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우동집이 매장 130개 전국 브랜드로 성장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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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6 등록일등록일: 2024-10-31본문
어느 동네나 맛있고 좋은 음식점들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맛집에 머물다 창업자가 늙어가면서 가게도 함께 사라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30년 이상 숨어있던 동네 맛집의 가치를 발견하고 가맹점 130개를 가진, 대한민국 대표 우동 맛집으로 성장시킨 사업가가 있다.
40년 역사의 <수유리우동집>을 운영하는 (주)물과소금의 안성원 대표(53)다. <수유리우동집 본점>은 1984년에 김밥, 우동, 짜장, 쫄면 네 가지 메뉴로 시작했다. 지역 맛집으로 유명했지만 숨은 진주가 세상에 알려지고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4년이 지난 2011년, 안성원 대표를 만나고 부터다.
수유리우동집이 성장한 이후 이 브랜드를 모방한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지만 지금까지 수유리우동집의 깊고 중독성 있는 맛과 가성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브랜드는 없었다. 안 대표가 숨어있던 맛집이던 수유리우동집을 전국 브랜드로 성장시킨 비결은 뭘까?
◆이종석 사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오래 전 안성원 대표는 수유리우동집의 이종석 사장을 동네 이웃 상인으로 만났다. 안 대표는 원래 야간 영업을 해야 하는 민속주점을 운영했는데 건강 상의 이유로 양도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수유리우동집은 안 대표가 운영하던 주점 바로 옆 가게였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당시에도 수유리우동집 본점은 수유 사거리의 맛집이었다. 이종석 사장과 안성원 대표는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영업이 끝나면 새벽 아침이 되서야 술잔을 기울이며 같이 하루를 마감했다.
안 대표는 업종 변경했던 교육 사업마저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부득이 폐업하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갑자기 수유리우동집이 떠올랐다. 이미 시간은 3년이 지난 뒤였다. 그의 마음에는 늘 수유리우동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단순한 메뉴지만 중독성있는 깊은 맛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수유리우동집>을 키우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교육을 듣고 <수유리우동집>의 이종석 사장을 찾아가서 그의 꿈과 계획을 이야기 했다. 다행히 이종석 사장도 안성원 대표의 꿈을 지지했다.
◆3개월간 주방에서 일하며 의정부 직영 1호점을 열다
안성원 대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전에 본점 외에 안테나 매장을 내기로 했다. 사업성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수유리우동집의 의정부 직영 1호점을 내기 위해 본점에서 3개월간 일했다. 그리고 2011년 의정부에 매장을 오픈했다. 누구보다 수유리우동집을 사랑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신했지만 처음에는 여전히 앞치마를 두르고 우동집을 하는 게 부끄러웠다. 매장에 아는 사람들이 오면 그 사람들이 나갈 때까지 주방에서 못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운영을 해보니 고객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졌고, 사업성에도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창업한 지 3년 후인 2014년 법인을 설립하고 수유리우동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노하우 전수 대신 프랜차이즈를 택한 이유는?
사업 초기에는 노하우 전수를 해줬다. 노하우 전수 방식은 비교적 가맹점 관리가 용이했으나 문제점은 매장마다 천차만별로 맛이 다르고, 가맹점 통제가 쉽지 않았다. 또 노하우를 배운 후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서 경쟁자가 되기도 했다.
계속 그렇게 하다가는 원래 브랜드마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이종석 사장과 안성원 대표가 지분 5대5로 법인을 설립했다. 이종석 대표는 본점을 운영하고 안성원 대표가 의정부 매장을 운영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안성원 대표가 이종석 사장과 함께 1984년에 시작된 작은 우동집을 130개 매장으로 확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멸치도 커피처럼 로스팅한다?
첫째, ‘우동의 국물 맛’이다. 우동은 국물 맛이 50% 이상을 좌우한다. <수유리우동집>은 여러 종류의 멸치와 북어머리와 디포리를 넣고 간장을 섞어서 만들었다. 멸치도 동해안산, 남해안산 등 모양도 맛도 다르다. 멸치 1년치를 받으면 양도 어마어마하다. 가맹점에서는 멸치가 떫어지기 전에 꺼내야 하는 게 포인트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매장마다 일정한 맛을 내기 힘들다.
그 멸치를 커피 로스팅하듯이 볶아서 분쇄한 후 공급한다. 멸치 로스팅에는 많은 노하우가 숨어있다. 여러가지 종류의 최상급 멸치의 비율, 간장의 종류와 농도, 볶는 순서와 시간 등 관리해야 할 포인트가 많다. 두꺼운 멸치부터 먼저 로스팅하는 것도 비결 중 하나이다. 멸치 외에 다른 식재료도 배합한다. 매장에서 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일도 힘들고 맛이 일정하기 어려워 가맹본사가 공장에서 일정한 맛을 만든 후 가맹점에 공급하는 것이다. 수유리우동집은 이런 방법을 통해 멸치육수 특허를 받았다.
