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호프레스토랑. 160여평의 매장에 2백석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저녁 8시가 지나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 이곳의 하루 매출액은 4백만 ~ 5백만 원대, 종업원 수는 30여명이다. 

  같은 브랜드의 강남 매장. 1백80평 3백석 규모인 이곳의 하루 매출액은 7백만~1천만 원. 이 곳 역시 저녁 시간대면 젊은이들로 가득 차 빈 테이블을 보기 어렵다. k업체의 강남매장이나 신촌 매장의 겉모습은 이전의 호프집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 

  인테리어가 조금 더 고급스럽고, 종업원들의 유니폼하며 접객 태도가 호텔 수준이라는 점.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독특한 안주다. 이곳의 안주는 이벤트안주라고 할 정도로 기발한 것이 많다. 폭탄주먹밥의 경우 말 그대로 폭탄. 까만 김밥안에는 불(?)에 타는 붉은색 김치볶음밥이 폭발하길 기다리며 숨어있다. 바깥을 둘러싼 김에는 폭죽이 꽂혀있다. 안주가 나오면서 폭죽은 빛을 발한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중 하나는 버터 점보식빵. 갓 구워낸 먹음직스러운 따끈한 점보식빵위에 유혹하듯이 버터가 올라 앉아있다. 여성들은 무자비하게 버터를 이겨서 빵과 함께 안주로 먹는다. 따끈한 빵과 맥주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할 궁합이자만 젊은 여성들에게는 대인기다. 

  서울 명동에 있는 H매장. 이 곳 역시 대형매장이다.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종업원들의 접객도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 뺨칠 정도로 정중하다. 이곳의 특징은 매일 이벤트가 있다는 것. 

  어느 날은 빨간 바지를 입고 온 여성에게 선물이 안겨진다. 갑자기 테이블로 찾아온 종업원이 카드를 선택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만일 제대로 걸리면 공짜 술과 안주가 제공되고, 아니면 '꽝'이다. 입구에는 이곳을 자주 찾는 고객들의 명함이 빼곡히 벽을 채우고 있다. 

  이 두 업체는 요즘 잘나간다는 호프 레스토랑의 대표주자들. 모두 프랜차이즈 업체인데 요즘 주점들의 대표적인 트랜드를 잘 반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 두 업체는 30~60평 규모의 매장을 소유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체인점을 내주는데 고품격 인테리어, 고급스런 접대, 수준 높은 안주와 다양한 볼거리 및 이벤트가 이 두 업체의 공통점이다. 

  두 업체의 성공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맥주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이 세대교체 됐다는 점에 마케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흥이나 주점 창업자들은 동일한 업종에서 업태를 바꿔가면서 오랫동안 경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분들 중 새로운 트랜드를 발빠르게 받아들여 앞서서 성공의 과실을 따는 사업자도 있지만, 상당수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트랜드 변화를 읽지 못해 사업에 실패하기도 한다. 

  10년 이상 그 분야에서 사업을 해왔다고 해도 변화된 고객의 취향을 읽지 못한다면 베테랑이라고 할 수 없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래 사업을 해왔다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무경험자라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것이었던 밥그릇을 하루아침에 가로 챌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한다. 

  맥주전문점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업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끊임없이 변신하려는 노력 없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공도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셀라맛 자 ! 여러분 기쁨 속에서 고객을 가족처럼 사랑하면 복이 들어온답니다. - 


  매일경제 이경희소장의 새벽편지 중에서...


이경희 소장(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www.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