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출신 경력단절 주부의 4평짜리 1인 꽃가게 창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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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536 등록일등록일: 2024-01-24본문
컴퓨터 전공, 공공기관 연구원 출신. 이런 경력을 가진 주부가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4평짜리 1인 꽃집의 주인공은 서울 수락산역 위치한 <예쁜꽃예쁜나무>의 최정화 사장(50)이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조용한 직종인 연구원과 꽃집은 얼핏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많은 여성들의 로망인 꽃집은 겉보기만큼 우아하지만은 않다. 무거운 화분과 흙을 수시로 날라야 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시장에 나가야 하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경기침체와 소비심리가 떨어져 예전보다 꽃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최 사장의 행복지수는 높다. 얼마 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사업으로 무인 꽃 자판기를 설치해 24시간 운영 매장이 됐다. 꽃자판기 덕분에 영업시간이 길어져 매출도 오르고, 지역 주민들은 늦은 밤에도 꽃을 살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최 사장의 행복지수도 높여졌다. 4평짜리 1인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경력단절 주부 최정화 사장의 꽃집 창업이야기를 들어본다.
◆직장 퇴사 후 전업주부로 일하며 다양한 자격증 취득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최정화 사장은 졸업 후 통일연구원에서 9년 동안 일했다. 그 후 1997년에 결혼한 뒤 육아를 하느라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5~6년 정도 지냈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육아와 살림만 하지는 않았다. 다시 사회로 복귀할 준비를 하며 다양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에는 광고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포토샵, 일러스트, 그래픽디자인 등 디자인 관련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꽃과 나무를 가꾸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꽃을 좋아했던 터라 최 사장의 관심은 계속 꽃에 있었다. 결국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조경사의 문하생으로 일하며 경험 쌓은 뒤 창업
최 사장이 꽃을 좋아하고 자격증까지 따 놓자 기회가 왔다. 조경사로 일하는 선생님 밑에서 문하생으로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암동에 있는 큰 화원에서 꽃과 나무들의 기본기부터 조경 전반에 관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문하생으로 일할 때 월급은 100만 원 정도다.
문하생으로 2~3년 지낸 최 사장은 2008년 독립을 한다. 서울 상계동에서 <더 플라워>라는 꽃집을 창업했다. 6평 규모로 창업비용은 보증금 포함해 4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 첫 창업이었지만 문하생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꽃 소비가 많지 않아서 조금 고전을 했다. 이때 마케팅은 주로 블로그를 이용했다. <더 플라워>를 3년 정도 운영하던 최 사장은 문하생으로 있던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다시 장암동 화원에 들어가 꽃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상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2014년 무렵에는 다시 화원을 나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서 재창업을 한다.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꽃가게 이름은 <예쁜꽃예쁜나무>로 했다. 창업비용은 보증금 포함해 7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 이 후 수락산역 인근으로 이전을 했다. 바로 지금의 <예쁜꽃예쁜나무> 자리다. 집과 가까워서 선택했다. 4평 정도의 작은 가게이고 매장 밖 공간이 7~8평 정도 된다.
◆최상급의 꽃 판매 전략으로 경쟁력 키우다
카페만큼이나 많이 생기고 많이 없어지는 것이 바로 꽃집이다. 강남의 역세권 및 대학가나 상권이 번화한 곳은 잘 되는 편이지만, 그 외 지역 꽃집들은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매출이 강남 지역의 1/3 수준이다.
모든 업종이 그렇듯 꽃집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가게만의 콘셉트를 확실히 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최정화 사장이 <예쁜꽃예쁜나무>의 콘셉트으로 삼은 것은 ‘퀄리티 있는 꽃의 판매’이다.
최 사장은 꽃을 워낙 좋아하고, 꽃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자부심이 크다. 그래서 가급적 좋은 품질의 꽃과 화분을 가져다 놓으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꽃에는 등급이 있다. 등급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최 사장은 최상급의 꽃을 구입해서 판매한다. 때문에 꽃값이 다른 곳보다 비싼 편이다. 손님들이 다른 데는 장미꽃이 3천 원인데 여기는 왜 5천 원이냐고 물으면 최 사장은 과감하게 얘기한다. “소고기처럼 꽃에도 등급이 있어요. 저는 최상등급 꽃을 판매합니다.”
