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 같은 장어집 창업, 7억매출 핫플 만든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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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1,949 등록일등록일: 2024-02-19본문
서울 마곡동에는 유리벽면, 스테인레스 테이블, 화려한 천정 등 와인바같은 분위기로 1년도 안돼서 지역 핫플로 등극한 장어맛집이 있다. 성수기에는 1억, 평소에도 6천만원대 매출을 올리며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인공은 <머슬장어>다.
<머슬장어>를 운영하는 김미화(44)씨는 과외 선생님이었다. 나이가 들어 경쟁력이 없어지자 과외를 그만두고 볼링장을 운영하다가 식당 창업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서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미역국전문점이었는데 운영이 쉬울 거라는 기대와 달리 근무환경이 너무 힘들어서 직원간의 다툼과 갈등이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장어집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그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인테리어는 와인바처럼, 주방은 전자동으로, 홀은 로봇이 서빙하고 스마트오더로 주문한다. 로봇과 스마트오더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선정돼 기술 도입비의 70%를 지원받았다. 매장에 더 이상 갈등과 다툼은 없다. 힘들었던 한식당 운영 경험을 혁신적으로 바꿔서 업종전환과 재창업에 성공한 40대 부부의 성공비결은 뭘까?
◆과외선생님에서 사업가로 변신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미화 사장은 과외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과외는 13년 정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자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졌다.
다른 일을 물색하다가 김 사장이 선택한 것은 볼링장 창업이었다. 2017년 볼링 프로 선수인 이모의 도움을 받아 창업했다. 볼링장은 시설장치업이라 일단 창업만 하면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된다.
볼링장을 접은 김 사장은 외식업으로 눈을 돌렸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경험은 없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아이템을 물색하던 중 지인이 부산의 미역국전문점에서 미역국을 먹어 본 후 맛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김 사장은 그 미역국전문점 가맹본사를 찾아가 문의를 한다.
◆난이도 최상의 미역국전문점 창업해 5년 간 운영
가맹본사에서는 미역국 조리가 라면 끓이는 것만큼 쉽다고 했다. 그 말만 믿고 가맹계약을 했다. 하지만 창업 전 본사의 교육장에서 조리 교육을 받는 순간 아차 싶었다. 미역국을 한꺼번에 끓여놓고 데워서 나가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개별 메뉴를 끓이는 조리방식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한식업종 중에 최상의 난이도였다. 김 사장은 함께 교육받던 남편에게 이렇게 힘든 사업은 못하겠다고 말하고 교육받던 중에 매장을 나와 버렸다.
하지만 이미 매장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오픈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남편과 함께 마음을 추스르고 2018년 미역국전문점을 시작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경영은 또 달랐다. 외식업 경험이 없던 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구인난과 직원관리였다. 사장이 외식업 경험이 부족하니 사공이 많아졌다. 경험 없는 사장을 만만히 보는 사람도 있었고, 주방 일도 힘들고 무거운 뚝배기를 날라야 하니 홀 업무도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주방과 홀 직원간의 갈등도 심했다. 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직원간의 갈등까지 겹쳐 하루도 매장이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구인난은 갈수록 심해졌다.
◆<직원갈등 해소> 미션 해결방법은?
미역국전문점은 대박도 쪽박도 아니고 무난하게 운영이 잘 됐다. 밥 메뉴라 그런지 코로나에도 큰 부침은 없었지만 좀 더 확실하게 잘 되는 아이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과 남편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장어전문점을 선택한다. 둘 다 장어를 많이 좋아했기 때문이다.
장어전문점 사업계획을 짜면서 김 사장 부부는 미역국전문점을 하면서 불거졌던 문제점들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생각해 낸 것이 근무 환경 개선이었다. 주방도 홀도 일이 힘들면 서로에게 짜증을 내기 마련이다. 거기서 갈등이 싹튼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위해 주방 자동화를 추진했다. 야채, 생강, 마늘 써는 기계부터 식기세척기, 불판 세척기, 초음파세척기 등을 설치해 힘든 일은 기계가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방에서 불로 조리를 하지 않도록 홀 테이블에 인덕션을 설치했다. 홀 직원들의 수고를 줄여주기 위해 물통도 없애고 고객에게 생수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역국전문점 할 때 물통을 어느 쪽에서 씻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주방과 홀 근무자가 싸웠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전에 겪었던 문제를 세세하게 체크하며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다.
