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창업제안]'4050 반퇴세대'의 은퇴준비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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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457 등록일등록일: 2017-05-29본문
평생직장은 옛말, 누구나 한번은 창업 고민해야 할 시대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에 퇴직하는 '반퇴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반퇴세대’란 퇴직 이후에도 노후준비나 자녀교육, 자녀의 결혼자금 마련 등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해야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재취업보다는 자영업을 택한다.
고용 시장이 불안해지고 직장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아예 창업 세계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갈 곳 잃은 ‘반퇴세대’(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중장년층)가 되느니 차라리 일찍부터 제2의 인생을 계획하겠다는 것.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최근 반퇴세대들의 경우 퇴직 후 바로 창업을 서두르기 보단, 자신이 창업하고자 하는 업종의 매장에서 수개월, 1년간 취직해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는 직장생활에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창업전선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고 분석해 창업을 계획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에서 치킨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 숙(54세, 비비큐 중계은행점)씨의 창업스토리가 이와 같은 케이스다. 그는 퇴직 후 1년간 가맹본사에서 일하며 매출 동락, 고객, 직원관리 등의 실무경험을 터득한 후 창업을 했다.
20년 가까이 유아동복을 판매하는 기업에서 근무했던 그는 40세가 넘어가자 정년 없는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08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허숙 씨는 오랜 직장 생활로 창업 쪽은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치열한 경쟁을 보이는 창업시장에 아무런 경험 없이 시작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업종 및 시장, 상권 조사 등을 거의 1년간 알아봤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 치킨의 소비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파악했고, 치킨 업종의 경우 배달과 내점고객 둘 다 확보 할 수 있어 마진율도 어느 정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킨업계에서 1위인 비비큐에서 점장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게 되었죠. 뜬구름 잡듯이 창업을 준비하기 보단 매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 원서를 접수 했습니다.”
▲ 비비큐 중계은행점 허숙 대표
허숙 씨와 같이 면접장을 찾은 사람만 100여명. 젊은 청년 지원자들과의 경쟁에 떨리고 긴장도 됐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면접을 봤다는 그는 100: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BBQ에는 치킨 대학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요.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1년 동안 점장으로 매장 운영했죠. 처음 비비큐 매장에 점장으로 입사했을 때 앞치마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나이는 제가 제일 많았지만 경력은 제일 없어 저보다 나이 어린 직원에게 포스 조작부터 조리, 접객 서비스 방법까지 교육 받았습니다.”
1년 동안 점장으로서 일을 한 경험이 창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그는 2009년 12월, 1억 4천만 원의 창업비용을 투자해 노원구 학원가와 주택가가 밀집된 은행사거리 인근에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평수는 12평으로 12평의 규모의 매장에서 8개 테이블과 24개의 좌석을 갖췄다. 매장 오픈 초기, 그는 매장을 알리기 위해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5시에 일어나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외부인 단속이 철저한 아파트의 경우 관리에 허술해 질 수 있는 새벽시간대를 공략한 것이다. 그는 전단지 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본사직원과 함께 시식행사도 진행하고, 학교 앞에 가서 달력도 배포했다. 홍보는 한 달 정도 계속했다. 전단지와 달력을 통한 배달 주문량이 점차 늘기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1년 동안 점장으로 일하면서 포스를 다루는 법도 배웠고, 그때 오토바이도 처음 타봤어요. 그 경험이 없었다면 창업을 하고 나서 초반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경험이 중요합니다. 포스는 어떻게 찍는지, 전화기가 갑자기 먹통이 되면 어떻게 신청하는지, 항의가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응대하는지, 4대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최소 6개월의 경험은 필요해요."
매장을 운영하는 데 가장 기본은 '맛과 서비스' 라고 말하는 허 씨는 BBQ의 강점으로 좋은 기름과 숙성된 고기를 꼽는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단 한 번도 기름교체 시기를 어긴 적이 없다는 허 씨는 “BBQ에서는 최상급의 올리브유만을 사용해 닭을 튀겨냅니다. 그래서 튀김도 색이 맑죠. 양념도 그날 만들어서 바로 쓰고 남은 것은 다 버리기 때문에 신선할 수밖에 없어요. 주 고객은 2~30대 젊은 고객이라 튀김의 신선도에 특히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또한 허 씨는 단골손님들에게도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한 달에 두세 번씩 자주 찾아주시는 고객들에게는 직접 일일이 문자를 보낸다.