둘째, ‘자체 생면회사 운영’이다. <수유리우동집>은 2020년부터 자체 생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 전까지 매장에서 반죽을 직접해서 면을 뽑았다.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쉽지 않다. 매장 크기도 점점 작아져서 반죽기 제면기가 들어가기 힘들다. 사고 위험도 크다. 가맹점에 생면을 공급하기 위해 생면제조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생면의 특징은 일반 반죽면과 동일하다. 변성 전분을 덜 사용한다. 변성전분을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중화면이다. 쫄깃한 맛을 내기 위해서 쓰는 변성전분이란 오래 안풀어지게 하려고 쓰는 소다 같은 것을 말한다. 수유리 우동집은 변성전분을 적게 사용하고 호주산 밀로 만든다. 공장은 망월사역 근처에 있다. 80평 규모다.
◆우동과 짝꿍 김밥 맛도 수준급
셋째, ‘김밥의 맛과 퀄리티’이다. 대부분의 우동집에서 우동과 김밥을 함께 판매하지만, 김밥은 서브 메뉴 개념인 경우가 많다. <수유리우동집>은 우동만큼 김밥의 맛과 퀄리티가 뛰어나다. 수유김밥, 스팸김밥, 치즈김밥 등의 김밥 종류가 있고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김밥 종류를 많이 하지 않아도 맛에 중독성이 있어서 판매 비율이 높다.
<수유리우동집> 김밥의 특징은 밥에 간을 안하는 것이다. 맛소금, 기름을 안 넣는다. 김 겉에만 참기름을 바른다. 당근도 다 볶아서 쓴다. 값비싼 얇은 어묵을 사용한다. 얇은 어묵은 씹을수록 부드럽다. 야채도 많이 들어간다. 햄은 들어가지 않지만 고객들이 자주 찾는 비건 김밥이다.
손님들이 오면 보통 우동 1개와 김밥 1개를 많이 시킨다. 객단가는 1만 원 정도다. 기본 우동 매출이 가장 높다. 국물과 면의 퀄리티가 높아 맛이 뛰어나다. 우동에 청양 고추를 넣어 즐기는 손님이 많다.
넷째, ‘단순할수록 강하다’
수유리우동집의 강점 중 하나는 단순한 메뉴 구성이다. 메뉴가 많으면 주방이 복잡해지고 힘들다. 그래서 수유리우동집은 메뉴를 늘리는데 매우 보수적이다.
보통 종합 분식집의 메뉴 수는 30, 40가지이다. 안성원 대표가 운영하는 수유리우동집 의정부점 메뉴는 12, 13가지로 시작했다. 지금은 20가지로 늘어났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 우동, 짜장, 쫄면, 잔치국수, 비빔밥, 김밥이 있고 사이드로 냉메밀과 돈까스가 있다.
◆10평 대 매장에서 부부가 운영하기 좋은 시스템
다섯째, ‘부부가 운영하기 알맞은 시스템’이다. 2014년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수유리우동집>은 개인 매장에 노하우를 전수해왔다. 기술노하우만 전수하니 브랜드가 금방 없어졌다. 우후죽순 여기저기 많이 생기지만 통제가 안 돼 브랜드가 금방 망하기 쉬웠다. 안성원 대표가 이종석 대표와 함께 의기투합해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안 대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면서 <수유리우동집>의 창업콘셉트를 ‘10평대 매장에서 부부가 운영하기 좋은 브랜드’로 만들었다. 투자비는 보증금 포함해 보통 1억~1억5천만원 대 정도다. 월세가 250~300만 원 정도하는 오피스가나 주택상권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기준 평수는 15평 정도다. 주방을 절반인 6~7평으로 만들었다. 면전문점이라 시설이 필요해 주방을 넓게 뽑았다. 주방은 가스와 물을 많이 사용해 전기 증설이 필요하다. 가스 시설도 16등급 이상이면 좋다. 수도요금은 20만 원 정도 나온다. 배관 시설을 잘해야 한다. 중화 렌지로 면을 삶고 주방에서 뜨거운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배관을 튼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가맹점 월평균 매출 3~4천만 원대...순수익은?