업종전환한 매장 운영 시스템의 핵심은 직원 갈등 없는 근무 환경이었다. 만에 하나 갈등으로 직원들이 모두 그만두는 긴급 사태가 발생해도 부부 둘이 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했다.
그렇게 모든 갈등 요소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뒤 김미화, 서승민 부부는 2022년 7월 <머슬장어>를 오픈했다. 미역국전문점을 운영하던 자리에서 인테리어와 시설만 리뉴얼했다. 재창업 비용은 3억 정도 들었다. 이전에 하던 미역국집 이미지를 싹 지우기 위해 투자를 많이 했다. 매장규모는 41평. 테이블 수는 18개다.
◆한 달간 장어 양식장에서 일한 이유는?
<머슬장어> 오픈에 앞서 김 사장 부부가 가장 신경을 쓴 또 한 가지는 장어의 거래처 선정이었다. 김 사장 부부는 장어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러려면 장어의 품질이 좋아야 했다. 궁리 끝에 소개받은 전북 고창에 있는 장어양식장에서 김 사장의 남편이 한 달간 일을 했고, 장어의 품질과 신뢰를 확인한 후 거래를 하기로 한다.
메뉴 구성은 최대한 단순하게 했다. 장어의 맛과 품질이 좋기 때문에 양념구이는 하지 않고 소금구이만 하기로 한다. <머슬장어>의 장어는 맛도 좋지만 크기도 크다. 두 마리로 구성된 소금구이 세트가 11만2000원인데, 손질한 양이 720~750그램 정도 나온다. 다른 곳은 보통 580~600그램 정도다. 소금구이 이외에 장어전골과 야채구이 정도가 메인 메뉴다. 장어전골은 대자가 7만9000원, 소자가 6만4000원이다. 장어를 구워먹다가 아스파라거스, 양송이버섯, 생마 등의 야채를 넣고 볶아먹는 야채구이도 있다. 2만3000원이다.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머슬장어>는 장어와 함께 사케, 복분자 등 다양한 술도 즐길 수 있다. 와인은 판매 하지 않고 한 병까지 콜키지 서비스가 가능하다. 인근에 대기업들이 많아서 직장인 회식 장소로 인기다.
◆옷에 장어굽는 냄새가 안 배는 비결은?
<머슬장어>는 여타 장어집과는 다른 분위기다. 김 사장은 <머슬장어>의 인테리어를 와인바처럼 하고 싶었다. 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롯데백화점 인테리어 시공경험이 있는 회사를 선정해서 작업을 맡겼다.
<머슬장어>는 장어를 먹는 바(Bar) 같은 느낌이 나는데, 벽면의 80%는 벽화를 그려놓고 유리로 막아서 고급스런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테이블은 스테인리스로 해서 기름때를 닦기 쉽게 했다. 테이블은 모두 알콜로 닦는다. 또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위해 밖으로 통하는 환기구를 5개나 설치했다. 덕분에 하루 종일 매장에 있어도 옷에 냄새가 거의 배지 않는다.
◆디지털 몰라도...최고의 마케팅 방법은?
요즘 식당들은 맛만으로는 승부가 안 되고 마케팅은 필수라고 한다. 그러나 김미화 사장 부부는 온라인 마케팅에 약한 편이라 그 흔한 마케팅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음식의 품질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최상급의 장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손질도 남편이 직접 한다. 2~3일에 마다 전북 고창에서 올라오는 장어를 수조에 넣었다가 당일 쓸 분량만큼 그날 그날 손질한다. 많은 장어집들이 손질된 장어를 받아쓰는 것과는 다르다. 손질된 장어를 쓰면 편하기는 하지만 장어의 품질을 알 수 없고 신선도도 떨어진다.
