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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의 힐링 창업] 싸구려 시간을 가진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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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4,569 등록일등록일: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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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배들어 오면' 

과거 호주머니가 궁한 사람들이 다른 이에게 신세를 질 때 곧잘 쓴 표현이다. '인천에 배가 들어온다'는 것은 언젠가 아니 곧 형편이 풀리면 은혜를 갚겠다,  사람 노릇하겠다, 인간답게 살겠다,  뭔가 새로 일을 벌이겠다, 대충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싸구려 시간으로는 기업의 미래 못만들어 

기업체 사장들도 곧잘 그런 말을 한다.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인천에 배들어오면 잘 처우해주겠다고,  보너스도 두둑하게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싸구려 시간을 가진 회사는 아무리 배가 들어와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배가 고픈 김 사장네 회사에 모처럼 일이 들어왔다. 모바일앱 개발이었다. 문제는 계약조건이 너무 나빴다는 것이다. 영업과정에서 계속 수주 가격이 깎여 그럴 바에는 차라니 일을 받지 않는 게 나았으나 유휴 인력을 놀릴 수가 없다고 판단해 수주를 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익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업무량은 계속 늘어났다. 애초에 5개월이면 끝날 거라 계획한 일은 고객사와의 마찰로 기간이 계속 늘어났다. 김 사장은 그해에 회사의 수익개선과 미래 사업방향에 중요한 신규사업 계획을 세웠다.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으리라는 그의 기대와 달리 싸구려 일에 매달린 탓에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었다. 

김 사장 회사처럼 기업의 시간이 싸구려가 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적정한 이윤을 내지 못하거나 경험의 누적이 부가가치가 되지 못하는 기업의 시간은 모두 싸구려로 전락한다. 

인건비는 아까워하면서 시간 낭비는 방치 

많은 경영자들이 사람의 생산성은 따지면서 시간의 생산성은 점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시 종업원 300인이상 기업은 이미 주 52시간 근무 시대에 들어갔고 머지 않아 작은 기업에서도 이 근무제는 보편화할 전망이다. 일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데 싸구려로 전락한 시간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인천에 배가 들어오거'나 '쨍하고 해 뜰 날'은 없다. 

성격이 깐깐한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다. 잔소리를 많이 하는 데다 긴 회의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빠듯한 인력에 할 일은 줄어들지 않는데 한 번 회의가 시작되면 끝날 줄을 몰랐다.

직원들은 야근을 하거나 일을 대충 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다. 직원 대부분은 후자를 택했다.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고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았고 서비스 단가는 낮아졌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회사의 시간은 점점 싸구려로 전락됐으나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시간의 효율은 떨어졌지만 직원들의 임금이나 사무실 임대료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운영에는 깐깐하기 그지 없으나 영업에는 젬병인 정사장네 회사의 시간도 점점 싸구려가 되고 있었다. 영업 부진으로 조직원 처우가 낮아지면서 서비스 단가도 덩달아 낮아지고 그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었다.

생산성없는 일로 직원들의 시간을 허비시키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고 사장은 주로 단가가 비싼 일을 했다. 문제는 그런 일은 지속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일 년에 몇 달 동안 일이 없을 때도 많았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하는 수요가 발생하기를 기대하며 이익이 거의 없는 프랜차이즈 인테리어 공사를 여러 곳 수주했다. 

문제는 공사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비용도 받지 않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 인테리어 메뉴얼을 만들어주다 보니 수익이 발생하는 않는 일에 높은 임금 근로자들이 시간을 투자하게 돼 회사는 더 어려워졌다.

벤처기업을 하는 양 사장은 회사가 어려워져서 직원을 절반이상 구조조정했다. 인력이 반으로 줄었지만 회사의 업무는 큰 지장이 없었고 원활했다. 오히려 이전에는 임원들의 갈등으로 파벌이 생겨 시끄러웠던 회사는 구조조정으로 임원이 줄면서 갈등이 사라지자 더 조용해졌다. 그제야 양 사장은 방만한 조직구조에 임원 간의 갈등에 따른 세력 다툼이 회사의 시간을 싸구려로 전락시킨 원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고등학교 동창 회장, 최고경영자(CEO)과정 회장, 사진동호회 회장, 동업종모임 회장 등 회사 외부일로 정신없는 이 사장은 어느 날 자기 회사가 빈털털이가 돼 있는 걸 발견했다. 이 사장이 회사 외부의 여러가지 모임에 봉사하는 동안 회사는 중요한 사업의 기회도 놓치고 전략적인 관리를 하지 못해 사업구조도 무너져 있었다.

싸구려 시간이 되는 이유는? 

기업의 싸구려 시간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둘째, 매출이 올라도 손익이 나쁘다. 셋째, 경영자나 조직원들이 돈이 안 되는 일로 바쁘거나 회사의 본업과 무관한 일로 바쁘다. 넷째, 시간도둑이 있다. 임금이 높은 사장이나 임원들 팀장급들이 임금이상의 부가가치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브랜드나 사업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즉 어제 한 노력의 결과가 내일의 더 큰 성장에  밑거름이 되지 않는다. 여섯째, 값싼 제품만 파는데 박리다매가 안 된다. 일곱째, 업무 프로세스가 잘못 설계돼 같은 일을 하는데 경쟁사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여덟째,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결정 시간을 미루고 있어 수익을 높일 기회를 놓치고 있다. 

기업에서 시간·사람·돈은 하나다 

경영에서 시간은 비용의 다발이다. 시간과 사람과 돈은 언제나 교환이 가능하다. 알이 꽉 찬 배춧속처럼 시간을 정교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길거리에 돈을 갖다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부가가치 시간을 만들려면 먼저 기업의 활동을 분석해야 한다. 가치가 있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분리해야 한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중요한 업무라면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조직도 봐야 한다. 목표관리나 성과지표가 잘 정비된 경우라면 좀 덜하겠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사장도 닥치는 대로 일을 시키고 조직원도 윗사람이 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생산성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행착오가 너무 많으면 낭비되는 자원이 많아 기업의 시간이 싸구려로 전락된다. 더 중장기로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잘 설정돼있는지, 닥치는 대로가 아니고 계획에 따라 일이 진행돠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가장 비싼 월급을 받는 사장의 시간이 사장 멋대로 사용돠고 있는 건 아닌지도 점검 해야 한다. 결재나 의사결정 지연으로 회사나 부서 전체의 시간이 허비되고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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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BUZABIZ님에 의해 2020-05-08 02:03:40 전문가 칼럼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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