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트렌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창업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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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415 등록일등록일: 2017-06-01본문
인건비 리스크 줄이기 중요해져…무인점포·가족형 창업 늘어날듯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기 위한 거리행진이 펼쳐졌다. 이 사태를 보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올 것이 왔다'며 수용하는 사업자들도 있지만 '더 이상 사업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 태연할 사업가는 없겠지만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가장 마음 졸이는 계층이 바로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사업자 수는 500만개가 넘는데 이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일자리 질을 따지지 않고 고용 창출에서만 본다면 소상공인들이 담당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하지만 원재료비 인상과 매출 감소, 경쟁 격화 등으로 3년 내 폐업률이 전체 창업자의 85%가 넘을 정도로 척박한 상황에서 돈을 번다기보다는 겨우 버티는 사업자가 적지 않은 마당에 최저임금이 1만원대로 오르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 닫을 업소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게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는 창업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창업 시장에는 인건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창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무인포스가 확대되고 셀프서비스 업종이 확산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무인포스를 설치하면 계산대에 사람을 두지 않아도 돼 인건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 정보기술(IT) 기기 조작에 능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업소에서는 무인포스 도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일부 분식점에서는 이미 무인포스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건비 절약형 사업도 인기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 희망자들은 가급적 주방 운영 시스템이 단순한 사업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방이 단순하면 그만큼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00원대 가격 파괴 칼국수를 판매하는 '밀겨울'은 칼국수 면과 육수, 메밀 등 모든 재료를 1인분 단위로 포장해서 가맹점에 배송해준다.
▲사진설명떡집 프랜차이즈 메고지고
마치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간편하게 주방 관리를 할 수 있게 식자재를 배송해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해도 1시간만 배우면 주방일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가끔 칼국수나 냉모밀 육수를 추가로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1인분 단위 포장을 추가 개봉해야 하는 곤란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단순한 주방 업무로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3000원대 칼국수 가격 파괴가 가능한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일반 떡집은 인건비가 비싼 떡 기술자가 필요하다. 반면 최근에 등장한 '메고지고'는 전문 기술자가 필요 없는 인건비 절약형 떡카페 모델로 인기다. 가맹본사가 중앙집중식 식품제조 공장을 운영하면서 쌀가루를 활용해 패스트푸드처럼 떡을 즉석에서 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프리미엄 독서실처럼 사람보다는 공간이나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들도 인기다. 경매나 소형빌딩 개발 사업이 퇴직자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에는 여럿이 자금을 모아 소형상가 건물이나 임대 가능한 빌라형 주택을 건축하는 것도 인기다.
직원이 필요 없는 1인 창업 업종도 관심 대상이다. 화이트칼라의 경우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점포형 사업보다는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하는 프리랜서 업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덕분에 코워킹이 가능한 공동사무실 임대업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 사업은 비서 지원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인노래방이나 인형뽑기방 자판기 편의점도 비슷한 이유로 선호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어쩔 수 없이 인력이 많이 드는 사업을 해야 할 경우 가족 창업이나 동업을 선택하는 창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인건비 인상은 차치하고라도 일할 사람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최근에는 인력 관리에 따르는 문제를 직원 관리 방식 변경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원이 공동투자를 해서 일정한 지분을 갖게 하거나 인센티브제도를 적절히 도입해서 직원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높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