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의 장, 카페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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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630 등록일등록일: 2007-02-21본문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사귐은 어느 사회에서나 빼놓을 수 없는 삶의 과정이 다. 사귐에 고리 역할을 했던 게 이전이나 요즘이나 술’ 문화라 할 수 있다.
중세 유럽에서도 폭음 문화가 있었다. 술은 사람을 사귀는 데 중요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커피가 등장하면서 폭음을 하지 않고도 사교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그 곳이 바로 카페’라는 곳이다. 최초의 카페는 영국의 파스카로제 하우스’. 이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연 시기는 1652년이다. 1680년대 런던에는 3000여개의 커피 하우스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숫자로만 봐서는 우리나라 찜닭집 유행만큼이나 대 단한 붐이 일었던 듯하다. 이 같은 카페가 대표적인 사교장소로 자리잡으면, 유럽 에서는 차와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인생과 철학을 토론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 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도 카페가 특히 붐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커피나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파는 카페는 물론이고 북카페, 여행카페 등 다양한 테마형 카페가 등 장하고 있으며 아이스크림이나 도넛, 심지어는 우동같은 분식류에 삼겹살전문점까 지 카페를 표방하고 나섰다.
사진관도 드레스룸을 갖추고 드레스룸 카페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일부 편의점들은 커피 판매코너를 설치하고 카페형으로 재단장하는 중이다. 테이크아웃커피점들 역 시 매장규모를 늘이면서 베이커리 코너를 복합화해 베이커리카페로 빠르게 변신해 도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어트나 피부관리숍들은 이 전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커피 제공 등을 내세워 단순한 뷰티숍이 아니라 카페형 임을 강조한다. PC방도 에스프레소커피숍을 설치해 기존 경쟁점과의 차별화를 내세 우기도 한다.
■카페형 강조해야 영업에 도움■
이처럼 때 아니게 카페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다양한 업종들이 저마다 카페임을 표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배경이 있겠지만 우선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사업자들 계 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측면을 꼽을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 볼 때 카 페 문화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하다.
유럽에서 처음 카페가 생길 당시 커피하우스나 카페는 술보다는 차를 마시면서, 지 적인 사람들이 모여 철학과 종교, 인생을 논하던 장소였다. 고급스러운 장소로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지성과 신분의 상징적인 측면이 강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 면 카페가 그런 장소로 포지셔닝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웰빙이다. 건강식품을 찾거나 다이어트를 하 는 것이 웰빙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이라면, 뉴럭셔리와 매스티지에 대한 선호는 웰 빙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다. 일단 카페라는 팻말이 붙으려면 인테리어의 차별성 이 있어야 한다. 좀더 고급스럽거나 사업의 컨셉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특징 이 필수조건이다. 웰빙과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카페의 또다른 특징은 여유다. 일반 분식집은 좌석 회전율을 높 이기 위한 딱딱한 의자와 비좁은 동선 설계를 해도 보통이지만 카페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의자도 조금 더 편안하게, 동선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런 공간적인 특징은 느리게 사는 삶과 여유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망을 해소해준다.
클릭! 미래속으로’의 저자 페이스 팝콘은 21세기의 중요한 트랜드 중 하나로 작은 사치’를 들었다. 빠듯한 월급에 서민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가끔은 왕이나 왕비가 된듯한 작은 사치를 꿈꾼다는 것이다. 카페는 생활 속에서 쉼표를 찍는, 작 은 사치의 공간이다. 조금 더 고급스럽고, 조금 더 편안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유 가 되는 것이다.
사람을 사귀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카페 문화 확산에 한 몫하고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이나 의리가 중시되던 이전의 사귐 방식과 달리 요즘의 사귐은 공통의 관심사와 가치관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음주문화도 1, 2, 3 차 옮겨가면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에서 탈피, 식사를 즐기면서 대화를 나 누는 1차 완결형으로 바뀌고 있는데 카페야말로 그런 사귐의 문화를 담아내기에 최 적이다.
한편 카페의 이런 특징은 사업자들 이익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소비가 침체되면서 가격파괴를 통해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트랜 드가 있다면 카페는 그 반대편에 서있다. 마치 명품들이 브랜드를 내세워 가격경쟁 에 대항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원투원 마케팅 시대에 유리■
카페형 매장을 만들려면 인테리어 등에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분식집 분위기에서는 객단가를 3000원 선에 맞춰야 하 지만 카페 분위기라면 곁들임 음식을 조금 더 주거나 차를 세트화해서 6000원, 800 0원까지도 객단가를 맞출 수 있다. 카페형 분식집을 표방한 업소들은 좁은 공간에 서 1만원대가 넘는 메뉴도 거뜬히 팔아낸다. 물론 소비자들도 비싼 가격을 당연하 게 받아들인다.
테이크아웃 업소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카페형은 규모가 있어 그만큼 고객 수용 능력이 크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판매업이 결합될 경우 매장에 머무 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판매 기회도 늘어난다.
카페는 일반 업소에 비해 고객 편의 증진 기능이 강해서 서비스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
최근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소비가 물질 중심에서 마음의 소비로 일컬어지는 문화 중심’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단계라는 점도 카페 확산을 부 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아울러 거시적인 산업환경의 변화도 카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대량 생산이 특징인 매스마케팅 시대에서 원투원 마케팅 시대로 넘어가면서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동류모임이 확산되는 등 유유상종 트랜드가 일반화되고 있는데 카페 문화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 커뮤니티 문화를 담아내기에는 제격이다. 또 이전에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중개인 역할을 하는데 불과했다면 대형 할인점이나 유통센터가 보급되면서 소규모 점포 공간은 점점 더 하이터치가 강화되 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콘텐츠를 담아내는 스마트한 공간으로 변신하며 대형점에 대 항하는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반 음식점과 달리 다이어트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칼로리 계산을 하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이런 공간은 스마트화한 점포 공간의 대표적인 사례다.
현명함, 까다로움, 개성, 합리성, 럭셔리 등으로 표현되는 현대의 소비자들. 이 까 다로운 고객들을 잡기 위해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장소 제공은 기본이고 SI(STORE IDENTITY) 즉, 점포의 독특한 개성이 갈수록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카페형 업종을 꾸밀 때에는 카페의 겉모습만 흉내내 인테리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점포에 혼과 개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또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이 아닌 독특한 문화를 담아내고 판매하는 공간을 가꾸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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