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분식점 전문점의 성공vs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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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359 등록일등록일: 2006-09-16본문
골라먹는 재미‘듬뿍’…마진율도 높아 변화욕구 강한 20~30대가 주타깃…
창업비용 3천만원선 외식시장은 그 어느 분야보다 변동이 심하다. 소비 트렌드가 유난히 빨리 변하고 창업자 입장에서도 쉽게 생각하고 접하기 때문. 외식업 중 특히 분식점은 작은 평수에 소자본으로 도전할 수 있어 예비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분식점은 계절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매출이 안정적인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진율도 높은 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조리시간이 길지 않고 간단히 먹을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해 부담이 없다.
하지만 유사 업종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흠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기존의 사업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적이다. 김밥, 떡볶이, 순대 등 일반적인 메뉴에서 탈피해 고급화를 한다든지, 가격을 대폭 내리는 가격파괴전략, 또 다양한 메뉴를 갖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복합매장을 지향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복합분식점은 기존 분식점에서 취급하던 김밥, 떡볶이, 순대 등을 젊은층의 감각에 맞게 다양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깔끔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추구, 단순히 싸고 편안한 분식점이 아닌 카페형 분식점으로 고객들을 사로잡는다.
어묵회사에서 배송을 담당하던 주석종씨(베리스타7 강변점ㆍ47)는 회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복합분식점을 창업했다. 재작년부터 식품박람회에 빠짐없이 참여해 업계 동향을 살핀 주씨는 다양한 메뉴로 고객들이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 복합분식점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조개구이나 찜닭 등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아이템보다 대중적이면서도 맛에서 차별화를 주는 분식점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초보자인 만큼 입지는 A급으로 골랐다. 서울 강변 롯데마트 푸드코트 내 매장은 테크노마트와 연결돼 유동인구가 많고 CGV 영화관 관람객이 끼니나 간식을 때우러 들르는 경우가 많았다.
변화 욕구가 심한 20~30대를 주 고객층으로 하기에 주씨가 입지 다음으로 신경 쓴 점은 메뉴. 여러가지 메뉴를 갖추되 각각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주씨는 즉석어묵, 튀김, 떡볶이에 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즉석어묵은 잡채와 오징어를 섞은 퓨전식을 시도하고 야채깻잎, 통고추, 감자김말이, 맛살김말이, 햄김말이 등 어묵 종류만 10여가지를 선보였다. 튀김도 고구마, 오징어, 야채 등 기존 매장에서 다루던 재료 외에 사과, 파인애플, 바나나 등 과일튀김을 선보여 고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떡볶이는 식욕을 자극할 수 있도록 채도가 높은 붉은색을 내기 위해 청양고추만을 쓰고, 야채는 웰빙 트렌드에 맞게 유기농으로 사용했다.
입지와 메뉴 2가지 기본기를 충실하게 갖추자 단골고객들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매대에 진열된 각종 즉석어묵류와 튀김을 보고 호기심에 사 먹었던 고객들이 맛을 보고는 다시 찾기 시작한 것. 평일 오후에는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테크노마트에 온 주부들이 많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영화 관람객들이 주 고객층이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주씨는 서비스 차원에서 30% 할인판매도 실시한다. 롯데마트 할인점을 찾는 고객은 저렴한 가격대가 첫째 목적이니 매장 컨셉에 맞게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자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떨이’ 식의 느낌을 주지 않도록 매주 월요일로 시기를 정해 놓고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 또 어린이날이나 마트 내 창립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는 본사의 지원을 받아 한시적으로 커피와 생과일주스까지 판매, 복합매장임을 과시했다.
어묵회사에서 10여년간 근무해 어묵에 관한 것만큼은 자신 있지만 주씨 역시 어려움은 있다. 바로 모든 창업자들의 애로점인 인력관리. 특히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다 보니 기분에 따라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는 등 부침이 심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평수 3평 매장 창업비용은 총 3,000만원. 숍인숍 형태로 들어가 권리금과 보증금은 없고 매출액의 23%를 월세로 지불한다. 세부내역은 가맹비 300만원, 시설집기비 2,400만원, 각종 식자재 170만원이 들었다. 월평균 매출액은 2,000만원선이며 여기에서 월세와 물류, 인건비를 제외하면 순수익은 600만~700만원이 남는다.
복합분식점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노량진에 매장을 낸 정모씨(51)는 부족한 서비스 마인드와 분식점의 지나친 고급화로 실패한 사례다. 대기업 간부를 역임한 정씨는 퇴직금으로 먹자골목에 점포를 얻었다. 실평수 5평 매장에 창업비용은 점포비를 제외하고 3,700만원이 들었다. 인테리어는 평당 150만원을 들여 분식점이라기보다 카페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꾸몄다. 특히 매대가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나뭇결을 살린 자재로 파티션을 둘렀다. 메뉴도 떡볶이, 순대, 샌드위치 외에 커피를 추가했다.
하지만 정씨의 남다른 시도가 입지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노량진에는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었다. 학생들은 주머니 사정이 얇고 깔끔한 분식보다 길거리에서 파는 저렴한 음식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정씨의 매장에는 부담감을 느껴 첫발을 들이길 꺼렸던 것.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취급하는 드립 커피를 함께 판매한 것도 시도는 좋았지만 같은 가격대에서는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또 커피와 함께할 수 있는 베이글이나 쿠키, 프렛즐 등의 사이드 메뉴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도 한 이유였다. 정씨 개인적 문제도 있었다.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서비스 정신이 부족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고등학생에게도 깍듯이 대해야 하는데,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단골고객 이름을 외우는 등의 친밀감을 높이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고객들은 늘지 않는데 처음에 번듯하게 매장을 꾸미다 보니 자금압박은 점차 심해졌다. 결국 투자금 회수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정씨는 6개월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