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쌀전문점의 성공 vs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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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715 등록일등록일: 2006-09-16본문
소비풍조가 고급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마니아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전문성도 갖추게 되고 니즈도 다양해진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맞춤형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맞춤형 이유식전문점, 맞춤형 논술지도, 맞춤형 베이비시터, 맞춤쌀 등이 그 예이다. 특히 맞춤쌀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소비자의 방문시 요구에 따라 즉석에서 정미해 판매하는 맞춤쌀 업체는 지난 99년에 등장했다. 쌀 역시 과일처럼 껍질을 벗겨내면 이내 시들어 버린다는 이론에서 시작해 초기에는 매스컴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부족과 지속적인 품종개발이 따르지 않아 물러난 업체들이 많았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장사가 조금 안된다 싶으면 별다른 대책 없이 가격을 할인했고 고급 맞춤쌀이라는 컨셉이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웰빙 붐을 타고 맞춤쌀 업체들이 재도약 단계에 있다. 쌀은 한국인이 수천년간 먹어온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인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김선후씨(미사랑인들 목동점 대표ㆍ38)는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다. 죽 영업을 한 경험이 있어 고객을 대하는 데 자신이 있었고 홍보와 서비스를 무기로 하는 사업이라면 창업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맞춤쌀전문점. 처음 백화점에서 우연히 즉석으로 쌀을 도정하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자신의 홍보력과 서비스 정신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유의 감각으로 김씨는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체인 본사를 찾아가 직접 도정하는 모습을 보고 쌀을 받아와 밥을 지었다. 먹거리를 다루는 만큼 건강도 중요하지만 맛이 기본이기 때문. 늘 밖에서 밥을 먹어 오히려 더 입맛이 까다로워졌기에 자신이 만족스럽다면 소비자들도 만족할 것으로 생각했다. 적절한 목을 찾기 위해 상권분석에만 2주일이 걸렸다. 보통 쌀가게는 배달을 위주로 하기에 골목 안쪽에 자리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맞춤쌀은 각양각색의 요구에 따른 도정과정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대로변에 위치해야만 했다.
점포를 연 뒤 김씨는 무엇보다 홍보에 주력했다. 일단 다른 곳에는 없는 쌀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 쌀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벼 등을 기획상품으로 선뵈고 임진강 상류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벼와 일본에서 최고의 품종이라 불리는 고시히카리 등을 갖추었다. 또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벼, 한방, 목초액으로 재배한 무농약 품종, 임금임이 드시던 쌀을 재현한 다마금 등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생식류, 선식류, 장류, 김치류 등을 함께 팔아 양식 개념이 아니라 신선식품 개념으로 인식전환을 꾀했다. 현미 전용 컴퓨터 선별기를 통해 1차 가공된 쌀이 각 매장에 공급된다. 매장에서는 소비자에 따라 도정 횟수와 도정 방법을 달리해 판매한다. 즉 ‘만들어지는 쌀’을 판매한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
고객관리 전략도 세웠다. 대형할인점이 급격하게 늘고 전자상거래나 홈쇼핑 등이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쌀을 구입해서 먹는 가구 중 단골쌀집에서 구입하는 비율은 66%. 따라서 한번 온 고객은 평생고객이라 생각하고 임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지 않았기에 고객의 대부분은 맞춤쌀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한다. 이런 경우 쌀은 15일 이내에 먹어야 맛과 영양을 유지할 수 있다는 등의 이론을 하나하나 설명해줘야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이렇게 확보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김씨는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고객들이 언제 무슨 쌀을 먹었는지 관리했다. “다시 찾아온 손님에게 전에는 이 쌀을 드셨으니 이번에는 다른 쌀을 먹어보라고 하면 좋아하죠. 자신을 기억한다는 것에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김씨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맛을 추구하는 사람은 백미를 선호하고 건강을 선호하는 사람은 현미를 선호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후 손님의 취향에 따라 걸맞은 쌀을 권유했다. 또 음용할 수 있도록 쌀눈이나 쌀겨로 가루를 만들어 덤으로 나눠줬다.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농산물쪽 동향을 파악해 좋은 상품이 나오면 산지와 연결해 싸게 살 수 있도록 이벤트 참석 티켓을 메일로 보냈다. 그의 매장은 비교적 중상류층이 많은 목동에 위치해 있다.
