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소장의 행복한 창업]창업자 정신 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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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585 등록일등록일: 2014-05-23본문
A사의 가맹상담자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창업자들이 계약직전에 공장 방문같은 걸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본사도 방문해 보지 않고 계약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냥 가맹점포만 가본 후에 ‘나는 당신 회사를 보고 계약하는게 아니라 당신을 믿고 계약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걸 알리고 싶어했던 A사의 가맹상담자는 그런 창업자들을 보면서 회사 시스템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맹본사들 중에는 정규 직원이 아니라 수수료제로 일하는 가맹영업직들이 적지않다. 그런 직원들은 이직이 잦은 편이다. 그런데 회사가 아니라 영업사원을 보고 계약한다니 도데체 그런 말을 하며 계약하는 창업자들은 무엇을 믿는 것일까.
가맹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는 대립적이기도 하지만, 운명공동체이기도 하다.
가맹본사에 문제가 생기면 그 타격은 당연히 가맹점에게 미친다.
반대로 가맹점 한 개가 속임수나 서비스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해당 브랜드는 물론 전체 동료 가맹점들의 매출이 동반 하락하면서 피해를 입는다.
그런데도 가맹본사 조차 방문하지 않고, 계약을 맺는다니.
최근들어 가맹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없는 허약한 가맹본사들이 줄을 세우며 가맹점 계약을 맺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단지 아이템이 뜬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맹본사의 조직이나 구조, 시스템의 경쟁력이 어떤지를 보지 않고 가맹계약을 맺는 창업자들이 줄을 선다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아이템만 그럴싸하면 가맹점 계약을 줄세울 수 있다면 가맹본사들이 힘들게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직원 교육에 투자를 하고, 가맹점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서 더 좋은 회사를 만들려고 굳이 노력할 필요도 없어진다.
최근의 또다른 유행중 하나는 가맹비 면제, 교육비 면제 등 가맹계약만 해주면 모든 것이 면제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요즘처럼 가맹점 모집이 어려운 시절에 싼 가격으로 창업자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대신, 물류나 로얄티에서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가맹본사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과감하게 초기 개설비를 낮춰주는 본사들중 일부는 인태리어나 설비비 등에서 높은 비용을 책정해서 다른 통로로 수익을 확보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실제로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 가맹점을 개설해준다고 치자. 그러려면 가맹본사가 제조공장을 가지고 있어서 물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든지, 제대로 된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서 가맹점의 매출을 제대로 올려주고 로얄티를 받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니면 가맹본사는 도데체 어디서 수익을 얻는단 말인가.
땅파서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창업자들이 이렇게 좋은 본사, 나쁜 본사를 가려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가맹본사도 굳이 좋은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훌륭한 제조공장을 가지고도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창업 현실이라면, 우수한 직원을 양성하고 가맹점을 지원해주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가맹본사가 창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창업현실이라면, 프랜차이즈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좋은 가맹본사를 만들려는 프랜차이즈 CEO가 없는데 우수한 인재들이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가맹점도 처음 창업할때의 지원외에는 가맹본사에 더 기대할 것도 없을 것이다.
창업만 있고 경영은 없다면 , 장수경영이나 지속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얼마전 중국 북경의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갔다가 불과 4~5년만에 엄청난 성장을 한 중국 프랜차이즈 시장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중국에는 이미 상장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국내에서는 자생적으로 출발한 가맹본부들중 직접 상장한 사례는 없다.
무엇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지불할 돈은 제대로 지불하고 대가를 받았으면 서비스도 제대로 해야 산업이 탄탄하게 성장한다.
더 좋은 가맹본사를 만들려는 기업의 노력이 창업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경쟁력없는 뜨내기 가맹본부들만 수룩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미래는 없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20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했다. 둥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프랜차이즈를,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에서 외식업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방송과 언론에서 창업 전문 패널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rfr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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