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돼지집_장보환대표

우리나라에는 ‘고깃집 프랜차이즈는 오래가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염지육 위주의 치킨과 달리 원육을 쓰는 고깃집은 식재료와 조리의 변동성이 커 고기 맛을 매장마다 똑같이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품질 관리를 놓치면 매장들의 맛이 달라지고, 유행업종으로 반짝하다 사라진다.

한 때 전국적인 성공을 거뒀던 고깃집 프랜차이즈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그 때문이다. 

◆15년 장수 브랜드, 출발은 12평에서 

이런 징크스를 깨고 15년간 장수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하남돼지집이다. 이 브랜드는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K-BBQ의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K-BBQ 사상 최다 해외 매장을 개설해 기록을 경신했다. 

창업자는 장보환 대표(50세)다. 장 대표는 원래 일본 요리사를 꿈꾸며 일본으로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IMF로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꿈을 접었다. 

대신 IT기업의 이커머스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10년 넘게 일했다. 하지만 지나친 과로로 구안와사를 겪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20대에 꿈꿨던 외식업에 도전했다. 

그렇게 2010년 6월, 7년간 방치된 가건물의 12평 가게에 하남돼지집이 문을 열었다. 그 작은 고깃집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로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K-BBQ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삼겹살집과 다른점은 ?

장보한 대표가 창업할 무렵 삼겹살집은 얇은 고기를 가마솥 뚜껑에 굽고, 반찬을 푸짐하게 내놓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하남돼지집은 정반대로 갔다.

두툼한 최상급 한돈만 썼다.

500도 불에 초벌구이를 한 뒤 테이블에서 마무리했다.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구워 잘라줬다.

반찬은 김치, 부추, 명이나물 정도만 냈다.

특히 명이나물은 당시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였다. 하지만 장 대표는 삼겹살과 명이나물이 만나면 최고의 조합이 된다는 걸 알아봤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 조합을 처음 대중화시킨 주인공이 바로 하남돼지집이다.

손님들은 반찬이 적어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고기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만족했다. “삼겹살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차별화는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데서 나온다.”는 진리를 증명한 것이다. 

◆장수 브랜드의 힘 

프랜차이즈 고깃집이 오래 못 가는 이유는  품질관리에 실패해 가맹점들의 ‘맛이 제각각’이 되기 때문이다. 하남돼지집은 이를 막기 위해 5개 육가공회사를 통해 매일 전국 가맹점에 최상급 고기를 배송한다.

하남돼지집의 원칙은 단순했다. “고깃집은 고기로 승부해야 한다.” 반찬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 맛이 일정하면 손님은 다시 온다. 식사류도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전 가맹점에서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고깃집의 다양한 유행과 트렌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하게 고깃집의 본질에 충실했던 것이다.. 

브랜드의 생명은 일관성이다. 이 원칙 덕분에 하남돼지집은 15년간 장수할 수 있었고, 지금은 해외에 가장 많이 진출한 한국 고깃집 브랜드가 됐다. 

◆해외 진출 어떻게 성공했을까?

요즘 K-푸드와 K-컬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프랜차이즈는 많지 않다. 대기업 몇 곳을 빼면 대부분 실패했다.

그런데 하남돼지집은 다르다. 현재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에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안으로 태국, 라오스, 몽골에도 진출한다. 연내 해외 매장은 2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태국은 아시아 최대 리테일 기업 ‘센트럴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앞두고 있다. 센트럴은 태국 전역에 백화점 체인을 소유하고, 40개 이상의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다. 그들이 선택한 첫 한국 외식 브랜드가 하남돼지집이다.
라오스는 최대의 민간기업이자, 지역민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인 코라오그룹, 몽골은 현지 외식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호주와 미국에서도 파트너가 대기 중이다. 상표권 등록이 준비되면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글로벌 진출의 가장 중요한 성공 조건이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외식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우수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좋은 파트너십은 성장의 지름길이다.



