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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창업뉴스 [성공사례]

30대 경단녀 창업일기, 곰작골나주곰탕 권윤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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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513 등록일등록일: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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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여자 주인공인 이나영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이다. 그녀는 사정에 의해 중단 되었던 경제 활동을 다시하기 위해서 학력을 숨기고 재취업을 한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경단녀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서울 학동에서 곰작골나주곰탕을 운영하는 권윤정 사장도 경력단절여성이다


미대를 졸업한 권 사장은 27세에 결혼한 후 출산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육아를 하며 현모양처를 꿈꾸던 그녀는 남편이 창업한 음식점을 넘겨받아서 운영하게 된다. 남편이 매장을 운영한 것은 2년 정도이고 권 씨가 매장을 넘겨받아서 운영한 지는 3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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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부자비즈


남편에게 넘겨받은 매장, 5년째 성공적으로 운영

 

 현재의 매장은 오픈 초기 몇 시간씩 줄을 서야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인근에서 소문난 대박점포였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고객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매출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권 씨의 음식점은 오픈 첫해보다는 못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도 매출 변동이 거의 없다. 몇 년 전 인근에 곰탕 경쟁점이 생겼지만 지금은 문을 닫고 말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서울 강남 지역도 문 닫는 음식점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권 씨가 운영하는 학동매장은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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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작골나주곰탕' 학동역점 매장 외관. 사진제공=부자비즈.


권 사장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이다. 오전에 중학생인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안일을 한 후 음식점 출근시간은 오전 11시 반경이다. 점심시간 바짝 매장 일을 한 후 1시 반이면 매장을 나서서 학교에 자녀를 데리러 간다.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 주고 집안일을 한다. 육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짬을 내서 주 1회 영어회화 과외도 받고 있다.

 

권윤정 씨의 하루 일과를 보면 고요한 물위를 잔잔히 오가는 백조 같다


자영업 하면 입에 단내가 나도록 치열하게 일해야 돈을 벌 수 있고 열심히 해도 망하기 십상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장사 경험도 없는, 경단녀 권윤정 씨가 하루 2시간 정도의 투자로,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매장에서 하루 2시간 근무, 비결은 맛과 품질

 

 가장 큰 힘은 업종의 특수성과 제품력이다. 한식은 서비스보다 맛이 우선이다. 그래서 맛을 잘 유지하면 단골이 줄어들지 않는 특성이 있다. 권 사장은 이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맛 관리다. 오전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육수 맛 체크다. 혹시라도 맛이 달라지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조치를 취한다.

 

곰작골나주곰탕은 엑기스나 파우더를 사용해 육수를 내는 브랜드들과 달리 소뼈와 소고기로 육수를 만들어 냉동시킨 후 가맹점에 공급한다. ‘진짜쇠고기 육수는 인공적인 맛과 달리 질리지 않고 은근히 자꾸 생각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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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작골나주곰탕'의 맑은 육수 곰탕. 사진제공=부자비즈.


고객들 대부분이 단골인데 나주의 곰탕 원조집인 하얀집보다도 더 맛있다는 말도 곧잘 듣는다.

 

사장이 매장에 없고 종업원 중에 중국교포가 많다 보니 한국인 종업원과 달리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약간 부족한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원재료 품질이나 맛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 것이다. 한식은 맛만 뛰어나면 서비스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관대한 편이다.

 

대신 주방모 착용, 유니폼 착용, 주방 장갑 등 위생 관리와 서비스의 기본은 가맹본사에서 배운 대로 철저히 하려고 노력한다.

 

직원과 잘 지내는 노하우 터득

 

두 번째 비결은 직원 관리이다. 현재 매장 직원은 401, 501, 602, 70대가 1명인데 모두 여성이다. 처음 음식점을 맡았을 때는 권 사장 보다 나이가 많은데다 경력자들이라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다. 사장인척 하기보다는 이모 이모라고 부르며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도움을 요청했다. 젊은 권 사장이 빨리 매장 업무에 적응하기 시작하자 직원들도 권윤정 씨를 사장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직원 중 2명은 오픈 때부터 함께 일해 왔다. 나머지 3명도 2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들이다. 비자 문제 외에는 인력이동이 없었다.

