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통면전문점 '하코야' 상록회관점 정번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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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089 등록일등록일: 2011-02-09본문
고객 특성을 파악하고 맞춤 마케팅을 펼쳐 매출을 만회한 사례가 있다. 강남역 상록회관에서 15평 규모의 일본식라멘전문점을 운영하는 정 번식(47, 하코야 상록회관점, www.hakoya.co.kr) 씨는 지난 1월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100만원까지 오르던 일 매출이 40만원까지 떨어진 것.
매출을 올리기 위해 사이드 메뉴의 가격을 5백원에서 1천원 할인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고객 대부분이 라면과 함께 야채 고로케, 교자, 오징어 튀김을 주문하는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 한 달 동안 할인 이벤트를 벌였지만 매출은 그대로였다.
“음식 맛도 바꿔봤지만 매출은 그대로였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가맹본사에 컨설팅 의뢰를 했습니다.”
2월 초 매장을 방문한 본사 담당자는 정 씨에게 운영 상황을 물어보고, 주변 상권을 분석한 뒤 매출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주변 15개 대형 빌딩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각 빌딩마다 4~6천명 이상의 회사원 고객을 놓치고 있다는 것. 둘째, 골목 안에 입점한 탓에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단골고객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 음식 맛만 좋으면 고객이 알아서 방문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라고 지적했다.
본사 담당자는 2개월 간 전단지 마케팅을 꾸준히 펼치라고 조언했다. 의견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본사에서는 회사원의 눈길을 끌만한 전단지를 제작해 정 씨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사케 맥주와 함께 라멘을 먹는 일본의 독특한 식문화와 식사뿐만 아니라 음주가 가능한 선술집임을 전단지에 넣었죠.”
정 씨는 2월 초부터 한 달 간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 2명을 고용해 15개 빌딩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돌렸다. 반응은 의외로 빨리 왔다. 2월 중순부터 회사원들이 매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던 것. 더욱 고무적인 일은 매출이 부진했던 저녁 시간에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
“저녁 시간 10만원 안팎이던 매출이 50만원까지 늘었습니다. 라면과 돈부리를 주문한 후 반주를 곁들이거나, 일본 안주류와 함께 사케를 찾는 고객도 많습니다.”
정 씨 매장의 현재 평일 매출은 150만원, 오피스 상권인 만큼 주말과 휴일에는 60~7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그래도 배후에 있는 빌라에서 외식 손님이 꾸준히 찾기에 문을 닫지는 않는다고.
오픈 때와 달리 고객층도 바뀌었다. 초기에는 호기심에 매장을 찾는 뜨내기 고객 위주였지만, 마케팅을 벌인 이후에는 인근 사무실에서 방문하는 고객이 늘었다.
“전단지 마케팅으로 음주가 가능한 매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저녁 매출도 점심 매출 못지 않습니다.”
단골고객을 늘리기 위해 사은품 증정 이벤트도 벌였다. 아트 공예에 조예가 깊은 아내가 직접 만든 휴대폰 고리 5백개를 만들어서 제공한 것. 어디서도 구입할 수 없는 사은품이기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고객이 많다.
LG건설에서 일했던 정 씨는 2007년 명예퇴직했다. 명예퇴직하면 1년간 월급을 퇴직금에 포함해서 주겠다는 본사의 말에 퇴직을 결심한 것.
“권고사직 당해 회사를 떠나는 선배들도 많았죠. 목돈을 손에 쥐고 퇴직할 수 있는 명예퇴직을 선택한 이유였죠.”
회사를 그만둔 정 씨는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았다. 직장인이 바로 창업에 도전해 실패한 사례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했기 때문. 음식점 창업을 고려한 정 씨는 노동부에서 주최하는 조리사 양성 과정을 듣고 중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2008년 7월부터는 서울대학병원 스카리라운지에서 요리사로 1년 간 일을 하면서 음식점 운영 경험을 쌓았다.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한 정 씨는 2009년 8월부터 업종 선정에 나섰고, 일본에 출장갔을 때 자주 경험했던 일본라멘전문점 창업을 선택했다.
“업종을 선정한 후 브랜드를 고르다보니 LG건설의 계열사인 LG패션에서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가 눈에 띄더군요. 음식점 하나라도 일류로 키워낼 거라는 생각에 선택했죠.”
창업비용 2억원 중 점포구입비로 1억2천만원, 개설비로 8천만원을 투자했다. 자금 조달은 저축과 퇴직금으로 충당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때는 재직 당시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테라스와 매장의 동선이 연결되도록 인테리어 업체에 접이식 문을 제안해 도입한 것.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 2곳은 예약 손님으로 늘 만원이다.
매장 주변에는 면요리전문점 5곳이 경쟁하고, 전체 고객의 70%는 20~30대이며, 저녁에는 30~40대 술손님이 많다.
저녁 매출이 늘자 영업시간도 바뀌었다. 오전 10시 문 열고, 밤 12시에 닫는데 원래는 밤 10시면 문을 닫았었다. 아내는 점심 러시아워 때 POS와 서비스를 돕고 오후 3시면 가정으로 돌아가 육아를 책임진다. 정 씨가 주방을 책임지기에 주방 정직원은 손님이 몰려도 1명만 고용했고, 오전과 오후 아르바이트 1명씩 두어 서비스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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