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스타] 12평 배달 가게, 월 2억9천만원 매출일 때 순수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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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37 등록일등록일: 2025-11-28본문
2025년 외식업 시장에서는 “배달 전문점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배달 수수료는 올라가고, 광고비는 부담이 되고, 각종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배달 음식점 폐업률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한때 ‘배달 맛집’이라는 말이 칭찬이었는데, 이제는 그 말조차 불안하게 들리는 시기다.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의 12평짜리 작은 배달 국밥 가게가 월 매출 2억7천만 원, 순수익 4천만 원을 꾸준히 기록헤 화제다.
배달 특화 국밥 브랜드 ‘국밥백서’의 직영점 이야기다. 오픈 첫 달 매출 5천만 원으로 시작해 두 달 만에 1억 원을 넘겼고, 1년이 채 되기 전에 월 매출 2억7천만 원에 도달했다. 같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가맹점들 역시 월 1억 원 안팎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배달업의 몰락이 말로만 들리지 않는 요즘, 이 브랜드는 어떻게 전혀 다른 숫자를 만드는 것일까.
#사진_국밥백서_이재교대표
◆축산유통과 온라인 배경을 가진 창업자
국밥백서 이재교 대표(45세)의 경력은 흔한 외식업 사장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첫 직장은 조경 시설 회사였다. 산림학을 전공하고 선택한 첫 직장이었지만, 일 자체가 너무 고되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를 준비했다.
그때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육가공회사를 같이 운영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막창을 한국에 처음 들여오던 1세대 수입업자였다.
지금처럼 대구 막창이 유명해지기 전, 미국에서 땅을 마련하고 사료 공장으로 향하던 막창을 멕시칸 인력을 고용해 깨끗하게 가공해서 한국에 수입해 시장을 만든 사람이다. 무역업을 하던 중 육가공제조공장에 투자를 했는데 그 회사가 망할 상황이 되자 투자비를 날리느니 차라리 공장을 인수해서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아들에게 SOS를 친 것이었다.
대표는 2007년 아버지와 함께 육가공제조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본 세계는 녹록지 않았다. 여신으로 몇백억 원씩 당겨 쓰는 구조, 고기값을 떼먹어도 몇 년 감옥에 다녀오면 된다는 식의 왜곡된 사고방식, 사기와 편법이 비일비재한 환경이었다. 그는 “70%는 사기꾼, 30%만 정직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은 한 가지 확신을 남긴다.
언젠가는 남의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만의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결심이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외식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인맥도 만들고 해외 벤치마킹도 다녔다.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서 유통구조가 투명한 IT 시스템을 결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사업을 하던 중 그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상표권을 두고 소송이 이어진 것이다. 상표권자는 이재교 대표였으나 상대 회사가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해놓고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후 상표권 소송이 벌어진 것이었다.
대형 로펌과 큰 회사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얽히고, 집안 사정까지 흔들릴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대법원까지 간 후 결국 상표권을 지켜낸다. 그러나 로펌의 전권 위임 조항 때문에 법률 대리인이던 로펌에서 상표를 소송 상대사에 말도 안되는 헐값으로 넘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는 더 이상 남의 시스템 안에서 일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후 그는 그동안 인맥을 쌓아온 전문가들과 연합해 늘품마루라는 온라인 회사를 만들고 IT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탁월한 시스템에 기반해 주요 대기업들의 온라인 판매를 대행하며 급성장한 늘품마루는 오프라인 물류 사업에까지 진출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재교 대표가 젊은시절 가졌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새로 창업한 회사가 바로 국밥백서를 운영하는 패스트 클라우드다.
패스트클라우드는 배달 음식점 프랜차이즈에서 출발해서 외식업으로 진출하는 게 목표다. 이재교 대표는 어떻게 배달음식업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일까?
◆가장 좋은 원재료와 가장 단순한 조리의 결합
첫째, 국밥백서의 가장 큰 무기는 ‘맛’이다.
하지만 그 맛은 단순히 요리 실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축산·육가공·공장 생산·식자재 유통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 설계한 결과물이다.
이 대표는 축산 유통의 한계를 일찍 깨닫고 젊은 시절 대학에서 운영하는 외식과정을 다니면서 외식업을 공부했다. 그시절 일본 벤치마킹 투어에서 CK(중앙주방) 개념을 익혔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팜투테이블 스타트업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일을 경험했고, 온라인 총판 전문 회사 ‘늘품마루’의 공동창업자로 참여해 수협·농협·목우촌·동원 등 국내 대형 식품기업의 판매 대행을 맡았다.![]()
이 경력이 고기 선별, 레시피, 공장 생산, 원가 설계까지 모든 과정에 발휘된다.
국밥백서는 얼큰 돼지국밥을 시그니처로 삼는다. 고기 양과 육수 양은 경쟁 브랜드보다 15% 이상 많고, 육개장 700g, 갈비탕 800g 이상 등 ‘배달용 국밥’에 최적화된 세팅을 갖춘다. 돼지머리는 100% 국내산만 사용하고, 살코기는 미국산 목전지를 쓰지만 협력사는 10~20년씩 관계를 이어온 곳들이다.
이재교 대표는 “맛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매장 조리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다.
핵심 공정은 공장에서 끝내고, 현장에서는 데우고 조립하는 수준으로 동선을 줄인다. 12평 매장에서 정규직 3~4명, 아르바이트 몇 명으로 월 2억7천만 원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류를 본사가 장악해 원가를 최소로 낮춘다
◆최저가로 물류 조달 경쟁력
국밥백서의 두 번째 비결은 물류다.
대부분의 신생 프랜차이즈는 외부 물류 업체를 이용하면서 수수료가 붙고, 그 부담이 가맹점 원가로 전가된다.
