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칼럼] 4차 산업혁명과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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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6,972 등록일등록일: 2017-12-26본문
올해 프랜차이즈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논란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반작용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이익공유형이란 가맹본부가 남긴 이익을 가맹점과 나눈다는 의미다.
◆ 조삼모사라는 반대의견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질적으로 이익공유형이지만 일반기업들은 이익공유라는 개념 자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곳이 많다. 이익공유시스템을 고려해보라고 권하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독립채산제인데 어떻게 이익공유를 할 수 있냐는 의견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원리에 반한다’, 또는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 주는 거나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 주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니냐. 결국 조삼모사다’라고 말하는 기업가도 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재무적으로 독립된 기업인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사전 규정 없이 판촉비나 격려금을 지급하면 접대비로 처리돼 세무적인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공유는 관심을 기울여볼 만한 주제다. 현대 사회는 기업에 유능함과 따뜻함을 모두 요구한다. 기업에 세계 시민의식을 요구하는 시대인데 하물며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 대한 관계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가맹점 성공, 프랜차이즈 성패 좌우
다수의 사업자가 협력해 운영하는 체인 사업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체 점포가 단일자본에 의해 직영으로만 운영되는 레귤러(regular) 체인부터 각 점포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지만 가맹점이 가맹본부의 방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프랜차이즈 체인도 있다. 또한 공동 브랜드와 공동구매 등 점포들이 협업관계를 갖지만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관계가 느슨하고 운영의 자율성이 높은 볼런터리(voluntary)형 체인, 이해당사자가 조합원인 협동조합형 체인 등도 있다.
이중 가맹점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타입이 프랜차이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가맹본부 대부분이 직영점을 운명하지 않고 전적으로 가맹점에만 의존해서 운영되는 기업이 많다. 제조기반이나 도매중심도 아니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노하우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포맷형 프랜차이즈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맹본부들은 가맹점 외에 다른 수익원이 없어 독자적인 존립이 어렵다. 설령 제조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도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가맹점 공급용 제품만 만들 수 있는 수준인 곳이 대부분이다.
◆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능력 중요
그래서 거의 모든 가맹본부가 가맹점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고 가맹점 모집만 잘 되면 프랜차이즈 사업은 저절로 잘 굴러갈 것처럼 생각하는 기업가가 많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생겼다가 문을 닫은 가맹점들을 생각해보자. 한때 잘 나가다가 없어진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과거의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역사는 가맹점을 모집해서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모집한 가맹점을 지키는 능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미래를 예측하고 싶으면 먼저 역사를 공부해서 과거의 잘 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역사에서 실패하거나 사라진 브랜드들이 큰 무덤을 이루는데도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지금도 가맹점 모집만 되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미래를 장악할 수 없을 것이다.
돈만 들이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었는데도 빅데이터 경영이나 경영기술의 고도화, 고객 경험 관리 및 관계관리 전략도 없이 신제품개발이나 수퍼바이저의 정기적인 지도 활동이 전부인 줄 알고 경영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물론 그런 노력이 모두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 방법이 효율적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 경영철학의 중심, 이익공유와 상생 마인드
그런 전통적 경영 방식이나 마케팅에 의문이 든다면 이익공유와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가령 가맹점 모집을 위해서 매달 1억원을 마케팅비로 쓰는 가맹본사가 그 중 5000만원을 가맹점 관계와 고객경험 관리의 위해 쓴다고 생각해보자. 그 가맹본부의 브랜드 자산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익공유가 조삼모사일지는 모르지만 가맹본부의 경영철학과 전략의 중심에 이익공유와 상생을 심어놓는 것은 해당 기업을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는 핵심 중 하나다.
오래전 모 프랜차이즈 기업이 억대의 기부금을 내는 시점에 아주 적은 액수의 인테리어 리뉴얼비 문제로 가맹점과 분쟁을 겪었던 적이 있다. 가맹본부의 입장은 이해한다. 거액의 기부는 한 번 하면 되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인테리어 리뉴얼은 규정을 지켜야 하고 특정 점포만 예외를 두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또 가맹점주들도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때로는 가맹본부에 대해 소위 ‘을질’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대 기부금과 적은 액수를 놓고 가맹점과 벌인 분쟁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만일 그 기부금을 가맹점 200곳에 리뉴얼비로 500만원씩 지불했더라면 가맹점들의 가맹본부에 대한 충성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 가맹점의 성공과 관계에 초점을
프랜차이즈 기업의 자산에서 상품 차별화와 물류 공급 매뉴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노하우는 오픈되고 있고 차별화는 쉽게 베낄 수 있게 되고 모든 것이 아웃소싱 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창업자들은 더 이상 물건만 사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업의 경영철학과 문화에 더 열광하고 그 중심에 ‘윤리’와 ‘선한 경영 의지’, ‘상생’이 자리 잡고 있다. 조건식과 단서 조항을 잘 활용하면 자유로운 기업운영을 저해하지 않고도 이익공유와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익공유와 상생 철학은 따뜻함은 물론 유능함을 만드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에서는 가맹점포 하나하나가 빅데이터의 단말기 역할을 하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가맹점주와 점포의 종업원들이 힘을 보태면 더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성공과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사회·경제·기술 변화는 사업이 진행되는 거대한 무대 세트다. 구시대 산업혁명의 산물인 프랜차이즈가 지금도 계속 과거의 경영행태를 답습한다면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답이 없다.
[이 게시물은 BUZABIZ님에 의해 2020-05-08 02:03:40 전문가 칼럼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