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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또순이 원조 순대 정인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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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463 등록일등록일: 200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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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를 황금으로 바꾼 여자27년 전. 그 해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아무리 두 손을 부벼도 추위는 쉽사리 가시지가 않았다. 철없는 두 아이는 추위도 모른 채 마냥 신났다. 순간 두 눈에 왈칵 눈물이 고였다. 꽃다운 내 청춘, 결국 이렇게 시장 한 모퉁이 2평 남짓한 점포에서 순대와 함께 시들어가는구나. 신림동 원조순대 일인자로 불리는 또순이원조순대’ 정인자 사장(50세)에게 지난 27년은 그리 만만치 않은 시간들이었다. 

22살 어린 나이에 두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그것도 냄새 풀풀 나는 순대와 곱창을 팔아야한다는 건 고행의 나날이 아닐 수 없었다.정사장이 생계를 짊어지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된 건 그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다. 결혼 후 전 재산 30만원을 털어 들어간 전세방. 비록 작지만 가족의 보금자리라는 생각에 마냥 행복해 하던 어느 날, 옆방에 난 불이 옮겨 붙어 가재도구 등 모든 살림살이가 불타 맨 몸으로 거리에 나 앉게 됐다. 다급해진 정사장 일가족은 시동생 5명만으로도 발 디딜 틈 없는 시댁에 우선 몸담았다가 며칠 후 사글세로 옮겼다. 

추위에 떨며 거리를 헤매던 그 때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가난의 고통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돌려받은 전세자금 일부와 친척들에게 빌린 돈, 그리고 결혼 예물로 받은 금반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야채 점포들이 바글바글하던 신림시장에 1.5평 점포를 얹었다. 당시 신림시장 내에 순대집이라고는 세 점포가 다였다. 후라이팬 하나 갖다놓고 순대나 곱창을 볶아서 100원, 200원에 판매하는 형태였다. “시장 장사에서 단골은 무시할 수 없는 영업무기인데 이미 기존 점포들이 단골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옆 가게에 10명 고객이 들어갈 때 정사장 점포를 찾는 고객은 겨우 1~2명에 불과했으니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기도 힘에 부쳤다. 

하지만 방문고객이 적은 만큼 장점도 있었다. 시간이 넉넉하다 보니 고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져 자연스레 친분이 쌓이고, 이렇게 한 번 방문한 고객은 반드시 단골이 됐으니 알짜배기 고객을 만드는데 성공을 거둔 셈.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몇 안 되는 단골 고객 중 한 명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뜬금없이 “남대문 시장에 가봤냐”고 묻는 것이었다. 남대문 시장에 가면 곱창을 야채와 함께 넣고 볶는 곱창볶음이 인기 메뉴인데 밴치마킹 해 보라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심정으로 순대에 마늘과 파, 깻잎, 후춧가루를 넣고 볶아 고객들에게 시식용으로 나눠드렸다. 예상보다 반응은 좋았다. 순대의 비린 맛이 나지 않아 좋다는 고객부터 매콤한 맛이 색달라 또 먹고 싶다는 고객까지 반응은 다양했지만 이구동성 공통적인 평가는 맛있다’ 였다. 성공을 예감한 정사장은 정식으로 메뉴 개발에 나섰고 이렇게 탄생한 게 바로 신림동 메인메뉴로 자리잡은 볶음순대’다. 볶음순대를 판매하기 시작하고부터는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젊은 층보다는 중년층 고객이 많았던 점포에 학생들이 하나 둘 발을 들이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입 소문이 퍼져 고객 중 70% 가량을 학생이 차지하게 됐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양념 속에서 빨간 순대를 건지며 즐거워하던 학생들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곤함이 스르르 녹아내렸죠.”인근 점포에서 순대 고유의 맛을 버린다’, 시장 분위기를 흐린다’ 등 숱한 이유로 판매를 중단하라는 항의가 들어왔지만 신념 하나로 꿋꿋하게 버텼다. 

고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자 다른 점포들도 서둘러 볶음순대를 팔기 시작했고, 신림동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볶음순대 판매에 본격 뛰어들면서 주가는 날로 상승했다. 1992년 신림동에 순대타운이 탄생했다. 볶음순대 메뉴 개발로 순대시장이 확장된 후 야채 가게였던 점포들이 하나 둘 순대집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그 중 몇 개의 점포를 헐어 순대타운을 짓게 된 것이다. 1층 11개 점포 중 2개의 점포를 갖고 들어간 정사장은 꾸준히 점포를 확장, 6~7년 새 1층의 모든 점포를 인수했다. “27년 동안 오직 한 길을 걸어오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역경 속에서도 항상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고객이 왕이라는 신념이 성공을 일궈 낸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볶음순대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그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고객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또순이순대가 되겠다”고 밝혔다. 

본인이 힘겨운 순간을 딛고 일어섰기에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는 정사장은 인근 노인정과 복지관에 한달에 한번 쌀과 순대를 보내주고 있다.2003년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본격 뛰어든 정사장은 온 가족이 근육병에 걸려 생계의 위험에 처한 가족에서 무상으로 가맹점을 열어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다. 남에게 베푸는 만큼 복을 받는다’는 말처럼 프랜차이즈 가맹사업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 본격적인 가맹점 모집에 들어간 또순이원조순대’ 가맹점은 현재 18개며 오픈 준비 중인 점포도 2~3개에 이른다. 더 큰 행복은 이제까지 오픈 한 가맹점들 일 평균 매출이 50~70만원 선이라는 것.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장에 나와 두 손 걷어 부치고 직접 메뉴를 만들며 고객을 맞이하는 정사장. 가맹점 오픈일이면 아무리 먼 지역일지라도 달려가 직접 맛 교정 및 점주 교육을 시키는 정사장이 있기에 또순이원조순대의 미래는 밝다.

 

[문의] 02-2232-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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