고객층은 젊은층에서 노년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젊은층은 품질을 중시해 유기농을 많이 찾고 중ㆍ노년층은 건강을 중시해 쌀눈이 그대로 남아 있게 도정해달라고 요구한다. 창업비용은 보증금 1,000만원에 가맹비 500만원, 인테리어비 1,000만원, 기계집기류 1,400만원, 초도물품비 600만원 등 총 5,000만원이 들었다. 월 평균 매출액은 3,000만원으로 순수익은 600만~700만원선이다.
이와는 반대로 고객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도 있다. 백모씨(35)는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는 게 싫어 창업을 결심했다. 입소문을 통해 친구에게 맞춤쌀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다. 창업에 투자한 비용은 가맹비, 시설비를 포함해 총 4,000만원이었다. 초기에는 왕성한 의욕으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단지를 끊임없이 돌려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눈앞에서 쌀을 깎아주니 고객들이 신기해하고 신뢰를 가졌다. 특히 오리농법을 이용한 오대벼는 특이한 재배법과 유기농이라는 이유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적인 고객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맞춤형 비즈니스의 특성상 고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신규고객에게만 신경을 쓰고 단골을 잡는 데 신경을 덜 썼던 것이다. 재방문한 고객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전에 샀던 상품을 추천해 신뢰감을 잃었다. 또 불만사항이 있는 고객을 적절히 대하지 못했다. 한달이 지난 쌀을 들고 와 밥맛이 없다거나 상했다고 얘기하는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자신의 감정에 따라 불친절하게 응대했다. 또 여름에는 습기가 많아 벌레가 생기기 쉬운데 잘 관리하지 못한 점도 신뢰를 잃은 이유 중 하나였다. 쌀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곡물관리에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점점 줄어들게 됐고 백씨는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새로운 타개책 없이 신규고객을 더욱 잡으려고 애쓰게 됐다. 넓은 시각으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단기간의 매출에 급급해 결국 악순환을 거듭한 것이다. 점포를 연 첫달에는 매출이 1,000만원까지 올랐으나 넉달째 접어들면서 300만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백씨는 5개월 만에 점포운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선진국 형태인 맞춤형 창업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상류층에서 시작해 이제는 각 계층으로 웰빙 시류가 확산되면서 맞춤형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자리잡히지 않은 만큼 본사의 선택이 중요하며 업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실패하지 않는다.
클릭! 성공
1. 업종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한 후 창업한다.
2. 전문지식을 갖춰 고객에게 신뢰감과 확신을 심어준다.
3. CRM을 통해 체계적인 고객관리를 한다.
4. 초기에 인식 확산을 위해 부가적으로 상품을 끼워준다.
5. 구매고객에게 48시간 이내에 전화해 만족 유무를 확인한다.
6. 다른 유기농산품과 관련해 이벤트를 마련한다.
7. 주기적으로 메일을 보내 상품 및 관련 생활정보를 제공한다.
8. 고객이 묻기 전에 원하는 상품을 파악한다.
9. 고객의 개인별 성향을 알아내 고객이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한다.
10. 기존 고객 관리를 철저히 해 충성고객으로 만들어 입소문을 낼 수 있도록 한다.
11. 주력상품 외에 유기농 먹거리 등을 함께 판매해 아이템을 늘린다.
클릭! 실패
1. 업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소문만 듣고 창업한다.
2. 고객의 질문에 충분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3. 점주의 기분에 따라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4. 습관적으로 고객과의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5. 이벤트 마련 등 기획력이 떨어진다.
6. 실천하지 못할 과대광고를 남발, 소비자의 불만을 키운다.
7. 기존고객을 기억하지 못해 친밀도를 떨어뜨린다.
8. 불만사항의 개선이 늦다.
9. 매출이 줄어들면 본사와 협의 없이 임의로 가격을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