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칼럼] 스피드 경쟁력, 불황 이기고 음식점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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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055 등록일등록일: 2018-01-16본문
“덩치가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
글로벌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의 회장인 존 챔버스가 했던 말이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IT 시장은 물론이고 아날로그 사업인 소규모 음식점 경영에서도 스피드는 중요한 경쟁요소이다.
◆스피드 경쟁력, 매출 향상의 원동력
원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여기에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음식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식업소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매장 규모나 영업시간이 한정돼 있는 음식점 경영에서 스피드 경쟁력을 갖추면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고객을 맞을 수 있다. 서비스 제공 속도가 빨라지면 서비스 회전율이 높아지고 매출도 덩달아 오른다.
일반 음식점의 경우 손님이 많이 몰리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도 1~1.5 정도의 좌석 회전율을 보이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피드 경쟁력을 갖추면 회전율을 두 세 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비슷한데 매출이 더 높아지면 고정비율이 낮아져 수익은 그만큼 더 개선된다.
◆밥집보다 식사 속도가 빠른 고깃집, 화덕초 대파 불고기
고깃집은 고객이 직접 고기를 구우며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기기 때문에 빠른 좌석 회전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업종 중 하나이다. 하지만 초벌구이 방식을 잘 활용하면 스피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성비 불고기집’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화덕초 대파 불고기’의 경우 매출의 주요 원동력 중에 하나가 속도 경쟁력이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저녁 시간에도 기차역 안의 가락국수집처럼 빠른 속도로 고객이 들고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양념 소스와 대파를 접목한 불고기를 제공하는 이 곳은 미리 초벌구이 된 고기를 고객의 주문과 함께 참숯 화덕에서 살짝 데워 불맛을 내어 제공한다. 고객은 특제옹기 그릇에 서빙 된 불고기를 대파와 함께 살짝 볶아서 술과 함께 즐기는데 음식 주문, 서빙, 식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30~40분 정도이다. 참숯에 구워내는 불맛과 스피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화덕초 대파 불고기 진주경상대점의 경우 82.6㎡(25평) 매장에서 하루 9~10회전을 기록하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독특한 초벌구이 비법이 가진 스피드 경쟁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회전율이다.
◆라면처럼 쉽게 끓이는 저가 칼국수, 밀겨울
최근 저가 칼국수와 베트남 쌀국수가 인기다. 면요리의 장점은 원재료 비율이 낮을 뿐 아니라 조리시간이 빠르다는 점이다. 면요리의 경우 보통 남성 한 사람이 주문에서부터 식사를 마칠 때까지 평균 23분 정도가 소요된다.
저가 칼국수전문점인 ‘밀겨울’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점의 매장 규모는 66.1㎡(20평)이다. 오피스 상권에 입점해 있어 직장인이 몰리는 점심시간 매출이 매우 중요하다. 이 매장은 점심시간에는 테이블 하나당 5번 정도 손님을 받을 정도로 매장이 북적인다. 주방에서는 고객이 메뉴를 주문하면 타이머를 4분에 맞춰놓고 그 시간 안에 조리를 완료한다. 일 매출의 70% 이상을 점심시간에 올린다. 단 2시간 동안 300여명의 손님을 응대하지만 조리 시간이 평균 3~4분 정도로 짧은데다 메뉴가 단촐해서 주방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
밀겨울은 49.6㎡(15평) 기준 점주 포함 1명, 총 두 명의 매장 근무자만 있으면 하루에 수백그릇의 칼국수를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스피드 경쟁력의 비결은 물류 공급 시스템에 있다. 생면, 사골육수, 만두, 떡갈비 등 판매하는 모든 메뉴가 원팩으로 포장되어 매장에 제공되므로 인스턴트 라면처럼 조리가 간편하다.
밀겨울의 경우 인건비 절약과 스피드한 운영 시스템을 통해 저가칼국수라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경비를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이다.