손질된 장어는 개별포장해서 숙성고에 넣어 4~6시간 숙성시킨다. 숙성을 안 시킨 장어는 조금 밍밍한 맛이 나는데, 숙성을 시키면 더 감칠맛이 나고 맛이 깊어진다. 장어에는 어떤 첨가물도 뿌리지 않고 오로지 소금만 뿌려서 굽는다. 소금은 김 사장이 7년간 간수를 뺀 것을 사용한다. 간수 뺀 소금은 쓴맛이 나지 않고 단맛이 난다. 천연 양념인 셈이다.
◆술과 사이드메뉴 매출 20% 상승시킨 비결은?
<머슬장어>는 김 사장 부부와 1명의 정직원, 3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한다. 모든 직원들이 성실히 일해주고 있지만 사업을 해보니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직원들은 퇴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례로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마곡동은 흡사 유령도시처럼 된 적이 있었다. 그 때 당시 사정이 생겨 직원 없이 부부 둘이 일한 적이 있었는데, 자동화시스템 덕분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지난 해에는 또한 번 근무 환경을 개선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에 선정 돼 서빙로봇과 테이블오더를 도입하면서 매장이 더욱 스마트해졌다.
서빙로봇으로는 주로 리필반찬과 술 종류를 운반한다. 로봇은 번거러운 업무를 대신해줘 직원 1명 몫은 충분히 한다. 그렇게 절약한 시간을 맛 관리와 감성적인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아주 유용한 것은 테이블오더다. 18대를 설치했는데 설치 후 가장 큰 변화는 주류 와 사이드메뉴 매상이 20%, 전체 매출은 10% 정도 상승한 것이다. 손님들이 테이블에서 부담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미화 사장의 사장의 분석이다.
직원 2명 몫을 하는 테이블오더로는 광고도 할 수 있어 마케팅 효과도 얻고 있다. 현재 한정판 술이나 선결제 카드 광고를 하는 중이다. 선결제 카드는 보통 20~50만 원씩 적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한다.
서빙로봇과 테이블오더를 설치하고 김 사장이 낸 자부담금은 700만 원 정도다. 김 사장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다른 곳에도 강력 추천 한다”고 말했다. 조리설비의 자동화가 주방을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서빙로봇과 테이블오더는 홀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객단가 상승과 마케팅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망하지 않는 장사 비결은?
<머슬장어>의 연간 매출액은 7억원이 넘는다. 여름 성수기 매출은 월 1억원대다. 원가율은 시기마다 다르다. 햇장어가 나오는 12월은 장어가 가장 비쌀 때라 원가율이 40% 정도다. 4월부터는 조금 싸져서 30%선 정도 된다.
김미화, 서승민 부부가 <머슬장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또다른 비결은 무엇일까. 김 사장은 손해 보듯이 장사하는 것을 꼽는다.
“사업은 경험상 내가 손해 본 듯한 거래를 했을 때 결과가 더 좋은 것 같다. 무조건 저렴하고 싸다고 덥석 거래하면 사기당할 확률이 높다. 가게를 계약할 때도 권리금이나 월세가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 싸면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맞다. 사기꾼들 정말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김미화 사장의 조언이다.
◆가맹사업을 할까? 직영점을 확장할까?
<머슬장어>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매장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온다. 시스템이 굉장히 간단해 장어 품질 유지만 잘 된다면 다른 업종보다 가맹사업이 훨씬 쉬울 것 같기는 하다. 상표등록은 해놓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은 아직 고민 중이다. 김미화 사장도 가맹점을 운영해봤지만, 가맹점주를 책임져야 하므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직영점 확장은 도전해 보고 싶다.
<머슬장어>의 성공 이외에 김미화 사장에게는 꿈이 있다. 볼링장을 해본 경험을 살려 스포츠 시설과 외식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야외 스케이트보드 장을 만들어 그 옆에 집을 짓고 가족과 단란한 생활을 하는 것은 꼭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사람의 품성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 하지만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불친절해지고 갈등 소지도 커진다.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 때 가치가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의 운영시스템은 수 십개, 수 백개 가맹점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가맹본부는 효율적이고 편리하며 단순한 운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주방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은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소상공인의 일터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사업을 한다는 것><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