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의 창업전략 마케팅] 창업이 제일 쉬워요, 창업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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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620 등록일등록일: 2014-04-25본문
창업을 준비하다가 용기가 안 나 1년 이상 각종 창업 교육을 듣고 다니던 A씨가 어느 날 명함을 들고 찾아왔다. 창업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는 것이다. 본인 창업도 용기를 못 내더니 왠 창업 컨설팅 회사냐고 물었더니, 누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하는 일을 대행하면 돈이 된다고 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대답이었다.
인터넷에는 ‘월수 000를 보장한다’는 창업 컨설턴트들의 점포 광고가 수두룩하다. 부동산 컨설턴트들도 저마다 점포 중개를 하며 창업 컨설턴트를 표방하고 있다.
창업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는 교육과정도 넘쳐난다. 수십 시간짜리 교육은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만한데 10시간에서 20시간 남짓 교육을 받으면 창업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단기 교육과정도 버젓이 있다.
A씨와 비슷하게 1년째 자신이 없어 창업하지 못하고 있던 K씨도 경력설계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컨설턴트가 적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창업 컨설턴트 양성 교육을 받았다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컨설턴트의 길을 가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창업 컨설턴트가 되면 무엇을 컨설팅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금세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뭘 컨설팅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백이었다.
얼마 전에는 어느 창업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새파랗게 젊은 친구들이 컨설턴트를 자처하며 홈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의 사업설명회에 가면 가맹상담을 하는 영업사원들이 나이 든 창업자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창업을 가르치려 드는 모습을 종종 본다. 얼마 전 모 대기업의 사업설명회에 다녀온 한 예비 창업자는 앞으로 그 기업의 브랜드 창업을 고려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고, 그 기업 브랜드에 돈을 쓰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라며 씩씩거렸다.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 젊은 직원의 태도가 너무 불손했다는 설명이었다. 전날 저녁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눈은 벌겋게 충혈된 데다 고객인 예비 창업자를 마치 어린애 다루듯이 훈계조로 막 대하며 ‘우리는 대기업이 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한 태도 때문에 불쾌감을 참느라 혼이 났다는 것이었다.
20년 이상 창업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필자는 요즘 점점 더 창업을 하라고 권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그만큼 창업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좀 젊거나 어린 예비 창업자에겐 가급적 취업을 알선해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교육시켜서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 취업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어차피 언젠가 창업을 해야 하는 중장년층이라면 가맹본사에 취업해 가맹점주를 도우며 창업실무를 익힌 다음 자신감이 생겼을 때 창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연봉 8000만원 이상 받던 금융권 출신의 한 베이비부머 퇴직자는 필자의 권유를 받고 낮은 연봉까지 감수하고 미래의 창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 취업해서 현재 잘 적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대대적인 창업 지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국내 창업 지원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책의 하나가 되고 있다.
창업! 창업! 창업을 외치는 요란한 구호들은 모두 ‘창업이 가장 쉬웠어요’라고 외치는 것 같다. 한데 그렇게 창업을 권하는 사람(창업 컨설턴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창업을 해서 정말 말대로 쉽게 성공할 수 있는지.
창업을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도 문제지만, 창업을 마치 백화점에 진열된 물건을 쇼핑하는 것처럼 가벼운 행위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하나의 기업이 태어나고 정착하고 지속적으로 생존을 영위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다. 큰 기업도 30년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경우 3년을 견디는 생존율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한다. 통계상 수치는 이렇게 어려운데 창업 컨설턴트 또는 점포매물 중개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영업 담당자들은 너무 쉽게 ‘창업을 권한다’.
얼마 전 우리 회사의 프랜차이즈 전문가 교육과정을 들었던 동문들이 모여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대부분 가맹본사에서 한 브랜드를 책임지는 임원들이거나 사장들이었는데 어느 브랜드 대표가 특이한 건배사를 제안했다. 본인이 ‘가맹점주 마음을’이라고 외치면 다른 사람들은 ‘아프지 않게’라고 구호를 외치라는 것이었다. 즉, 가맹점주의 성공과 실패를 100% 책임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맹점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창업을 돕는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높이고 창업의 성공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며 정성과 열정을 다하면 창업자들의 성공률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반면 창업자를 돕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이 제일 쉬웠어요’라며 너무 가볍게 창업을 권한다면, 필경 창업자들이 가슴 아픈 실패를 맛보게 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20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했다. 둥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프랜차이즈를,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에서 외식업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방송과 언론에서 창업 전문 패널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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