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배는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충돌하다보면 그릇된 방향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다는 것. 공동창업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실패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반면 장점도 있다. 투자금을 동업자들이 나누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다.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경쟁력은 자연스레 커지게 마련. 한편, 동등한 책임자를 둠으로써 서로 간의 동기부여는 물론 운영에 따른 부담도 덜 수 있다. 인력의 공백에도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2007년 10월, 전주시 서신동에서 삼겹살전문점(떡쌈시대 전주서신점
www.ttokssam.co.kr)을 공동으로 창업한 최민규 씨(32세), 노현종 씨(32세), 김필종 씨(38세), 최준형 씨(31세)는 지난해 6월 같은 브랜드 매장을 전북대 앞에 하나 더 오픈했다. 237.6m²(72평) 규모 서신동 매장에서 월 평균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투자 여력이 충분했기에 2억5만원만을 투자해 전북대 앞에 2호점을 열었다. 최근 불경기와 돼지 플루의 영향으로 매출이 조금 하락했지만 조금씩 기존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서신동 매장에서 이들이 올리는 순수익은 월 1600만원 정도. 3억 2천만원의 투자금을 4명이 동일한 비율로 투자했기에 수익 비율도 정확하게 4등분한다. 2호점에서 나오는 900만원의 순익을 더해 개인 당 월 550만원 정도의 순익을 얻는다. 이들은 “돼지 플루와 삼겹살 값 상승으로 매출이 떨어졌지만 직장인 봉급에 비하면 성취도가 높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4명의 공동 창업자들은 10년 이상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 창업을 주도한 최민규 씨와 노현종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 친구. 최준형 씨는 이들의 고등학교 1년 후배고, 김필종 씨는 직장 선배다. 이들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10년 간 함께 일하면서 친분을 쌓아 왔다. 투자금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악착같이 마련한 것. 점포 및 가맹 계약은 최민규 씨 명의로 하고 서로 계약서도 나누지 않았다.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여서 계약서는 필요 없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계약서보다 앞선다”는 것이 이들의 말. 문제가 될 거라면 계약서가 있어도 문제는 불거지기 마련이라는 것. 계약서 없이 신뢰로 맺어진 사이지만 4명이 함께 일하는 만큼 트러블도 생긴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금전적인 문제로 트러블을 겪는 게 아닌가 물어보고는 한다. 정작 문제가 발생하는 곳은 업무적인 부분이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각자 간의 생각의 차이가 영업 방식과 마케팅에서 의견 차이를 만든다는 것. 물론 서로 술 한잔 나누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타협에 이르고 합치점을 찾는다고. 초기 서신동 매장 만을 오픈했을 당시에는 최민규씨와 최준형씨는 매장관리를, 노현종씨는 재무관리와 각종 서류처리를, 김필종씨는 주방관리를 맡았었다. 각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이뤘던 것. 2호점이 개점되면서 이들은 각 매장에 2명씩 담당 매장을 정해서 출근한다. “매장 운영을 오래하다 보니 초기에는 역할을 분담해 처리해야 했던 일들을 혼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각자가 담당했던 일들에 대해서 의견 조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를 익히게 되었다는 것. 지난 2월에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매장을 바꿔서 운영하고 있다. “2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매출이 저조한 매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매출 부진의 원인을 찾고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서도 로테이션은 무척 중요하다.” 공동창업자인 이들 4명만 매장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정직원과 아르바이트는 집과의 거리를 고려해 매장을 바꿔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은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해 서신동 매장 13명, 전북대 매장 7명 등 20명에 이른다. 현재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1년 동안 팀 워크를 다져 왔다. “음식점의 경우 1~2개월 만에 그만두는 직원이 많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기르면 같은 수의 직원으로도 서비스의 질이 향상시킬 수 있어 장기근속을 유도한다.” 명절이 되면 정직원은 물론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선물을 빼놓지 않고 돌렸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번 씩 고기 파티를 열어 사기를 진작하는가 하면, 6개월에 한번 씩 단합대회도 다녀왔다. 음식점 사장들이 직원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기 마련인데 정을 주고 신뢰를 보태면 직원들도 보답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 장기 근속자가 많은 만큼 고객 중에는 직원들의 서비스에 만족해 매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직원들이 업무에 능숙해지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들은 인근에 있던 매장을 자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브랜드를 선택했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장점은 단연 음식 맛이라고 말한다. 떡에 삼겹살을 싸먹는 컨셉트도 색달랐고, 무엇보다 고기의 품질이 최상급이라는 것. 브랜드를 선택하고 매장을 알아볼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고객층이었다. “대학생들보다는 가격보다는 질을 먼저 생각하는 직장인의 주 고객층으로 생각했다.”며, “현재 전북대 앞에 있는 2호점의 경우에도 대학가에 입점했지만 주고객은 역시 샐러리맨이다.” 1호점은 백화점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에 위치한다. 주 고객은 샐러리맨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이 대부분. 개장 초기에는 추억의 간식거리를 고객에게 나눠주고, 구강청결제를 비치하며, 커피뿐만 아니라 아이스티를 준비하는 등 남다른 고객 관리를 펼쳤다. 케이블TV에 광고를 해서 매장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초기 방문자보다는 단골 고객 위주로 마케팅을 펼친다. 매장을 운영한 지 2년 가까이 되어 가기에 단골 고객이 전체 고객의 70%에 이르기 때문. 이들은 단골 고객을 만들려면 3가지 요소가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음식 맛이 뛰어나야 한다. 둘째 서비스의 질이 높아야 한다. 셋째 일주일에 2~3회씩 찾는 충성 고객에게는 친구처럼 말을 터놓고 지내야 한다는 것. 현재 가장 활발하게 시행하는 마케팅은 명함 이벤트. 고객 대부분이 직장인인 만큼 호응도도 높다. 일주일에 한번씩 1만원 무료 시식권을 20명의 고객에게 나눠주는데 10여명 이상이 해당 주에 다시 매장을 찾는다고. 2호점의 경우에도 1년 이상 매장을 운영했기에 1호점과 비슷한 수준의 마케팅을 펼쳐 나간다. 현재 4명이 안고 있는 당면 과제는 2호점의 매출 향상. 2008년 7월 1호점의 성공에 힘입어 매장 하나를 더 오픈했지만 매출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편이다. “전북대 앞이다 보니 주고객층인 직장인과 더불어 학생층의 유입까지 기대했지만 불경기다보니 가격 저항에 부딪쳤다.” 현재 이곳을 찾는 고객은 80%가 직장인. 20대 초반 고객 중 커플 고객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들은 맛과 서비스를 잡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면 불경기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 정도에는 학생층 수요가 늘면서 예상한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가 상권인데도 직장인의 유입이 많은 만큼 학생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매출은 기대 수준으로 향상된다는 것. 수시로 대화하고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는 이들은 “공동창업의 성패는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달렸다”며, “서로에게 가장 충직한 직원이 돼 주고,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사장이 돼 주는 것”이 공동창업의 장점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