그러나 국밥백서 본부는 자체 물류 회사 ‘늘품마루’를 운영한다.
이 회사는 1만3천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전자제품, 선물세트, 식자재 등 다양한 품목을 다루고, 대형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를 총판 방식으로 진행해온 곳이다.
이 덕분에 국밥백서는 식자재를 도매가가 아닌 공장 출고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확보한다. 물류 차량과 인력도 직접 운용하므로 추가 비용이 거의 붙지 않는다.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식자재 가격이 1,000원이라면 기존 구조에서는 1,100원이 되지만, 우리는 공장과 바로 연결하면 900원대도 가능하다.”
본사는 이것을 마진으로 챙기지 않고, 가맹점의 원가를 낮추는 데 사용한다. 외식업 시장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다. 배달앱은 본사가 관리하고, 점주는 음식과 속도에 집중한다
◆배달앱 관리 노하우
세 번째 비결은 배달앱 관리다.
배달 전문점의 성패는 배달앱 화면에서 결정된다.
노출 점수, 리뷰, 찜 수, 배달 속도, 조리 속도, 쿠폰, 광고 단가 등 모든 요소가 점주 매출과 직결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점주는 이 복잡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국밥백서 본사는 이 부분을 전부 가져간다.
배달앱 세팅, 메뉴 구성, 사진·설명 업로드, 리뷰 자동 댓글, 블라인드 신청까지 시스템이 대신 처리한다.
초기 3개월 동안 본사는 노출 최적화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리뷰와 찜을 늘리고, 조리·배달 속도를 개선하며, 쿠폰 정책을 조정해 상단 노출을 확보한다.
광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도 일관된다.
대표는 “1만 원짜리 팔면서 5천 원을 광고비로 쓰면 끝나는 장사”라고 말하며 CPC를 최소화한다. 이렇게 본사가 플랫폼을 관리하니, 점주는 오로지 맛과 속도에만 집중하면 된다.
◆위생은 세스코, 슈퍼바이저는 ‘매출 코치’
네 번째 비결은 위생과 현장 관리다.
국밥백서는 모든 신규 매장이 식약처 위생등급 ‘별 3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 세스코와 업무협약을 맺어 정기 관리받고, 세스코 대행 비용은 본사가 부담한다.
대신 슈퍼바이저는 위생 점검을 위한 감독관이 아니라 매출을 올리는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메뉴 믹스, 객단가, 리뷰 반응, 프로모션 전략을 함께 보며 매장이 더 팔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접근법이 점주의 신뢰를 만든다.
◆국밥 카테고리를 통째로 점령하는 메뉴 전략
다섯 번째 비결은 매우 정교한 메뉴 전략이다.
국밥백서는 국밥백서·백년갈비탕 등 여러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운영한다. ·전필례의 뜸뿍해장국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돼지국밥·육개장·갈비탕·해장국·뼈해장국·내장탕을 모두 커버하는 ‘다브랜드 전략’이다.
이 전략은 배달앱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여러 카테고리로 동시에 노출되는 효과를 만든다.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매장이지만 다른 메뉴처럼 보이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주문의 폭이 넓어진다.
국밥 + 편육 + 전 조합 등으로 가격대를 2만 원대까지 끌어올리면서도 쿠폰과 할인으로 체감 가격은 낮춘다.
‘국물만 판매하는 메뉴’는 포장·배달 모두에서 꾸준한 수요를 만든다.
단순한 국밥이 아니라, 국밥 카테고리 전체를 재구성한 브랜드라는 점이 특징이다.
배달에 머물지 않고 테이크아웃과 자동화를 실험한다
◆지속적인 Pivoting
여섯 번째 비결은 끊임없는 실험이다.
국밥백서의 가맹점 중 한 곳은 배달 외에 포장 할인만으로 하루 60만 원의 매출이 나온다. 포장 판매가 늘어나면 수익성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이재교 대표는 로드매장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하루 500~600만 원 매출을 소화하는 매장에서 테이크아웃까지 늘리면 현장이 과부하되기 때문에, 점주 상황에 맞춰 키오스크 등 효율화 장비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조리 자동화도 준비한다.
혼자 운영해도 하루 300만 원 매출을 목표로, 국물 추출·분량 계량·화구 자동 온·오프 기능을 갖춘 설비를 개발 중이다.
배달 플랫폼 바깥에서 고객을 모으기 위한 당근마켓·유튜브·창업 플랫폼 마케팅도 동시에 진행한다.
현재 국밥백서는 직영점 2개, 가맹점 38개다. 내년에는 직영점을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직영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가맹점의 낮은 원가를 가맹본사가 부담하기 위해서는 가맹본사도 직영점 운영을 통해서 자체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내년에는 오프라인 사업 모델도 준비 중이다. 배달 사업은 초기투자 비용이 적은데 배달에서 성공한 가맹점주가 오프라인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이경희의 원포인트
국밥백서의 성공은 “우연한 대박집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업이 흔들리는 시장에서 월 2억7천만 원 매출, 순수익 4천만 원을 만드는 구조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실험실 같은 사례다.
여기서 얻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배달업의 본질은 메뉴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좋은 재료를 가장 낮은 원가로 확보하고, 현장에서 단순하게 조리하고, 배달앱을 본사가 관리하고, 위생과 슈퍼바이저를 체계화하고, 메뉴를 카테고리 단위로 재구성하며, 플랫폼 밖의 마케팅까지 병행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정말 배달업이 끝난 것일까. 아니면 아직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한 브랜드가 드물 뿐일까. 국밥백서의 12평 배달 가게는 배달업에 대해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