여섯째, ‘가맹점과의 상생’이다. 2023년 기준 <수유리우동집> 가맹점의 연매출은 평균 3억2천만 원대이다. 전체 가맹점 중에 월매출이 4천만 원 이상 나오는 곳이 20%, 2천만 원대 나오는 곳이 30%, 나머지는 월평균 3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수유리우동집> 가맹점의 특징은 오래 운영할수록 매출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오래 한 곳은 다 매출이 높다. 본점과 상계점, 의정부, 광주광역시에 있는 매장이 대표적이다. 15평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200만 원 이상 나온다. 맛의 퀄리티가 받쳐주고 꾸준히 성실하게 운영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의 원가율은 35%, 인건비와 임대료가 합해서 35%이고 순수익률은 20~25%선이다.
◆매월 11일은 상생데이
가맹점주들의 경력과 특징은 다양하다. 변호사도 있고 세무사도 있다. 이런 점주들은 점장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업종을 하다가 멘탈이 손상된 상태에서 <수유리우동집>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자부심도 찾은 점주도 있다.
안성원 대표가 가맹점주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최대한 몸 상하지 않고 오래오래 하자는 것이다. 안 대표는 가맹점과의 상생에 힘쓴다. 매월 11일은 상생데이다. 식용유나 옥수수 등 식품 품목을 정해서 무료로 배포한다.
<수유리우동집>의 영업시간은 자율이다. 일요일 휴무가 많다. <수유리우동집>은 중소벤처기업부 2017년부터 우수 프랜차이즈에 매년 선정됐다. 7회 연속 받아서 명예의 전당에 올라갔다.
◆차에서 쪽잠자며 만든 브랜드
일곱째, ‘대표의 열정과 감성 경영’이다.
<수유리우동집>은 유명 우동맛집이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화하는 것이 쉬워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하면 기존에 쌓아온 명성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안성원 대표도 많은 공을 들였다.
2014년 가맹사업 초창기에는 1인 다역을 하며 일을 했다. 차안이 사무실이었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상담하고, 클레임 처리까지 다 했다. 차에서 쪽잠을 자며 일을 하다보니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20개 가맹점에서 70개까지 매장이 확장됐다. 그 시기 이혼으로 두 아이들의 양육까지 책임져야 했던 터라 회사 경영과 동시에 직영점 운영까지 시간을 쪼개가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생활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매장에서 자는 날도 많았다. 그 당시 디스크 수술도 받았는데, 너무 무리했을까? 안 대표는 안면마비인 구안와사까지 발생해 1여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치료를 받으며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직원이 퇴근하면 압박붕대를 감고 매장에 나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고진감래는 있었다. 사업중기에 접어들자 직영점도 안정을 찾고 가맹점도 점점 확장됐다.
◆직원이 천군만마, 장기근속이 많은 이유는?
안성원 대표가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초창기 직원들이 지금도 계속 함께 일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에게는 천군만마와 같다.
안 대표의 직원관리 노하우는 너무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 직원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어려웠던 코로나 시기에는 직영점 직원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평소 요리를 즐겼는데, 코로나로 집에 갇힌 직원을 위해 반찬 5~6가지를 만들어 집 문 앞에 갖다주기도 했다. 이러한 감성 경영은 직원들과의 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절대 안 없어지는 브랜드...100년 가는 브랜드
안성원 대표는 지금도 이종석 대표와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의 경영 제 1원칙은 40년 전 <수유리우동집>을 시작한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존중하는 것이다. 창업주는 서민음식인 우동을 겸손한 마음으로 만들어 팔고자 했다. 우동과 김밥, 짜장면과 쫄면만으로 <수유리우동집>을 유명 맛집으로 만들어낸 창업주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안 대표의 <수유리우동집>에 대한 자부심을 크다. 40년을 지켜왔고,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란 확신, 쉽게 넘어지지 않을 거란 확신을 갖고 경영을 하고 있다.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이제 재밌게 사업을 하고 싶다. 가맹점의 숫자보다는 질적 성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년을 해왔으니 앞으로 40년, 50년 이상 지켜가는 게 안 대표의 바람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작은 식당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방법은 일본의 노포처럼 100년, 200년 가는 맛집이 되든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과학적인 운영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레이크록도, 스타벅스의 하워드슐츠도 브랜드의 창업자가 아니었지만 숨어있는 작은 식당의 가능성을 발견해서 글로벌한 브랜드로 키워냈다. 100년 맛집은 창업자의 가족이 대를 이어 경영하면서 사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프랜차이즈는 서비스 사이언스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상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든다. 지금 우리 골목길에 숨어있는, 수유리우동집같은 혹은 제2, 제3의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같은 가능성을 가진 식당들이 얼마나 많을까? 숨어있는 진주는 비즈니스 기회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만 발견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KFCEO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주임교수. 저서 <CEO의탄생><내사업을 한다는 것><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