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일과 휴가를 동시에...‘워케이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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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1,684 등록일등록일: 2024-02-19본문
직장인 K씨는 지난주 제주도로 4박 5일 간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K씨는 주로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바다가 보이는 쾌적한 환경에서 일을 하자 오히려 집중도 잘 되고 일의 능률이 향상됨을 느꼈다.
최근 기업마다 ‘워케이션 열풍’이 불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이다.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제도를 말한다.
워케이션이 확산 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원격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기반이 조성되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낯선 지역에서 업무를 통해 일의 효율성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사회의 주구성원이 되면서 기업들의 워케이션 도입은 더욱 확산될 거란 전망이다. 이에 지자체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고 인구 소멸지역의 생활 인구를 늘리고자 다양한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워케이션 지역은 ‘제주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해 10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워케이션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제주도였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한 사람은 1만 명이 넘었다. 민간 워케이션 바우처 사업이 큰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민간 워케이션 바우처 사업은 제주도 외의 기업 직원이 제주 지역 민간 오피스 시설을 이용할 경우 오피스(숙박료 포함)와 여가 프로그램 이용료를 1인당 최고 52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올해 워케이션 이용자 2만 명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 워케이션 거점을 조성해 생활인구 유치 등 지역격차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시 원도심과 서귀포시 혁신도시, 제주시 함덕리 해안도로변 등 3곳에 워케이션 공공 오피스를 조성하고 있다.
◆워케이션 성지로 급부상 중인 ‘강원도’
워케이션 장소로 많이 주목받는 곳 중에 또 다른 곳은 강원도이다.
동해시는 지난해 워케이션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망상에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열었다. 수도권 35개 기업에서 총 130명이 방문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거점(숙박)공간’으로 망상 오토캠핑리조트를, ‘근무공간(워킹 스페이스)’으로는 거점공간과 가깝고 주변 자연 환경과도 어울리는 망상 오토캠핑리조트 커뮤니티센터를 각각 워케이션 최적의 장소로 선정하고 쾌적한 근무 여건을 조성했다.
오션뷰 조망이 가능한 커뮤니티센터는 큰 인기를 얻었다. 탁 트인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해송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맡으며 자연 치유가 가능한 근무공간이었다는 평가다.
망상뿐만 아니라 인근 거리에 위치한 어달, 대진, 묵호 등과도 연계 하여 힐링 체류형 관광은 물론 조식, 카페이용권, 액티비티 이용권, 웰컴키트 제공으로 참여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프로그램이 비수기에 진행됨에 따라 참여자들은 3박 4일간 동해시에 체류하면서 관광지 홍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 동해시는 올해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열어 워케이션 도시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속초도 워케이션 선호도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곳이다. 속초는 휴양형 워케이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속초는 지난해 선보인 워케이션 상품을 통해 청초호뷰가 인상적인 호텔인 체스터톤속초를 공유오피스로 내놓기도 했다.
속초시는 속초 워케이션 수요에 대응하고 나아가 미래 워케이션 수요까지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글로벌 워케이션 수도, 속초!’ 선포식을 갖고 2024년 속초워케이션을 알차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강릉시도 지난해 10월 워케이션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를 통해 해변 오피스와 솔 숲 오피스 등 최적의 워케이션 장소를 선보였다.
◆다양한 워케이션 프로그램 선보인 ‘남해’
남해도 워케이션 장소로 호응도가 높은 곳이다. 남해군은 워케이션과 관광객 등 생활인구 증가를 통해 소멸위기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남해군은 상주-비상주 등 다양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외지 생활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남해군에서 워케이션을 한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지난해 10월에는 여행커뮤니티와 협업해 ‘남해로 출근’ 홍보 투어를 열었다.
참가한 사람들은 남해각 공유오피스, 미국마을 공유오피스, 남해청년센터 바라 멀티라운지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 종료 후에는 남해 주요 관광지와 제 11회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탐방하며 일과 여행을 동시에 즐겼다.
◆워케이션 경험 직장인은 10명 중 2명에 불과
이처럼 기업 내에서 워케이션 열풍이 불고 있지만, 실제로 워케이션을 경험한 직장인은 많지 않다. 워케이션을 해본 직장인은 10명 중 2명 정도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0~11월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워케이션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케이션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업무능률 향상’(47.35%), ‘휴식’(47.25%), ‘관광’(3.4%) 순으로 답했다. 근무 공간과 시간, 일 가정·휴식의 병행 등 유연하게 조정해 업무능률과 삶의 질이 동시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워케이션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비선호 이유를 물었을 때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58.6%), ‘협업하는 직원과의 소통’(50.5%), ‘여가비 등 비용 부담’(25.2%), ‘스스로 비대면 근무 방식이 쉽지 않음’(22.5%), ‘회사의 조직문화’(20.7%), ‘동반 가족’(18.9%) 등을 꼽았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올해부터 워케이션 사업을 확대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인구 소멸지역의 생활 인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생산직, 서비스직 등 워케이션이 쉽지 않은 분야도 많다. 워케이션은 일과 재충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직군 간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