'치킨 주문 시 사은품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이나 '축구경기 시 치킨을 주문하면 1.2L 콜라를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다. 충성고객에게는 사은품도 지급하고 매장을 방문해서 포장주문을 하는 고객에게는 슬쩍 캔커피도 하나씩 넣어준다고.
이러한 허숙 씨의 노력덕분에 20여개의 경쟁업체가 있는 노원구에서 당당히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허 씨는 본인처럼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그는 창업을 하기 전에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허 씨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접시를 깬다고,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하다 보면 접시를 깰 수도 있다. 하지만 접시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일단 도전하라고 말한다. 또,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이 기회인지조차 모르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 방배동에서 혼밥혼술전문점‘남자의청춘’을 운영 중인 임형근 대표
386세대 창업 러시
올해로 40대 중반을 넘어선 ‘386세대’의 창업도 늘고 있다. 사회, 정치, 경제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386세대가 ‘486세대’가 되면서 창업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40대의 ‘은퇴’가 이슈가 되면서 더 이상 나와는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서 퇴사하는 동료들도 많았어요.”
서울 방배동 인근에서 혼밥혼술전문점 ‘남자의청춘’을 운영 중인 임형근 씨(남, 43)는 전형적인 ‘386세대’ 창업자다. 임 씨가 창업을 고민하게 된 것은 2년 전인 2015년부터. 대학졸업 후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해 온 그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조기 퇴직 후 창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또한 창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임 씨는 창업을 결심한 이후 다양한 창업 아이템을 선택지에 놓고 고민했다. 임 씨가 창업 시 가장 많이 고려한 것은 새로운 소비자와 소비 패턴에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6개월 동안 분식, 퓨전요리주점 등 3~4곳의 프랜차이즈 본사를 다니면서 아이템을 선별했다. 그는 “가성비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식 브랜드부터 카페, 주점 등 다양한 업종을 조사했죠. 성격이 워낙 깔끔한 편이어서 인테리어 쪽에도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1인 가구의 외식 패턴에 적합한 혼밥혼술전문점 브랜드를 선택했죠. 분식이라는 업종과 주점이 콜라보로 결합되어 있어 운영만 잘한다면 오래 갈 사업아이템이라 판단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시작하는 장사라 주변에서 우려도 많았지만, 본사의 전문적인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강조하는 임 씨는 예금했던 돈을 투자해 2015년 12월, 점포비를 제외하고 1억원 가량을 투자해 30평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임 씨 매장은 주택가와 오피스가 어우러진 방배역 인근 복합 상권이다. 직장인들의 수요는 물론 매장 인근에 있는 백석예술대학교와 서초고등학교 학생들, 주변 지역주민들의 외식 수요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남차의청춘 방배점은 분식과 튀김 등 안주와 식사를 동시에 해결 가능한 메뉴와 사케, 맥주, 소주 등 다양한 주류를 갖춰 혼술 또한 자유로운 공간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분식집의 경우 저녁 매출이 적고 주점의 경우 점심 매출이 낮은 점을 보완함으로써 하루 동안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실례로 하루 평균 150만원의 매출에서 오전타임엔 10만원 선, 점심매출이 80만원 선, 그리고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저녁 매출이 60만원 정도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문과 메뉴 수령 모두가 셀프로 운영되기에 별도의 홀 서빙 인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임 씨는 현재 주방관리를 맡고 있으며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직원 한명이 그를 돕고 있다.
임씨는 “일반 식당과 같이 점심 혹은 저녁에만 사람이 몰리거나 그 외의 시간엔 사람이 드문 그런 데드타임이 우린 없습니다. 점심에는 떡볶이와 라멘, 새우덮밥인 에비동, 카레덮밥, 돈부리 등의 식사메뉴가, 저녁에는 100% 국내산 쌀가루로 반죽해 튀겨낸 튀김요리를 안주로 사케와 맥주 등 주류 판매가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분식안주에 일반 주점보다 저렴하게 맥주나 사케를 즐길 수 있어 매장 인근 아파트단지와 연립주택 거주민들의 간단한 술자리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