꽃의 생존 기간은 긴 편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장미의 경우 2주까지 가기도 한다. 등급이 좋은 것일수록 오래가고 늦게까지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등급이 좋은 꽃은 같은 온도의 물에 담가놔도 물 빠짐이 적고 오래가지만, 품질이 나쁜 것은 하루 이틀 만에 물이 빠지는 꽃들도 있다. 종류마다 차이는 있다.
품질이 좋은 꽃을 판매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최 사장 꽃가게의 단골이 된다. 어떤 손님들은 싼 꽃으로 풍성하게 꾸민 가성비 꽃다발을 원한다. 그래서 창업 초창기에는 저렴한 꽃도 갖다놓고 판매를 했다. 그러나 버리는 게 더 많아 로스율이 올라갔다. 이제는 낮은 품질의 싼 꽃은 판매를 안 한다.
◆재방문율 90%의 비결 두 가지
<예쁜꽃예쁜나무>의 주고객층은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단골들은 30~50대 남성들이 많다. 재방문율이 90% 이상인 최 사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골들이 최 사장의 꽃가게를 많이 찾는 이유는 단연 품질 좋은 꽃의 판매다. 한 번 꽃을 구매해본 고객은 다른 꽃집에 비해서 꽃이 더 오래가고 싱싱하며 색감이 좋다며 꼭 최 사장의 가게에서만 구매한다. 매주 사가는 단골도 있다.
품질 좋은 꽃만큼 단골들을 사로잡는 비결은 꽃다발의 데코와 포장술이다. 최 사장은 꽃다발을 잘 만든다. 꽃과 식물을 사랑하던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디자인 감각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색감이나 감각도 좋은데 노력까지 더해져, 백화점이나 유명 플라워숍의 꽃다발보다 예쁘다며 단골이 된 손님도 있다.
요즘 꽃 포장 트렌드는 포장지로 꽃다발을 크게 하는 것이다. 꽃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언밸런스 포장 기법도 유행하고 있다.
단골이 많은 최 사장의 꽃가게지만 간혹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한다. 일전에는 어르신 고객에게 빈티지 장미로 꽃바구니를 해서 배달을 했는데 시든 꽃을 보냈다고 해서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이 있다. 꽃의 종류를 잘 몰라 벌어진 일이지만, 고객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화려한 꽃으로 해서 다시 배달을 한 적이 있다.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바로 수용하고 자세한 설명을 한 뒤 새로운 꽃으로 바꿔준다. 그러면 그 고객은 최 사장의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재구매를 많이 하기 때문에 꽃집 운영에서 단골 고객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로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머천다이징 능력 필요
꽃가게는 5월 달이 성수기다. 졸업시즌에도 성수기였지만 코로나 이후 졸업식을 간소하게 하는 트렌드가 정착되어 예전만큼 많이 안 팔린다.
최 사장의 꽃가게는 꽃과 화분을 구매하려는 손님들 이외에 식물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식집사’들이 많이 찾아와 식물에 대한 지식을 물어보기도 한다.
식집사들이 오면 일단 찍어 온 사진을 보고 종류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양지에서 키우는 건지, 음지에서 키워야 하는 건지, 물은 어떻게 줘야 하는 건지 알려준다.
특히 내가 키우면 식물들이 죽는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물주는 양을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물은 식물의 특성에 맞게 줘야 하는데, 처음 산 화원에서 며칠에 한 번 주라고 했다고 계속 그렇게 주다보면 썩어서 죽는 경우가 대부부이다. 흙이 마르기 전에 물을 주면 뿌리가 썩는다. 가장 좋은 것은 흙이 마를 듯 싶을 때 주는 것이다.
화분은 잘 가꾸면 오래 살지만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든다. 어쩔 수가 없다. 때문에 꽃가게를 운영하려면 버리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최 사장 가게의 로스율은 30% 정도 된다. 꽃을 버릴 때는 타지 않는 쓰레기봉투에 별도로 버려야 한다.
꽃가게에서 로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머천다이징 능력도 필요하다. 트렌드에 맞는 식물뿐만 아니라, 에어플랜트나 다육식물, 마리모 등의 특이한 식물을 갖다놓아도 잘 나간다. 요즘 트렌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이다. 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한 가공화로 1∼5년간 모습이 유지된다. 겨울에 하루 종일 들고 다녀도 얼지 않고, 물 관리를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매출 10% 상승시킨 일등공신은 이것!
