기기나 용품을 조사하면서 차근 차근 사업을 준비했다.
어느 정도 청소에는 자신감이 생겼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영업의 벽에 부딪혔다. 큰 건물이나 기업은 인맥이 있어 뚫기가 힘들었던 것. 연구소 출신인 그는 시스템화의 달인이었다. 그가 근무하던 발전소에는 아직 그가 만든 매뉴얼이 보물처럼 보관돼 있을정도로.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인맥이 아닌 실력으로 겨룰 수 있고 서류제안 및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계 기업의 문을 두들겼다. 문이 열렸다.
“발전소는 미세한 것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납니다.”
그가 청소라는 낯선 분야에 발을 딛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발전소에서처럼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완벽한 관리 덕분에 국내 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스타벅스 사보에는 청소 사업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찬사를 받으며 소개되기까지 했다.
현재 그의 회사는 본부가 직접 영업을 하고 일을 수주하면 가맹점에 일을 나눠준다 .매출 규모가 수십억대인 요즘 사업초기 그가 흘렸던 땀으로 인해 지금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숫자가 적지않다.
부동산과 주식이 조금씩 들썩인다지만, 사상 최대의 실직자 기록을 하고 있는 요즘 오훈 사장과 같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업자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능력있는 창업자를 만나면 이런 분이 낯설고 힘들겠지만 블루오션에 도전, 새로운 길을 좀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지만, 어떤 이는 너무 안전한 길을 가고자 한다. 또다른 이는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너무 속성으로 열매를 따려고 서둘러 신뢰가 안간다.
오훈사장처럼 힘든 도전을 하면서 기꺼이 시스템과 내부 역량을 한 발 한 발 만들어나가려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창업 시장에서는 잃을게 너무 많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잃을게 많을 수록 그 것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것만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도 힘든 분야가 창업 시장이다. 직업이야 몸과 머리 시간만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창업에는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디어와 자본의 결합이 절실하지만, 국내에서는 좀체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
오훈 사장이 창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외를 갔듯이 90년대 중반 한창 일할 수 있는 의욕으로 가득찬 30대와 40대 초반의 창업자들이 사업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돼 그때보다 정보수집이 1천배는 더 쉬워진 요즘은 대개 안전한 사업, 쉬운 사업만 생각한다. 오훈 사장같이 큰 꿈을 가지고 기꺼이 혼돈의 바다로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 세대와 달라 취업도 어렵지만 막상 취업을 해도 자신아 좋아하는 일을 위해 쉽게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런 자유분방함(?)에서 21세기에 맞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가 정신을 기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언젠가 창업이 꿈이라는 20대 대학생을 만나 당신의 자녀가 게임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는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고 공부를 강요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공부를 못해 사회에 나가 원하는 일을 하는데 방해가 돼도 좋냐고 했더니 게임 잘해서 엄청 성공할 수도 있잖아요, 라고 답한다. 바로 그거다. 게이머로 성공하려면 단지 좋아해서만은 안된다. 장난처럼 하면 모든 걸 다 놓칠 수 있다.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하면 훌륭한 게이머가 될 수 있다. 김연아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성공의 조건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치열하게 하는 게 성공의 조건이다.
비슷비슷한 업종이 너무 많은 시대다. 너무 쉽게 모방만 하려고 해서 뭐가 잘된다, 어떤 업종이 돈잘번다고 말하기도 무서운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오훈 사장처럼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밑바닥부터 근성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5년 10년후 그로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는 그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창업자가 절실해진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www.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