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비즈 칼럼] 라이콘기업 육성? 골목상권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맹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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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842 등록일등록일: 2024-02-22본문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들었던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소상공인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골목 상권의 작은 식당도 전국적인 기업이나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소상공인을 유니콘 기업으로
요리를 잘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 임시 식당을 열어서 다양한 계층을 초대해 요리를 해주면서 민의를 듣기도 했다. 그런 대통령 시대라 그런지 중기부는 소상공인을 유니콘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라이콘 정책을 발표했다. 라이프.로컬에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와 가치를 창출하며 유니콘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브랜드를 ‘라이콘’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육성하려는 라이콘이 되는 방법은 전후방통합이나 온오프라인 플랫폼 결합 등 여러 가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프랜차이즈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던 작은 식당에서 출발해 글로벌 기업이 됐다. KFC도 달랑 레시피 한 장 들고 있던 1인 사업가가 일으킨 기업이다. 역시 작은 식당에서 출발해 글로벌 브랜드가 된 서브웨이의 창업자 프레드 드루카가 쓴 자서전 제목은 <start small, finish big>이다.
◆골목식당, 프랜차이즈를 통해 라이콘으로 성장
골목 식당이 프랜차이즈 방식을 접목하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할 수 있고, 고객 경험 가치를 기반으로 전방통합을 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브랜드를 구축 할 수 있다. K푸드가 글로벌 푸드 시장의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피자먹자, 킹콩부대찌개, 걸작떡볶이, 피자마루, 족발야시장, 불막열삼, 막창도둑 등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과 달리 국회는 지속적으로 프랜차이즈 드림을 앗아가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국회에서는 소상공인이 라이콘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방법인 프랜차이즈의 성장을 억누르는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는 독립채산제인데도 사실상 가맹점 단체를 노조처럼 인정하는 개정안이 대기하고 있고 올해 7월부터는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기재하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프랜차이즈 규제 법안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골목상권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착한 가맹본부가 필요하다. 가맹본부의 경쟁력 강화와 양보는 가맹점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법자들의 생각처럼 프랜차이즈를 규제한다고 골목상권이 처한 모든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골목상권 소상공인 위기의 근본요인은
첫째, 소상공인 위기의 본질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훨씬 더 구조적이고 본질적이다. ▴고령 소상공인과 MZ세대의 소비에 대한 감성 차이, ▴치솟는 금리, ▴높은 물가와 인건비, ▴구인난, ▴인구감소, ▴디지털 전환과 팬데믹 이후 달라진 소비패턴, ▴배달앱수수료 디지털 마케팅비의 지출 등 늘어나는 각종 비용 등이 골목상권을 힘들게 하는 근본 요인들이다.
골목상권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각변동 속에서 경쟁력 있는 가맹본부는 오히려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경쟁력을 만들어주는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익을 남겨야 기업이 산다
둘째, 자본주의의 본질에 어긋난다. 코칭이나 노하우 제공, 브랜딩에 필요한 여러 가지 수고도 하지 않고 단순히 물건만 공급해주는 도매상이나 중간상들도 이익을 남기고 장사한다. 그런데 브랜드 빌딩을 포함해 가맹점 코칭, 마케팅 지원, 제품 개발, 노하우 제공 등 다양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본부가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기업형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의 꿈을 꺾다
셋째, 기업가형 청년들의 의욕을 꺽는다. 요즘 골목상권을 주도하는 계층은 2030 청년들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생계형 창업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라이콘 소상공인 육성을 공표한 것처럼 2030 청년 장사꾼들은 성장에 대한 의지가 크다.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이 강력한 규제법이 잇따르자 외국계 사모펀드나 큰 회사에 사업을 팔고 도망가는 게 청년 장사꾼들의 꿈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고혈을 돈벌이를 위한 거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토종 프랜차이즈만 위축된다
넷째, 형평성이다. 외국계 프랜차이즈와 달리 국내 사업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이는 우리나라 골목상권을 외국계 프랜차이즈에 내주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은 미국은 물론 중국계 브랜드도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가맹점 출점 제한과 카페베네 등 토종 브랜드에 대한 마녀사냥은 외국계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골목상권을 장악하게 만들었다. 스타벅스 브랜드 하나가 우리나라 전체 커피숍 매출 규모에 맞먹을 정도가 됐다.
다섯째,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골목상권 디지털 전환의 꽃은 프랜차이즈에서 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은 딥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골목상권의 딥데이터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 푸드테크 역시 마찬가지다.조리로봇의 개발이나 제품 개발은 영세 소상공인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는 운명공동체
여섯째, 가맹본부가 힘들어지면 영세한 소상공인만 더 어려워진다. 가맹사업 규제 강화는 힘없는 본사를 만들고 가맹본사가 이익도 내지 못하고 힘이 없으면 소상공인인 가맹점도 약해진다.
일곱째, 프랜차이즈의 근본 토대를 무너뜨린다. 가맹본사와 가맹점 사업자는 운명공동체인데 가맹법이 분열과 갈등을 강화하면 프랜차이즈의 토대가 무너진다.
여덟째,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가맹본사는 청년들에게 지식서비스형 일자리를 제공한다. 가맹본사가 약해지면 그런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가맹 개정법
가맹법을 강화하게 만드는 일부 악독한 가맹본사들이 있다. 하지만 몇 몇 기업들 때문에 전체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골목상권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가맹사업만 규제한다고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규제도 적정한 수준에서 해야 산업이 위축되지 않는다. 법을 개정하려면 광범위한 공청회를 열어 학자들을 비롯해 소상공인에서 라이콘으로 성장한 가맹본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또 글로벌 시장의 가맹법 수준과 눈높이는 맞춰야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듯이 우리나라 가맹법만 너무 엄격하면 국내 산업이 위축되고 토종 프랜차이즈만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청년 사업가들의 탈출러시,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하는 소상공인
매년 강화되는 가맹법 때문에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가들이 사업의욕을 잃고 매각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인수합병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도움이 되고 필요할 수도 있으나 자칫 가맹점들이 단순한 거래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없지 않다. 인수합병을 통해 건실하게 잘 성장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기업 인수대금의 회수를 위해 가맹점보다는 본부 이익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는 가맹본사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업인수합병은 경영 선진화와 과학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이유가 사업의욕을 잃은 기업가들의 좌절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입법자들은 눈앞의 표가 아니라 이면에 있는 진실과 산업의 장기적인 미래 전망까지 고려해서 법안을 만들기 바란다. 훗날 골목상권을 외국계 프랜차이즈에 뺏기게 되면 법안발의자가 그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 KFCEO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대구경북FC리더 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