최정화 사장은 <예쁜꽃예쁜나무>를 혼자 운영 중이다. 어쩌다 일찍 문을 닫게 되거나 영업 시간이 지난 후에 꽃을 사가고 싶어 하는 전화하는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다. 밤늦게 생일 꽃을 사려는 고객도 있다.
그럴 때는 영업 시간이 짧아 단골들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손님들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무인 꽃 자판기를 설치해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24시간 꽃을 살 수 있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된 것이다. 최 사장은 지난 해 여름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을 통해 꽃 자판기를 도입했다. 꽃 자판기 설치 후 지역 주민과 단골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꽃 자판기는 카드를 넣고 꽃이 들어있는 번호를 누르면 금액이 뜨고 결제가 되면서 문이 열려 꽃을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24시간 운영이기 때문에 전날 꽃을 만들어 넣어놓으면 밤늦은 시간에도 고객이 꽃을 사갈 수 있다.
자판기에 들어갈 수 있는 꽃은 최대 높이 50센치, 가로 40센치 정도의 사이즈이다. 미니화분도 들어갈 수 있다.
꽃 자판기를 도입하는 데는 자부담금이 165만 원 정도가 들었다. 정부 지원금은 460만 원 정도다. 꽃 자판기를 도입하고 매출이 10% 상승했다. 2023년 연매출은 1억 정도다. 수익률은 30~40%선.
최 사장이 설치한 꽃 자판기 크기는 11칸으로 가로 108센치, 높이 194센치 정도다. 자판기에 들어가는 꽃 가지수는 생화가 3~4개,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2~3개, 일반 미니화분이 2~3개 정도다. 꽂 자판기 이용 시간은 저녁 7~8시가 많고, 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꽃 자판기는 먼지가 들어가면 닦아주고 겉 유리 부분의 먼지도 수시로 닦아줘야 한다. 냉장 기능은 안 돼서 아쉽다. 그래서 생화는 매일 교체해 줘야 한다. 냉장 기능이 있으면 더 싱싱하게 꽃을 보관할 수 있지만, 100% 무인이 아니고 낮에는 가게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꽃을 교체하는 게 힘들지는 않다.
최 사장은 이번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예전부터 도입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못했는데 정부 지원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른 소상공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웃 상인들에게 홍보도 많이 하고 있다.
◆꽃집 운영은 체력과의 싸움
최정화 사장의 하루는 6시 반에 시작된다. 새벽시장에 나가는 날은 5시에 일어난다. 9시 가게 오픈 시간을 맞추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 이동은 최 사장의 자동차로 한다.
꽂 가게는 보기보다 육체노동 강도가 세다. 무거운 화분, 흙도 들고 옮겨야 한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오면 짐이 많은데, 그것을 다 일일이 옮기고 진열하는 것도 일이다. 화원은 부부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로드샵 꽃가게는 여성 혼자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장들이 많다. 직업병으로 어깨에 결림이 많아지고, 손도 많이 망가진다.
이처럼 꽂가게 운영은 체력소비가 많은 일지만, 최 사장은 꽃가게를 운영하는 틈틈이 전시회도 열고 강의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의는 경희대학교에서 한다. 2020년도에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화예실내조경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조교로 있으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에 가는 날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나와서 가게를 운영한다.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지만, 최 사장은 소득이 좀 적어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경영을 병행하는 게 더 보람있다. 학생들에게 더 실질적인 지식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꽃과 동물 결합한 카페 운영해보고 싶어
20대가 된 최 사장의 자녀들은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싫어 꽃가게를 그만두라고 말을 하지만, 최 사장은 힘든 만큼 행복지수도 높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도 높다. 그것이 15년 간 꽃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공비결이다.
최 사장은 앞으로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꽃과 식물과 함께 하고 싶다. 꿈이 있다면 동물과 꽃을 결합한 카페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꽃만큼 동물들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카페를 열게 되면 유기견 보호활동도 하고 싶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거의 모든 소상공인들이 ‘창업은 체력’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상공인 현장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힘든 일을 이겨내는 비결은 각자 다르지만 그 중에 하나가 ‘보람’이다. 비록 소득도 적고 힘들지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거나 우리 가게 때문에 행복해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의 능력이 성장할 때 보람이 커진다.
요즘들어 가게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병행하거나 전문가로 활동하는 소상공인 늘어나고 있다. 대학들도 실무적인 학과가 많이 생기면서 이론과 현장을 모두 아는 교수 인력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상점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경험은 이런 전문가형 소상공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소상공인의 워라벨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 KFCEO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대구경북FC리더 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