 

#하남돼지집_말레이시아_말라카점

 

◆말레이시아, 2년간 휴업 뒤 대박

글로벌 진출의 첫 단추는 말레이시아였다. 

하남돼지집 단골이었던 한국인 말레이시아 이민자가 쿠알라룸푸르에 첫 매장을 냈는데 코로나 팬데믹과 동시에 문을 열어 2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누구나 포기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남돼지집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텼다.

기대했던 대로 팬데믹이 끝나자 매장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입소문은 인도네시아, 베트남까지 번졌다.

향후 말레이시아에서는 25개까지 매장이 확장될 예정이다. KLCC, 밤부 힐스, 더 스타링 등 주요 상권마다 하남돼지집이 들어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첫 매장의 성공은 브랜드의 진짜 힘은 위기 후에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도 같은 맛을 내는 비결

고깃집은 특히 어려운 업종이다. 같은 레시피여도 나라별 식재료가 다르다. 한국에서와 같은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하남돼지집은 ‘맛 관리’를 위해 글로벌 사업팀을 꾸렸다. 인디아나 주립대 출신 회계 전문가, 필리핀에서 돼지고깃집을 100개 연 경험자, 중국에서 K-BBQ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중국어에 능통한 전문가, 9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직원들이 모였다.

해외진출에 성공하려면 가정 먼저 현지 언어가 되는 팀을 꾸려야 한다는 것을 실천한 것이다. 

이 팀은 현지에 파견돼 언어·조리·운영까지 직접 교육한다. 한국 식재료 대신 현지 재료로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조정한다. 그래서 현지 소비자도 “이게 진짜 한국 삼겹살 맛”이라고 느낀다.

하남돼지집은 “레시피를 복제하지 않고, 맛을 복제”한 것이다. 

#하남돼지집_말레이시아_페낭거니파라곤몰접
 

◆직원과 가맹점이 가장 큰 자산

하남돼지집 본사 직원의 대부분은 9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해온 직원들이 지금은 글로벌 진출까지 총괄한다.

가맹점주와의 관계도 든든하다. 대부분이 본사를 신뢰하고, 광고동의율은 98%에 달한다.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버티며 위기를 넘은 덕분이다.

장보환 대표는 “가장 큰 재산은 함께해온 직원과 가맹점 사장님들”이라고 말한다.

‘조직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함께한 시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남돼지집_인도네시아_JKT세노파티점
 

◆팬데믹 극복과 마케팅

팬데믹 때 하남돼지집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삼겹살 배달이다. 

정부의 영업 시간 규제로 매출이 급락하면서 폐점하는 가맹점도 등장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삽겹살 배달’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1인 가구 천만 시대에 잠재된 시장이 있다고 판단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협찬해 “삼겹살도 배달이 된다”는 메시지를 알렸다.

또 시중에 나온 배달 용기를 모두 조사해 브랜드의 품격을 높이면서도 음식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전용 배달 용기를 개발했다. 가맹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배달 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3개월간 배달용품 비용의 절반은 본사가 부담했다. 

그 결과 배달 매출이 전체의 30%까지 오르며 위기를 버틸 수 있었다. 배달 수수료 가 급등한 요즘은 배달을 장려하지 않지만, 팬데믹 시기에 생긴 배달 단골 고객들이 있어 지금도 가맹점 매출의 10% 정도는 배달에서 나온다. 

위기가 새로운 길을 만든 것이다. 

하남돼지집은 세스코 위생안전 솔루션과 제휴해 가맹점의 위생 진단을 실시한다. 3천여개가 넘는 항목을 점검해 최상급을 획득한 가맹점의 경우 로얄티 50%를 면제해준다. 하남돼지집이 시행하는 이 정책은 타 브랜드에도 모범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15년간 사업을 하던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팬데믹과 특정 가맹점과의 분쟁이었다. 마케팅 비용을 내지 않은 한 매장과 갈등이 이어졌고,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는 나머지 전체  가맹점과의 형평성 때문에 물류 중단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결과는 밀린 로얄티와 광고분담금 납부가 아닌 자체 육류 매입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브랜드는 규모가 아니라 고객에게 약속한 원칙을 지킬 때 만들어진다. 

