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으로 무인매장 13개 창업, 직업이 6개인 N잡러 42세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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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762 등록일등록일: 2023-06-12본문
돈을 많이 벌어 은퇴를 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행해 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 42세인 김광일씨의 꿈도 50세에 목표한 돈을 벌어 말년을 편안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N잡러다. 그의 본업은 디저트 온라인 유통회사의 대표다. 본업 이외에 무인편의점 <구멍가게아저씨>의 운영과 브랜딩을 맡고 있고, 창업컨설팅과 강의, 책 집필, 면접관 등의 부업도 하고 있다.
김광일 대표가 여러 부업 중에 요새 주력하고 있는 것은 무인편의점 <구멍가게아저씨>이다. 처음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아이스크림아저씨>로 시작했다가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해 무인편의점 형태인 <구멍가게아저씨>를 새롭게 론칭했다. 그가 오픈시킨 무인매장만 13개가 넘는다. N잡러 김 대표는 어떻게 무인창업을 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식품회사 대표로 10년, 번아웃이 오다
경주가 고향인 김광일 대표는 대학에서 법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대기업 유통회사에서 소매 유통업 슈퍼바이저로 2년 간 근무를 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상품 유통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후 절임식품회사를 10년 간 운영을 했다.
그러나 10년간 밤 낮없이 휴일도 없이 일만 하다보니 번아웃이 왔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잘 운영되던 회사를 정리해버렸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서 일반 전자부품회사에 취직을 한다.
◆무인점포 가맹점 알아보다가 직접 창업해버렸다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 평범한 직장생활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직장생활은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칼퇴근에 공휴일은 다 쉬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 밤낮없이 일할 때는 워라벨 삶을 꿈꿨는데 막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으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었다.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업이 좋을 것 같았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었다. 유통회사에 근무하며 식품 유통을 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2020년 당시 무인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여기저기 많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인매장은 본업에 지장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 것 같아서 프랜차이즈 업체와 미팅도 몇 번 했다. 미팅을 하고 매장을 둘러보는데 마음에 쏙 드는 브랜드도 없었고, 내가 브랜드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품회사를 10년 운영한 경력이 있어서 웬만한 기계는 다 다룰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으로 2020년 9월, 수원 영통에 무인아이스크림 할인점 <아이스크림아저씨>를 오픈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내 힘으로 직접 창업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유통회사 근무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상품을 어디서 받아와야 하는지도 막막하고 상품을 키오스크에 등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페인트칠, 시멘트 작업도 직접했다. 그래서 창업 비용이 많이 절약됐다.
5평 규모에 창업비용은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1700만원이 들었다. 본격적인 N잡러의 시작이었다. 창업비용은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했는데 소자본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이거 잘 되네? 무인매장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13호점까지 오픈
첫 매장 <아이스크림아저씨>은 생각보다 잘 됐다. 첫 달 매출이 1500만 원이 나왔다. 꽤 괜찮은 부업이었다. 그래서 다음 달에 경기도 화성에 2호점인 예당마을점을 하나 더 오픈했다. 2호점은 1호점보다 더 잘 됐다. 그러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인이 찾아와 매장을 내달라고 하고, 모르는 사람들도 찾아왔다.
그때부터 전수창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용도 안 받고 무료로 오픈을 시켜줬다. 그러다가 들어가는 개인 시간과 돈이 늘어나면서 300만 원을 받았다. 그렇게 매장이 늘어나면서 <아이스크림아저씨>가 9호점까지 생겼다.
오픈할 때까지 도와주면 이후에는 사업자들이 알아서 직접 발주를 할 수 있도록 거래처를 다 알려준다. 주로 지역 대리점에서 물건을 받거나 온라인 도매 사이트를 이용하도록 한다. 오픈 뒤에는 관여하지 않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재고처리도 사업자가 해야 한다. 창업 이후에도 불편한 점이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김대표에게 전화를 하는 점주들이 있다.
전수창업을 진행하면서 매장을 늘려나가는 것은 은근히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할인점만으로는 한계가 보였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여름을 제외하고는 매출이 저조해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상품을 다양화해 무인편의점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구멍가게아저씨>였다. 2022년 4월에 경기도 오산에 오픈했다. 김광일 대표가 오픈시킨 10번째 매장이었다. 그 후 계속 오픈을 해서 <아이스크림아저씨>와 <구멍가게아저씨>까지 합해서 현재 13호점까지 출점한 상태다.
◆무인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진화한 것이 <구멍가게아저씨>
김 대표가 오픈시킨 13개 매장 중 예당마을점 등 3개는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아저씨>는 아이스크림과 과자류를 위주로 판매하지만 <구멍가게아저씨>는 식품류는 물론 문구와 완구류, 밀키트 등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어 있다. 인생네컷 사진부스도 들어간다.
술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술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설치해야 한다. 성인인증을 할 수 있는 기계인데 정부에서 인증을 해준 것이다. 신분증을 대체할 수 있는 앱으로 본인인증을 한 뒤 얼굴을 인식 시키면 술 구매가 가능하다. 얼굴 인식을 한번 해놓으면 다음부터는 얼굴로만 인증이 된다. 대신 별도로 들어가는 기계값이 800만 원으로 비싸다.
