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무인탁구장’ 창업한 탁구선수 출신 30대 사장의 창업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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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646 등록일등록일: 2024-03-06본문
무인창업이 트렌드가 되면서 기존 업종에 무인을 결합한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무인탁구장이다.
무인탁구장 <탁구발전소24>의 이동희 대표(34)는 탁구선수 출신 사업가다. 유인탁구장을 운영하다가 2023년 초에 무인탁구장을 오픈해 김포본점 한 곳, 인천과 대전 등에 가맹점 네 곳을 운영 중이고, 세 곳이 오픈 준비 중에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를 시작해 20년 넘게 탁구와 함께 해 온 이동희 대표가 무인탁구장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 라켓을 잡다
88올림픽 이후 붐이 일었던 탁구는 현재 축구와 배드민턴 다음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스포츠이다. 이동희 대표는 88올림픽이 열린 지 정확히 2년 후인 1990년도에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 라켓을 잡았다.
탁구와 함께 학생시절을 보낸 이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서울시청 프로팀에 들어가 선수생활을 한다. 그 후 23세에 대학에 가서 3학년까지 다니다가 군대에 입대를 했다. 군 제대 후에는 일반 탁구장에서 강사생활을 하며 탁구와의 끈을 계속 이어갔다. 직장생활을 할 때 사장님에게 많이 배웠다. 특히 행동력과 실행력을 배웠다.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낸다.
◆탁구 유튜브로 시작해, 유인탁구장 오픈
탁구 강사로 활동한 지 3년 정도 지난 2017년, 이 대표의 눈에 새로운 콘텐츠가 들어왔다. 유튜브다. 시대의 흐름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탁구 유튜브를 개설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탁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유튜브로 탁구를 가르치는 것은 오프라인 강습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구독자 수는 점점 늘어나 현재 2만 명이 넘은 상태다. 무인탁구장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요즘은 유튜브에 다소 소홀한 편이다.
유튜브로 인지도를 올린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탁구 사업을 시작한다. 첫 사업은 2019년도에 오픈한 유인 탁구장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문을 열었다. 80평 규모로 5천만 원을 투자했다.
현재도 운영 중이 유인 탁구장의 매출은 월평균 1200~1300만 원 정도다. 보통의 유인 탁구장들의 매출이 1천만 원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매출이다.
◆시대가 변하면 탁구장도 변해야한다...무인탁구장 도전
유인탁구장을 찾는 주고객층은 50~60대이다. 고령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탁구장도 시대에 맞춰 변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으로 유인탁구장을 3년 정도 운영하던 즈음, 이 대표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무인 창업이다.
사실 그동안 탁구장은 1970, 80년대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바닥에 마루를 설치한 것이다. 집에 있는 마루가 아니라 단을 쌓아서 충격흡수 장치가 들어가게 했다. 다치는 걸을 방지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정체되어 있는 탁구계에 젊은층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무인 트렌드에 관심 있는 2030세대들을 위한 무인탁구장이었다.
◆창업초기 무인시스템 구축에 어려움 겪어
무인탁구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인시스템을 개발해야 했다. 어플을 개발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방법을 찾던 중 스터디카페에 무인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한 업체를 알게 됐다.
이 대표가 도입한 무인시스템은 코인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현장에서 결제하는 기존의 무인 탁구장과는 개념이 다르다. 이용자들이 매장을 굳이 방문하지 않고 앱을 통해 사전 예약 및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객은 예약한 탁구대만 이용할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어를 하는 방식으로 탁구대 뒤편에 테블릿 PC가 들어가 있어서 타이머가 작동해 이용시간의 시작과 종료를 안내 한다. 이용권 구매 또는 예약을 마친 고객만 탁구장에 출입할 수 있는 출입 제어 시스템을 통해 관리자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고도 24시간 출입관리를 할 수 있다. 고객은 입장 시 큐알코드를 찍어야 한다. 큐알코드를 찍으면 인적정보가 들어온다. 탁구를 치려면 1명은 회원가입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무인시스템을 도입해 2023년 2월 김포에 <탁구발전소24> 본점을 오픈했다. 창업비용은 보증금 포함해 1억 원 정도가 들었다.
◆유인탁구장과 무인탁구장의 차이
유인탁구장과 무인탁구장의 가장 큰 차이는 방문자 타겟이다. 유인탁구장의 주고객층은 50~60대인 것에 반해, 무인탁구장은 30~40대가 80%이고 10~20대가 18%, 50대가 2% 정도다. 유인매장은 강습 위주의 회원제로 운영되며 무인매장은 동네 산책 나왔다가 방문하는 고객이 거의 100%이다. 가볍게 즐기기 위한 목적이 많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유인탁구장의 강습비는 5만~20만 원까지다. 5만 원 수업은 그룹레슨으로 6대 1로 1시간 정도 진행한다. 주 2회씩 한 달에 총 8회의 수업을 하고 있다. 20만 원 수업은 1대 1로 20분 진행된다.
