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고깃집 창업플랫폼으로 매출 100%씩 성장하는 청년사장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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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301 등록일등록일: 2024-08-19본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식업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던 업종 중 하나가 고깃집이다. 고깃집은 밥과 술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고 객단가가 높다. 또 우리나라의 독특한 고기 섭취 문화로 가정에서는 맛있는 고기를 즐기기 힘들다. 그래서 고깃집은 외식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팬데믹 기간 중에도 지속적으로 숫자가 늘어나 한 집 건너 한 집 고깃집이 생겨 경쟁이 심해졌다.
과열 경쟁 속에서 새로운 매출원을 찾는 고깃집들을 도와주는 사업자가 있다. 일명 고깃집 마이크로블록 창업을 표방하는 비알비에프앤비의 김채훈 대표(38세)다. 김채훈 대표는 이색적인 고깃집 창업 방식을 도입한 후 계속 매출이 100%씩 성장하고 있다. 김채훈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유명한 영어학원 프랜차이즈의 부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런 사업을 하게 된 것일까?
◆임시직이라 생각했던 학원에서 인기 강사로 등극
김채훈 대표는 조기유학생 출신이다. 초등학교때 뉴질랜드로 가서 대학까지 나왔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어서 1년간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많은 조기유학 출신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어학강사다. 김채훈 대표가 처음 시작한 일도 청담어학원의 강사였다. 처음에는 장기적으로 생각한 일이 아니었다.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잠깐이라고 생각했던 영어강사에서 김채훈 대표는 인기를 얻었다. 김 대표는 모든 일은 다 영업이라고 생각했다. 수업도 학생들에게 하는 일종의 영업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좋아하려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야 했고 그걸 위해서 노력했더니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원래 학원 강사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전공을 살린 진로를 찾아가기 위해 일을 그만두려고 하자 김대표를 놓치기 싫었던 학원에서는 강사 대신 부원장 직을 제안했다. 김대표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강사에서 부원장으로.. 경영을 배우다
부원장은 경영을 할 수 있는 자리다. 항상 자기 사업을 꿈꿨던 김채훈 대표는 부원장직을 수락했다. 부원장이 된 후에 5년간 경영을 폭넓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마케팅, 인사관리, 직원교육, 외국인강사 관리와 교육까지 총괄했다. 학원운영은 순탄하게 잘되었다.
그런데 김채훈 대표는 더 늦기 전에 사업을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5년 사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에게 한 첫 마디는 ‘사업을 배우고 싶습니다’였다.
김 대표는 항상 식품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식품 관련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아버지가 식품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다른 2세 경영자들처럼 이미 성장한 회사를 물려받는 개념이 아니었다. 김채훈 대표가 합류할 무렵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는 사업 초기였다. 고생은 많이 하겠지만 밑바닥부터 일을 배우고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아버지는 자신 있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자신있다고 답했다.
◆‘사업을 배우고 싶습니다’
김채훈 대표의 아버지 김철영 회장은 증권사 출신이다. 증권사를 그만둔 후 병원 관련 사업자로 성공을 거뒀다.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병원관련 회사를 운영했으며 그 회사를 대웅제약에 매각했다.
나름 성공한 경영자였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작은 분식점을 창업해서 가족을 놀라게 했다. 자신의 화려한 이력에 맞지 않게 2013년 혼자 식당을 오픈한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식당업에서 고전을 많이 했으나 노력 끝에 손님들이 줄 서는 분식집을 만들었다. 장사가 잘되자 아버지는 바로 식품 제조 공장을 만들었다. 김채훈 대표가 합류하던 2015년의 일이다. 그래서 밀키트를 제조해서 판매도 하고 다양한 유통채널을 개발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는 온라인에도 진출해 마켓컬리에 파스타, 리조또 등의 밀키트 상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숙성육에 관심을 갖고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생겼다. 그래서 2019년에 설립한 게 현재 운영하고 있는 ㈜비알비에프앤비다.
◆아버지와 함께 밑바닥부터 일하다
육류를 아이템으로 정한 것은 수요 때문이다. 김채훈 대표와 김영철 회장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안정적인 수요였다.
고기는 사람이 먹지 않을 수 없는 식품이다. 경기가 나빠져 한우를 먹을 수 없으면 수입산이라도 먹는다. 그만큼 수요가 지속적인 식품이라 운영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입사후 김 대표는 바닥부터 모든 것을 다 해야 했다. 처음에는 고기 샘플을 들고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거래처 영업을 했다. 공장에서 고기 제조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밤을 새우다가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했다.
힘들었지만 사업에 확신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고기 유통 사업을 하다가 아버지와 함께 개발한 것이 솔트에이징 숙성고기였다.