하남돼지집은 고객에게 최상의 고기맛을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약속했고 다른 가맹점들이 모두 이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 가맹점에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해당 가맹점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계약 몇 년간 갈등이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오해와 왜곡된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계약해지 후 10개월이 지나서  인근에 신규 가맹점이 개설됐는데 그 가맹점을 죽이기 위해 악의적인 출점을 한 것으로 보도가 된 것이다. 

장 대표는 “원칙과 관대함 사이의 갈등이 가장 아팠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전부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전부’가 특징이다. 

‘원칙을 지키는 게 결국 브랜드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에 전체를 위해 하나의 예외를 허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원칙은 무겁지만, 결국 브랜드를 살리는 것은 원칙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매장도 예외가 아니다. 

#하남돼지집_가맹점간담회모습


 

◆동네 식당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하남돼지집의 시작은 단순했다. 두툼한 고기, 고열 초벌,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 여기에 명이나물이라는 작은 혁신이 더해졌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해외에서도 K-BBQ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동네 작은 식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사다리다. 하남돼지집은 그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을 유니콘급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라이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프랜차이즈야 말로 적합한 방법이다. 

글로벌로 뻗어가는, 장수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며 소상공인에게는 지속가능한 성공을,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한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코칭

하남돼지집은 K-BBQ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는 과열경쟁, , 해외에서는 확장 가속이라는 ‘이중 구조’에 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전략은 단순한 출점이 아니라 브랜드의 두 번째 도약을 설계하는 일이다.

첫째, 국내 시장은 ‘팬덤 기반의 장수 모델’로 리빌딩해야 한다. 삼겹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경쟁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더 많은 매장을 여는 전략보다는, 기존 가맹점 수익률을 높이는 ‘매장 생산성 혁신’이 핵심이다. 점심 메뉴 강화, 1~2인 소량 구성, 배달 효율화, 프리미엄 파츠(이베리코·숙성육) 도입 등으로 각 매장의 체감 매출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하남식 굽기 스쿨”, “고기 재단 마스터 클래스”처럼 운영 품질을 차별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공식화하면 브랜드 팬덤과 가맹점 충성도가 함께 올라간다.

둘째, 국내 브랜드 이미지를 ‘K-BBQ의 기준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더 유명해지는 브랜드는 결국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게 된다. 해외 매장의 고급 인테리어·고기 큐레이션·서비스 스토리텔링을 다시 한국에 역수입해 하남돼지집의 브랜드 노화(Brand Aging)를 막아야 한다. 즉, “HanaM Global Model”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해외는 속도전이 아니라 ‘국가별 마스터 시스템화’가 핵심이다. 말레이시아·태국·라오스가 성공 궤도에 오른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가가 아니라 ‘한 국가에서 20~30개 매장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레퍼런스 모델이다. 이를 위해 국가별로 현지 식재·공급망·교육센터·서비스 매뉴얼을 완전히 현지화해야 한다. 해외팀의 역할도 ‘오픈 지원팀’에서 ‘국가별 사업개발팀(BD)’으로 바뀌어야 한다.

넷째, 해외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표준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KLCC·베트남 서호 같은 초고효율 매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글로벌 하남 표준 매장(예: 100평/좌석수/필수 서비스/객단가 구성)”을 공식화하면, 향후 전 세계 확장에서 흔들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하남돼지집은 더 이상 고깃집이 아니라 ‘K-BBQ 플랫폼 기업’이 되어야 한다. 고기·조리·서비스·교육·브랜드 경험을 통합한 플랫폼을 만들 때, 하남돼지집은 단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K-BBQ의 세계 표준”을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확장이 아니라 겹겹이 쌓여온 저력을 ‘체계’로 바꾸는 일이다.

이것이 브랜드의 다음 10년을 결정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본 글은 필자가 매일경제 신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