무인탁구장 <탁구발전소24>는 24시간 운영되고, 비용은 30분에 7천 원, 1시간에 1만3000원이다. 고객들이 무인탁구장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은 평일은 저녁 시대간대이다. 주중보다 주말이 3배 이상 많다.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은 유인탁구장은 매장에 상주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무인탁구장은 배달음식점처럼 리뷰를 받는다. 불만 사항이 있으면 매장 안 큐알코드를 찍고 남기면 된다. 리뷰를 남기면 30분 무료 이용권을 나눠준다.
◆하루 30분 투자해 월 200만 원대 소득
<탁구발전소24>는 현재 김포 본점 이외에 인천과 대전, 고양시에 매장이 있다. 직영점이 1곳, 가맹점이 4곳이다. 그 밖에 서울 신림과 경기도 부천에서 오픈을 준비 중이다. 주로 신도시, 대학가, 번화가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다. 월세가 보통 200만 원 이하인 곳으로 들어간다.
현재 <탁구발전소24>를 운영하는 매장의 점주들은 30~50대 남성들이 많다. 하루 30분~1시간 정도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투잡으로 하기 위해 문의를 많이 한다. 저녁 7시 경, 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에 손님이 많다. 주말 매출이 주중보다 3배 가량 많다.
김포 본점의 경우 오픈 10개월 차에 2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 됐다. 재방문 비율이 35~40% 정도 나온다. 월평균 매출은 1천만 원 정도, 순수익율은 50% 이상이다. 본점의 경우 월 마케팅비로 100만 원 가량 쓴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가 가장 홍보 효과가 좋다. 스마트플레이스에 이벤트 공지와 매장 소식도 전하고 레슨 예약도 받는다.
가맹점들의 월평균 매출은 500~600만 원 선이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외한 순수익률은 50% 정도다. 로열티는 매출의 6%다.
◆무인탁구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
이동희 대표는 현재 유인탁구장과 무인탁구장 <탁구발전소24>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유인탁구장이 10시에 문을 닫으면 10시 반에 <탁구발전소24> 김포본점에 방문해 30분 가량 청소와 정리를 한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자정이 다 돼서다.
무인탁구장 관리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하루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먼저 정리 정돈을 한다. 탁구공이 깨질 것에 대비해 탁구대 뒤에 10개 정도를 항상 올려둔다. 그 다음에는 바닥청소를 하고, 탁구대를 닦아준다. 그러면 끝이다. 무인 매장은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하루 30분 이상은 투자를 해줘야 한다. 30분 투자할 시간도 없다면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인탁구장 1천 개 오픈이 목표
전국에 탁구장 등록수는 3천 개 가까이 된다. 등록 안 된 곳까지 하면 5천 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탁구 동호인만 10만 명이 넘는다.
탁구인 중에는 무인탁구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탁구를 제대로 배우기보다 가볍게 즐기는 곳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희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고, 세대교체도 일어나고 있다.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에 맞는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IT 기술을 접목해서 젊은 세대들이 즐기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탁구와 함께 25년을 살아 온 이동희 대표의 목표는 <탁구발전소24>의 1천 개 매장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탁구발전소24>가 탁구발전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최근 모 방송국의 야구 예능프로그램이 새로운 야구팬을 유입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듯이 탁구계도 무인탁구장을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기 바란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세상에 없는 사업모델을 만들고 알리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힘든 것도 힘들지 않게 하는 마법같은 면이 있다. 탁구선수에서 탁구강사로, 강사에서 유인탁구장 사장으로, 거기서 나아가 무인탁구장 사업모델 개발과 창업, 무인탁구장 사업의 확장까지. 이동희씨는 '탁구'라는 심플한 주제를 붙잡고 천천히, 하지만 강력하게 원하는 변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기독교가 전세계로 확장됐던 비결은 simple, slow, strong이라고 한다. 단순한 것을 천천히 하지만 강력하게 추진하면 언젠가 백한마리 원숭이 현상이 가능해진다. 신사업에서 strong이란 지속적으로 피보팅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고 수익성을 검증해 강력한 사업모델을 만들고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변신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중에서 기회를 찾아 simple, slow, strong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탄생><내사업을한다는것> <이경희소장의2020창업트렌드>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