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맞선 대구 청년 음식점 사장의 이야기
페이지 정보
조회:4,036 등록일등록일: 2020-04-17본문
지난 2월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로 대구가 멈춰 섰다. 북적이던 거리는 인적이 뜸해지고 곳곳에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했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33세의 청년 사장에게도 위기는 피해가지 않았다. 가게에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매출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2012년에 오픈 한 뒤 최대 위기였다. 그러나 주변에 휴업하는 가게들을 보면서도 청년 사장은 꿋꿋이 버텼고 곤두박질쳤던 매출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20세 청년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대구 침산동에서 돈가스·우동전문점 ‘우쿠야’를 운영하는 조현만 사장(33)의 어릴 적 꿈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각종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직접 벌기도 했다.
20세 청년이 내린 결론은 장사를 시작해보자는 것이었다. 장사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대학에 다니면서는 직접 의류판매업을 하며 장사의 기틀을 닦았다. 그렇게 내공을 쌓아 대학을 졸업하고 25세가 되던 해에 현재의 식당인 ‘우쿠야’를 오픈했다.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장사라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았다. 상권을 분석해서 매장 선정하는 것부터 시장조사, 업종 선택까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나이가 무기였다. 아직 무서울 게 없을 20대라 어떻게든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나이 같으면 두려움이 커서 쉽게 창업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조 사장은 말했다.
◆장사는 전쟁이었다! “하루하루 매출 등락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우쿠야는 돈가스·우동 전문점이다. 침산점은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상권에 위치 해있어서 위치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기존 매장을 인수했고 창업 비용은 1억 원 정도 들었다. 부모님의 도움과 소상공인 대출을 이용했다. 장사가 잘됐던 곳이라 매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15평의 가게에서 아침 11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상주하며 끊임없이 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오면 그날 하루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식사도 제때 할 수 없고 매출의 등락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내가 이걸 왜 했을까 후회감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견디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버티자 좋은 날도 왔다.
◆장사는 기쁨도 주었다! “매일 먹고 싶은 음식 맛이에요!”
음식 장사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칭찬은 당연히 음식 맛이 좋다는 것이 아닐까. 8년 동안 매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손님을 상대하며 마음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조 사장은 흡족할 때도 많았다. 바로 음식 맛을 칭찬받을 때였다.
조 사장의 가게에는 유난히 단골이 많은데 특별히 기억나는 손님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초등학생이었는데 매일 와서 돈가스를 포장해 갔다. 맛있냐고 물으니까 ‘매일 먹고 싶은 맛’이라고 말했다. 어떤 부부 손님은 ‘먹어 본 돈가스 중에 가장 맛있는 돈가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 매장의 음식 맛을 잊을 수 없다며 한 시간 떨어진 먼 곳에서 와서 먹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장사는 분명 힘든 일이지만 기쁜 일도 있었다. 33세의 청년 사장은 장사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워갔다.
◆8년 만에 찾아 온 위기, 코로나19 “이제 죽었구나”
그러나 8년 동안 평균 4천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조 사장도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대구는 그야말로 침묵의 도시가 됐다. 거리에는 인적이 끊기고 손님들이 줄기 시작한 가게들은 하나둘 휴업하거나 폐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조 사장의 속이 타들어 갔다. 뉴스 보기도 두려웠다. 조 사장의 가게에도 손님이 확연히 줄어만 갔다. 매출이 20~40%가 떨어졌다. 행여 확진자가 다녀갈까 손님이 오는 소리를 들어도 덜컥 겁이 났다. 입맛은 없고 몸무게는 빠져갔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장사를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를 이겨낸 비결 다섯가지!”
조 사장의 가게도 매출이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가게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뭔가 묘수를 짜내야 했다. 조 사장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기로 하고 가게를 재정비했다. 그렇게 참고 견디며 이겨내자 곤두박질쳤던 매출은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조 사장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 음식 맛을 더욱 강화했다. 평소보다 돈가스를 튀길 때도 고기의 신선도와 기름에 더욱 신경을 썼다. 우동 육수의 컨디션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 배달을 강화했다. 떡볶이 전문점 ‘올떡’과 제휴해 떡볶이 메뉴 를 강화 했다.돈가스를 먹으면서 떡볶이도 먹을 수 있어서 객단가가 오르고 그것이 신의 한수가 돼서 매출이 유지될 수 있었다.
세 번째, 청결과 위생의 강화이다. 조 사장은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매장 전체를 소독약으로 청소하고 의자와 테이블을 닦았다. 매장에는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직원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복장도 더욱 단정하고 깔끔하게 하도록 지시했다. 덕분에 단골손님들로부터 매장이 달라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네 번째, 단골들에게 서비스를 강화한 점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더욱 친절하게 대했고 음료수 서비스를 주거나 사이드 메뉴를 더 주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다섯 번째, 직원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했다. 평소 조 사장은 직원들과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워낙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는 부분도 있고, 말을 많이 하면 오해가 생기고 좋을 게 없다는 것이 조 사장의 생각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힘들어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말 한마디를 해도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앞으로 장사는 계속된다! “위기는 물러나고 다시 도약한다”
코로나19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손님들은 알아줬다. ‘음식 맛이 변함없고 맛있다’ ‘요즘 장사하기 힘들어서 어떡해요’라고 말을 건네고 가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그런 손님들의 말 한마디에 조 사장은 울컥하고 힘이 났다. 8년 간의 장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한 보람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버틴 덕분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매출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물론 예전의 매출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조 사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믿는다. 이번 기회에 메뉴를 재정비하고 매장 환경도 개선 하는 계기도 됐다. 지난 8년간 어떻게 장사해왔는지 되돌아볼 수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사장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값진 경험을 했다.
조 사장은 창업을 하려는 많은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업을 하다보면 이번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도 중요하다. 또한 사업은 공부다. 주변 음식점을 벤치마킹하여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가 왔을 때 버티는 힘이다.
대구 확진자 발생도 점점 그 수가 줄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도 점점 물러나는 중이다. 위기는 지나가고 다시 도약할 일만 남았다. 8년간 식당을 운영 해 온 뚝심과 근성으로 조 사장은 앞으로 또 다른 장사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