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칼럼]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와 이익공유 프랜차이즈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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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884 등록일등록일: 2017-11-17본문
1917년 10월 25일 러시아에서는 노동자 농민 독재를 표방하는 볼셰비키당이 수도를 점령했다. 인류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딱 100년이 흘렀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의 실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지만, 사회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자영업 시장의 사회적 경제 모델 실험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에서도 사회적 경제 모델은 실험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협동조합이다. 최근에는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와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는 프랜차이즈 방식과 협동조합모델을 결합한 것이다. 이익공유 프랜차이즈란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가맹점주와 나누는 것이다.
기존 프랜차이즈업계의 협동조합 및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이미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은 협동조합이나 이익공유형 모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업가의 이윤추구 동기유발에 한계가 있어
기업가의 헌신과 열정을 끌어내기 어렵다고도 한다. 다수의 경영 참여는 자칫 주인 없는 회사를 만들 수 있어 사업 초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협동조합이나 이익공유형이 미래 대응보다는 현재의 분배에 집중하므로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경쟁력 없이 산업 전체가 하향 평준화될 뿐이고 협동조합이나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들도 성장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겪었던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므로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생존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 작은 기업들, 이익공유·협동조합 프랜차이즈 모델에 개방적
반면 규모가 작은 영세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이점을 누려야 하므로 가맹점 모집이 중요한데, 갑질 없는 이미지가 가맹점 모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게 환영의 가장 큰 이유다.
특히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브랜드에 상당한 부담이므로 가급적 한통속으로 매도되는 갑 질 프랜차이즈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선한 이미지가 고객들의 지지를 받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또 생각보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공확률이 낮다는 점도 이익공유형이나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에 긍정적인 이유다. 조합원 가맹점들의 협조와 우호적 관계가 훨씬 더 순탄한 길로 사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 갈수록 현명해지는 창업자, 누구를 택할까
정부의 지원도 솔깃한 제안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정부 지원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가맹사업 거래에 관한 법률과 가맹본부-가맹점 간 심각한 갈등을 극복하는 데도 사회적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자들이 많다. 어느 쪽이든 간에 사회적 모델을 도입한 프랜차이즈를 활성화시키려면 성공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
현재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로서 가장 성공한 사례는 ‘국수나무’를 운영하는 해피브릿지와 ‘명랑핫도그’다. 그런데 해피브릿지는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또 두 기업 모두 가맹점주와의 이익공유나 협동조합 모델이 아니고 가맹본부 직원들이 조합원인 노동자협동조합 모델이라 현재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가맹본부 가맹점 상생을 위한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이익공유나 협동조합 어느 쪽이든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 모델의 도입이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행태가 사회적 지탄을 받기 때문이다.
◆ 불혹 나이 프랜차이즈 산업, 현명한 판단 필요
프랜차이즈의 핵심자산은 가맹점이다. 가맹점주들은 살림살이 경제를 하려는 생계형 사업자들인데 가맹본부가 돈벌이 경제에 혈안이 되면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나이는 40세이다. 40은 불혹의 나이다. 세상일에 마음을 뺏겨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할 때다.
프랜차이즈 경영자들도 돈벌이 경제 즉 양적 성장에만 마음을 뺏겨 가맹점주 관계와 상생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갈수록 가맹점주들이 현명해지고 있고 가맹본부가 독점하던 노하우의 장벽이 낮아지고 개방되는 추세다.
현명한 창업자들은 상생 철학이 없는 가맹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최종 소비자가 지지하고 창업자가 지지한다면 지금은 미약해도 어느 순간 역전이 일어날지 모른다. 관건은 협동조합이나 이익공유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선한 의지만이 아니라 얼마나 유능한 기업이 돼 그들을 믿고 찾아오는 창업자들에게 성공을 안겨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뜻이 좋고 무능한 것과 뜻이 나쁘고 유능한 것에 우열을 두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