◆식사 속도 빠른 혼밥족 타겟 업종도 스피드 경쟁력에 유리
스피드 경쟁력을 높여주는 고객층이 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들이다. 이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식사만 하기 때문에 동반자가 있는 고객에 비해서 식사 시간이 현저하게 짧다.
바 형태로 운영되는 1인 샤브샤브 전문점인 샤브보트(SHABU BOAT)는 스피드 경쟁력을 통해 회전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식사 시간이 짧을 뿐 아니라 직원 1명이 접객할 수 있는 말발굽 형태 바(Bar)를 설치해 인건비 효율도 높였다. 35개 좌석을 가진 샤브보트 롯데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하루 총 7~8회의 회전율을 보이고 있다.
◆배달 음식점들, 조리 속도 빠르면 매출 올리는 데 유리
배달전문점의 경우 스피드 경쟁력을 높일수록 매출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 배달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 나라에서도 치킨이나 족발, 보쌈 배달 시간이 30~40분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경쟁업소보다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내점 고객은 물론 배달 서비스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배달전문점이든 치킨호프집이든 한 마리의 후라이드 치킨이 튀겨져 나오는 평균시간은 주문 후 15분 정도다. ‘한앤둘치킨’의 경우 주문 후 포장까지 4분 만에 완료하는 스피드 경쟁력을 갖고 있다. 4분 스피드의 비결은 튀김기술이다. 본사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한 ‘압력튀김기’를 통해 압력밥솥과 같은 원리로 고압축으로 빠르게 튀겨내면 조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풍부한 육즙과 쫄깃한 육질을 느낄 수 있다.
◆양식보다 속도 경쟁력에 유리한 한식 업종 찾아라
한식은 양식에 비해서 스피드 경쟁력에서 앞서는 메뉴가 많다. 브런치나 서양식 중에는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한 메뉴씩 조리를 해야 하므로 조리 시간과 인력 운용의 효율이 떨어지는 메뉴가 많다. 반면 국밥같은 한식은 미리 재료를 잘 손질하고 밑반찬을 준비해두면 조립방식으로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조리할 수 있어 스피드 경쟁력에서 앞선다.
한 번에 1인분씩 조리해야 하는 메뉴는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 여러 명의 주방 직원이 필요하지만 스피드 경쟁력을 갖춘 한식 메뉴는 적은 수의 주방 인력으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음식점이 스피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벌구이 방식을 통해 고객 대기 시간을 줄여주거나 푸드테크로 제조된 완제품이나 반가공품을 적극 활용해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는 조리 기구를 도입하거나 오픈 주방을 가진 바 형태의 인테리어를 통해 조리와 서빙을 통합함으로써 스피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장기 근속한 숙련된 종업원도 스피드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이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중요한 차이점 중에 하나가 바로 스피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 스피드 경쟁력이 없는 업종은 객단가를 높여야 한다
한편 회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업종의 경우엔 스피드 경쟁력 대신 객단가를 올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1인 레스토랑, 예약제로 운영되는 고급 레스토랑, 중요한 미팅과 모임이 많이 이뤄지는 비즈니스 레스토랑도 ‘슬로우 테마’ 업종들이다. 이처럼 회전이 느린 업종들은 가격 책정과 객단가를 높이는 메뉴 구성이 중요하다.
일명 ‘카공족’으로 불리는, 카페 스터디족이 늘어나면서 중대형 카페 업종도 회전율이나 스피드를 논하기 어려운 업종 군에 포함되고 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메이저 커피 브랜드들은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브런치 식사 메뉴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이다.
카공족들을 겨냥해 중대형 매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바빈스커피’의 경우 브랜드 설계 때부터 브런치 판매를 강화했다. 바빈스라는 브랜드 네임은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BAR'와 커피 원두를 뜻하는 'BEANS'의 합성어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커피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호텔식 수제 브런치와 수제버거, 리조또 등을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스페셜티 블렌딩 커피를 포함 총 56종의 음료 판매가 전체 매출의 70%, 수제 브런치 메뉴가 3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