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칼럼]신직업 육성 민간에 맡겨야 ‘장롱자격증’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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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547 등록일등록일: 2014-06-27본문
최근 정부가 전략적으로 신(新)직업을 육성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가 기획재정부·경찰청 등 다른 부처와 협의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신직업 육성 프로젝트’는 사립탐정, 이혼상담사, 노년 플래너 등 다양한 분야의 직종을 망라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은 특정 산업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존 산업이 변혁기를 맞으면 새로운 직업군의 대두가 필요해진다.
새롭게 육성하고자 하는 직업은 대부분 ‘스마트(smart)한’ 서비스 직종이 많고, 이런 직업군이 제대로 육성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수요와 해당 직업군이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의 확립이 필요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부 직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일부는 민간 주도로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재고해봐야 할 점은 수요 조사도 제대로 안 된 직업군을 정부 주도로 육성할 수 있느냐이다.
그동안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다양한 자격증이 쏟아져 나왔고 수많은 사람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지만, 정작 그런 직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커피 바리스타는 정부에서 자격증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매년 몇만 명이 응시하고 있다.
정부가 신직종을 육성해 대량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발표는 쌍수 들고 환영하지만 시장 수요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직업군에 정부가 나서서 자격증부터 만든다면 ‘장롱자격증’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직업군이 자리도 잡기 전에 국가자격증을 만들면 해당 직업이 자유롭게 성장하기 전에 박제된 직업인만 양성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직업 육성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실제 직업 육성은 민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 뒤 해당 직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즈음에 사회 상황을 보고 국가 자격증 도입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간에서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쳐서 발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새로운 직종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새로운 직종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직종군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나 해당 직업군 교육기관, 관련 직종군의 협회 등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신직업군의 창출에 서비스 프랜차이즈가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서비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새로운 직업군에 종사하는 1인 사업가 내지 소호(SOHO) 사업가가 많은데 이들은 가맹본부가 만든 IT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도 하고 공동 마케팅 활동으로 고객을 개척하기도 한다.
또 새로운 직종은 대부분 특정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가령, 사립탐정은 단순이론 교육과 자격증 보유만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어렵다. 따라서 특정 직종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와 콘텐츠를 가진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렁 시절 1인 기업가, 1인 창조기업 육성정책을 펼쳐 일자리를 만들고자 했지만 크게 실효성을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부분적으로 1인 기업가 몇 명을 육성한다고 대량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산업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 신직업군 육성 정책은 대량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다만 어떤 직업군이 정부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므로 정부가 방향을 제시해주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육성해나가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20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했다. 둥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프랜차이즈를,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에서 외식업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방송과 언론에서 창업 전문 패널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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