기계값이 비싸지만 술을 판매하면 그만큼 매출이 올라간다. 술을 구매하면 안주까지 병행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 편의점 수준의 무인편의점 만드는 게 목표
무인 매장을 창업한 후 직장 생활도 계속 병행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은 지난해 4월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인매장을 운영하면서 디저트 온라인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무인매장 부업이 생활에 도움이 됐다.
무인매장 전수창업은 직원 없이 혼자 하고 있다. 무인매장을 전수 창업해준 사업자들은 대부분 30~40대 직장인이지만 50대도 있다.
본업이 따로 있는 김 대표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디저트 온라인 유통업은 미팅도 많고 출장도 잦다. 온라인 디저트 유통업은 월 2억 정도 매출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무인매장을 브랜딩하고 전수창업 하는 일을 부업으로 계속하는 이유는 보람도 있고 사업이 확장되면 가맹사업을 하려는 꿈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인창업을 해서 쌓은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길을 터주는 역할은 일반 사업에서 얻을 수 없는 기쁨을 준다. 그래서 그 노하우를 모아 책을 집필하기도 하고 강의도 하고 콘텐츠도 운영한다.
지금은 본업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진행하기 힘들지만, 매장이 50개 정도가 되면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비록 부업으로 하고 있는 무인매장이지만, 김 대표는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이전과 다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업그레이드 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는 펫관련 상품과 신선식품도 도입해서 일반 편의점 수준의 다양한 물건을 갖춘 무인편의점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하루 1시간 투자해 한 달 순이익 100만 원버는 무인매장
<아이스크림아저씨>와 <구멍가게아저씨>의 창업비용은 기본 세팅이 10평 기준에 2400만 원이다. 초도물품비 포함가격이고 점포구입비는 별도다. 술 판매기계가 들어가는 매장은 20평 규모는 돼야 한다.
매장 오픈 시 첫 물품 세팅은 김광일 대표가 해주지만, 그 이후의 상품 발주와 재고 처리 등은 점주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물론 상품 구입처는 김광일 대표가 다 알려준다.
오픈 후 김 대표가 관여를 안하기 때문에 점주들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무인매장의 점주들이 하루 투자하는 시간은 1시간 정도. 매장에 나와 물품 정리와 청소 등을 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루 한 시간 투자해서 한 달에 올리는 순이익은 100만 원 이상이다. 잘 되는 곳은 200만 원 정도를 올리는 곳도 있다. 점주들 대부분이 투잡으로 운영한다. 투자비가 있기 때문에 수익이 아주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적게 투자하는 데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부업으로 선택하기에는 적당하다.
◆무인매장이 들어가면 안 되는 상권.입지
김광일 대표는 무인매장을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상권입지 선정을 꼽는다. <아이스크림아저씨>와 <구멍가게아저씨>는 주택가나 아파트단지 등의 유동인구가 많은 주거상권을 추천한다.
도로변이나, 역 부근이나 유흥 시설이 많은 곳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도난 위험 때문이다.
사실 무인 매장의 로스율은 알려진 것보다 높지 않다. 상권 입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0.1% 정도다. 주거 상권에 오픈할 경우 대부분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쉽게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그러나 역 부근이나 유흥시설이 많은 곳은 어쩌다 오는 낯선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로스율이 높아진다.
그래도 혹시 있을 수 있는 도난 방지를 위해서 CCTV를 많이 설치를 해놓는다. CCTV 8개와 홈캠 1개, 그리고 TV도 55~65인치의 큰 사이즈를 설치한다. 동네 분위기가 어두운 곳, 도로변처럼 한 번 가면 재방문이 없는 곳이 로스율이 높고 그런 곳은 아예 입점하지 않는 게 좋다.
◆출입 통제부터 에어컨 제어까지 가능한 IOT시스템도 가능하지만...
무인매장 운영의 장점은 1인 창업이 가능하고, 1인이 운영해도 적은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는 점은 단점이다.
김 대표는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IOT시스템도 구축해놨다. IOT시스템을 갖출 경우 출입통제는 물론 매장 온습도 조절, 간판 조명 끄고 켜기, 에어컨 제어 등 많은 부분을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다. 현재 <구멍가게아저씨> 서산예천점이 IOT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그러나 IOT시스템을 도입하려면 3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무인 매장을 하려는 점주들의 대부분이 소자본창업을 원하기 때문에 쉽게 도입을 권하기는 힘들다. 물론 앞으로는 무인편의점도 대형화 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런 IOT시스템을 도입하는 무인매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구멍가게아저씨같은 매장들도 무인 편의점으로 변해나갈 전망이다. 고객들은 아이스크림만 파는 가게보다 대형할인점처럼 구색이 다양한 매장을 원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술을 팔게 되면 매출을 더 높일 수 있는데 술 냉장고가 들어가려면 매장 평수는 20평 가량 필요하다.
◆40대 N잡러의 꿈
김광일 대표가 20대에 세운 목표가 있다. 30세에 1억, 40세에 10억, 50세에 100억을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50세 이후에는 자유롭게 살아가게 꿈이다.
누군가는 허황된 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김 대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본업인 온라인 유통사업부터 부업으로 무인매장 브랜딩, 강의, 면접관 등 5~6가지 직업을 가진 N잡러로 살아가는 중이다.
올해 42세인 김 대표는 10억을 모으지는 못했다. 그러나 10억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시간을 기억한다. 결과를 내지는 못했어도 노력한 시간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