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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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596 등록일등록일: 2014-05-13본문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기간내에 해야할 일이 있어 A에게 약속을 미루자고 했더니 대뜸 그 단체의 장을 잘 안다며, 잘 이야기해줄테니 약속을 미루지 말자고 한다. 그단체의 장은 보통 높은 자리가 아니었다. 얼마나 바쁘겠는가. 그런데 조직의 저 밑에서 일어나는 하찮은 문제로, 그 것도 원칙에 어긋나는 청탁이 들어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뜸 그런 일로 청탁 운운하는 A에게 ‘세월호같은 놈’이라고 말했더니.. 겸연쩍은 헛웃음을 짓는다.
물론 A도 진짜 그럴 생각은 아니었고 농담을 한 것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세월호같은 놈의 사고방식인 것은 틀림없다.
세월호 사건이후 우리는 우리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단어 하나를 갖게 됐다. 바로 ‘세월호 같은 놈’이다.
세월호 사건 주변에만 세월호같은 놈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세월호 같은 놈들 천지다.
아니, 4천9백만 인구중 어느 정도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기 속에 있는 세월호같은 놈의 습성을 발견하지 않을까?
주변에서는 미션과 본질을 저버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무수히 많다.
얼마전 한 성형외과에서 젊은 여성이 코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 성형외과는 이전한 지 얼마안돼 어수선한 가운데 수술을 했다고 한다. 일반 성형외과에서 의사가 수술을 하다가 자리를 비우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성공을 보증할 수도 없는데 가맹점 창업 희망자들에게 장밋빛 대박의 꿈만 안겨주고 문제점을 함께 이야기해주지 않는 가맹본사라면 그들은 세월호같은 프랜차이즈인 셈이다. 창업자를 두고 과도한 권리금 거래를 하는 부동산 컨설턴트들도 세월호같은 놈들이다.
가맹점을 창업하면 가맹계약 내용을 준수해야 하는데 눈앞의 이익을 위해 본사가 규정한 품질을 외면하고 싸구려 제품을 몰래 받아서 사용하는 가맹점주도 세월호 같은 놈이다.
가맹점을 지도해야 할 슈퍼바이저가 가맹점 지도에 필요한 전문성을 쌓는데 관심이 없다면 그 또한 세월호같은 놈이다.
컨설턴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컨설턴트가 큰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할 지언정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어떤 사업을 부추기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 또한 세월호같은 놈이다.
선진화된다는 건 세월호사건같은 구석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노력에 다름이 아니다.
가맹본부든, 창업자든, 창업 시장 주변에서 함께 생존하는 생태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안의 세월호 사건같은 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세월호가 어처구니 없는 인명 사고를 냈듯이 창업시장에 만연한 황당한 실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면 각자가 자신의 미션을 되돌아보고 재점검해야 한다.미션이란 어떤 기업이나 직업의 존재이유다.
업-사업이든 직업이든-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존재 이유를 수행하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는 왜 나라는 직업을, 우리라는 기업을 필요로 하는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문학적 태도이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본질과 어긋나는 일을 하거나 태도를 보이는 기업 혹은 사람을 만난다면 이렇게 말해주자.
‘에이~ 세월호 같은 놈.’
그러면 그는 부끄러워하며 반성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같은 놈’이라는 욕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 당장 완벽해질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같은 구석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보면 비즈니스 환경이 더 정화되고 사회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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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20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했다. 둥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프랜차이즈를,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에서 외식업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방송과 언론에서 창업 전문 패널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rfr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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