 

권윤정 씨의 직원 관리 비결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녀 교육에 신경을 쓰다 보니 24시간 운영하는 매장에 머무는 시간은 두 시간에 불과하다. 때문에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기억하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꼭 챙기고 스카프나 화장품 등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권윤정 씨는 잔소리를 안 한다. 가급적 직원을 편하게 해준다. 본인이 빠지는 만큼 파출부 등을 불러서 인력을 보충해준다. 추가 인력이 필요 없을 때조차도 자신이 빠진 자리를 메꿔준다. 직원들이 덜 힘들고 좀 더 편하게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노동법 지키고 직원 아닌 동료로 대우

 

 최근에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권윤정 씨의 경영원칙은 법에서 정하는 것은 무조건 지키자 이다. 직원들은 12시간 근무를 하는데 4시간 휴게 시간은 정확히 지킨다. 이 시간을 이용해 인근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직원들도 있다.

 

일하는 사람들을 한 번도 직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모라고 부르며 늘 대등한 동료로 여긴다. 이런 마음은 매장에 머무르는 두 시간 동안 권 사장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사장이라고 카운트를 지키는 게 아니라 주방과 홀을 오가며 열심히 일한다.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데다 주로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하다 보니 고객 관리도 점장에게 맡기고 있다. 가맹본부에 하는 식재료 발주만 자신이 직접 한다.

 

청소 상태 등 매장 운영에서 부족한 것이 눈에 들어와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권 사장이 솔선수범해서 치우면 매장 직원들도 알아차리고 다음부터는 스스로 신경을 쓴다.

 

 

SOS구호자, 친정 어머니의 도움이 절대적

 

 셋째, 친정 어머니의 도움이다. 경단녀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연결되는 단어가 친정어머니이다. 권윤정 씨도 친정어머니 도움이 절대적이다. 가끔 인력이 빠질 때는 무조건 매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때로는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도 있다. 그럴 때도 친정 어머니 도움이 필요하다. 매장을 비울 때 자녀 문제 등에서 긴급 구호자인 셈이다. 권윤정 씨는 써포트 해 주는 사람 없이는 육아와 살림, 일을 병행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음식점 운영을 맡은 직후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다. 갑자기 야간 근무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15일 동안 하루 한 두 시간씩 자면서 매장에 매달려야 했다. 당시에는 쪽잠을 자면서 힘들어도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그 덕에 일은 빨리 배웠지만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프랜차이즈 경영원칙 준수, 지속적인 소통

 

 넷째, 가맹본사와의 소통이다. 프랜차이즈이므로 가맹본사와의 대화, 그리고 가맹본사가 정한 경영방침 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맹본사에서는 다양한 신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권윤정 씨도 곧 꼬막무침과 곱창전골을 신메뉴로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맹본사가 신메뉴를 낸다고 모두 취급하지는 않는다. 메뉴 가짓수가 많아지면 곰탕 전문점 이미지가 희석될까 우려해서이다.

 

가맹본사도 밀어붙이기 보다는 가맹점과 협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자율권을 주고 있어 관계가 원만하다.

 

권윤정 씨도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가맹본사에 제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매장에 머무는 두 시간은 홀 업무, 서빙업무, 여기에 주방위생 및 청결 체크, 매출 체크와 제품 발주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매장에 없는 시간에도 전화를 통해서 매장의 직원들, 가맹본사와 수시로 소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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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작골나주곰탕' 학동역점의 점심시간. 사진제공=부자비즈.


곰작골나주곰탕 학동점 규모는 40평 남짓이다. 주변에는 회사들이 많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권 사장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야간 매출이 점심 매출의 절반 정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에는 야간 매출이 점심 매출보다 더 많다.

 

힘들지만, 삶에 힘을 주는 창업

 

자녀가 어렸을 때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서 음식점 경영과 육아, 살림을 함께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자녀가 자라면서 시간 여유가 좀 많아지자 매장을 하나 더 운영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권윤정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경단녀들에게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권 씨를 보고 주변에서 편하겠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고, 사생활을 어느 정도 희생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훗날 자녀가 자란 후를 생각하면 지금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매장에서 직원 및 고객들과 함께 느끼는 친근함, 가족 같은 따뜻함, 성취를 통한 보람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면서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라고 조언한다.

 

□글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 트렌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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