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트렌드] 재래시장에 부는 브랜드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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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073 등록일등록일: 2017-08-17본문
`from 재래시장` 순수함·정성 등의 이미지
아날로그 가치 재평가로 시장가게 브랜드로 부상
최근 신세계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노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점차 '노브랜드'라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간다. 우리가 아무리 브랜드의 거품에서 벗어나려 해도 현대 소비사회에서 브랜드의 바다를 빠져 나오기란 어렵다. 소비자들이 특정한 제품을 선택할 때는 언제나 뇌리에 남은 '브랜드'의 기억이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았던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에는 유독 간판 없는 가게들이 많다. 아무리 손님이 많다 한들 그냥 어느 시장의 반찬가게, 생선가게일 뿐이다.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았고 무엇을 파는지만이 중요했다. 상품 이름과 종류가 곧 가게의 이름이 되는 특이한 공간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나아가 이제는 재래시장이 오히려 그 자체로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것이 현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재래시장의 아날로그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특유의 허술함 속에 숨어 있는 순수함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이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재래시장 브랜드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순수함'의 가치다. 부와 명예, 그럴싸한 외견을 쫓는 시대에 재래시장은 여전히 순박함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둘째, 약자에 대한 공감이다. 유통 역사에서 재래시장은 늘 서민과 약자를 대변해왔다. 지금은 강자가 칭송받는 시대가 아니라 선량한 약자가 사랑받는 시대다. 셋째, 정성이 깃든 수제품이 대량생산 제품과는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유통 환경 변화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굳이 점포 수가 많지 않아도 브랜드 힘만 있다면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대형 백화점, 쇼핑몰에 가보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화려한 브랜드들 사이에 재래시장 브랜드가 사금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from 재래시장'은 오랫동안 하나의 생업에 종사하며 천직처럼 사업을 해온 사람이 특유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 만든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암시한다. 최근 의도적으로 재래시장에서 창업을 시작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재래시장이 가진 순수성을 지킨다는 이미지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재래시장 브랜드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나물사업을 하는 '나물투데이'는 재래시장에서 시작한 사업을 현대적으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 규모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광명시장의 나물장사가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재탄생했다. 세계 7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는 한백식품도 시장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박향희 한백식품 대표는 청주육거리 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며 사업을 키웠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김을 맥반석에 구워서 팔았다. 즉석 손맛의 조리방식이 '감성' '건강' '작고 착한 것'을 인정받는 시대를 맞아 기지개를 켰다.
가맹점 수 80개, 매출액 120억원대의 가정간편식 국·반찬 제조기업 '국선생'도 출발은 재래시장이었다. 창업자 최정식 국선생 대표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서울 이수동 재래시장에 차린 5평짜리 가게가 대박을 내면서 제조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엄마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국선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좋은 품질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경영이념을 상징하기 위해서 재래시장의 작은 가게로 출발했다. 요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또아식빵'도 광주 송정시장 출신이다. 매장 앞에는 빵 나오는 시간이 적힌 이젤이 설치돼 있다. 즉석에서 구워내는 빵이라 줄을 서라며 두 사람씩만 입장해 달라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고객들에게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1913년 송정시장'이라고 적힌 사인이 오랜 역사를 암시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게 만들어 준다.
올해 초 지마켓은 전통시장과 손잡고 설 선물을 선보였다. '전통시장 인기 설 선물을 온라인에서 만난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때 선보인 신원시장의 '고소할래 참기름'은 50년간 전통 방식으로 짠 참기름이다. 이 시장의 정육점 상인들이 만든 수제육포도 설 선물로 판매돼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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