◆숙성육 전문 기업을 꿈꾸다
<비알비에프앤비>는 숙성육을 제조 유통하는 회사다. 솔트에이징 외에도 씨간장 숙성, 유산균 숙성, 젓갈숙성, 한방숙성, 와인숙성 등 다양한 숙성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육가공 제조 유통 회사들이 원육을 다룬다. 원육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고 부가가치가 낮다. 반면 숙성육은 부가가치가 있고 차별화가 된다.
솔트에이징 숙성육 개발과 연구에만 3년이 걸렸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세한 맛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특허도 출원했다.
처음에는 소고기로 에이징을 했는데 지금은 돼지고기도 많이 한다. 요즘은 양고기 숙성도 한다. 서울 삼성동에 가공공장과 연구실도 운영하고 있다.
김채훈 대표는 자신이 외식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맛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대신 고객 입장에서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어서 개발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숙성육에서 발견한 부가가치와 기회
소고기 돼지고기의 경우 대부분 식당에서 직접 숙성을 한다. 육가공 제조 유통업체가 숙성육을 다루는 곳은 거의 없다. 그래서 김채훈 대표는 현재 하는 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비알비에프앤비의 사업영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숙성육을 납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이크로블록 창업 지원이다. 전자는 회사 설립부터 시작한 영역이다. 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계기가 되었다.
비알비가 숙성육을 납품하는 곳은 400곳이 넘는다. 거래처 대부분은 개인 고깃집이다. 사업 초기에는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나가거나 온라인을 통해 섭외를 하기도 했다. 회사가 알려진 후에는 유튜브나 블로그 혹은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비알비에프앤비>는 B2C, B2B 사업을 모두 하고 있다. B2B거래처들은 상권보호도 해준다. 근방 1.2킬로 내에서는 다른 거래처에 동일 제품을 공급해주지 않는다.
◆위기가 기회, 매출 100% 상승 비결은?
마이크로블록 창업 서비스를 하게된 것은 코로나 때문이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거래처들이 힘들어지면서 비알비에프앤비의 매출액도 반토막이 났다. 거래처의 80% 이상이 고깃집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 유통을 준비하고 있기는 했으나 오프라인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집중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코로나를 계기로 온라인 전환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김채훈 대표와 김철영 회장이 머리를 맞대고 낸 아이디어가 마이크로블록 창업시스템이다. 마이크로블록 창업 지원 시스템 도입 이후 매출이 계속 100%씩 상승했다.
마이크로블록 창업은 소자본으로 나만의 브랜드육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누구나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파트너가 되면 비알비에프앤비에서 브랜드육 개발은 물론이고 패키징부터 스마트스토어 상세페이지 제작, 유통 배송까지 다 해준다. 브랜드만 가지면 누구나 온라인 고깃집 사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누구나 온라인 고깃집 사장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블록창업 플랫폼은 폐쇄몰로 운영 된다. 사업자는 공장이 없어도 재고 부담없이 이 폐쇄몰 사이트에서 발주만 하면 된다. 나머지 일은 모두 비알비에프앤비가 진행한다. 사업자는 자신의 온라인 몰을 운영하면서 팔린 만큼만 결제하면 된다.
한국 화장품플랫폼의 중심에 한국콜마가 있다면 숙성육 업계의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게 비알비에프앤비의 목표다.
현재 마이크로블록 플랫폼의 거래처는 160개 정도이다. 월 몇십만 원 판매하는 사업자부터 일주일에 1천만 원대 판매자까지 다양하다.
브랜드를 만들어 온라인 몰만 운영하는 사업자도 있고 오프라인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온라인 브랜드 몰을 운영하는 사업자도 있다. 매출이 높은 사업자의 공통점은 브랜딩을 잘한다. 세트메뉴 구성도 잘한다. 가령 판매 가격이 좀 높더라도 판매 단위를 조정해서 푸짐하고 넉넉해보이게 세트 메뉴를 구성하는 사업자들이다.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한다는 것
현재 김채훈 대표는 전반적인 운영관리를 모두 맡고 있고 아버지 김철영 회장은 중요한 의사결정과 거시적인 로드맵을 정하는 일을 한다.
육류사업은 항상 불안정하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질병으로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함께라서 든든하다.
김채훈 대표 혼자 경영 했으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을텐데 아버지의 사업 경험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솔깃하지만 위험한 제안을 받았을 때 김채훈 대표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원칙을 지키는 철학 때문이다. 솔트에이징 숙성육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솔트에이징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영업을 나갈 때 ‘그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보통명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정도다.
김채훈 대표의 가장 큰 계획은 마이크로블록 창업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본이 없는 청년창업자들이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해 기업가로 커나가기를 바란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k뷰티가 뜨면서 시장을 견인한 것은 전통적인 한국의 화장품 대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인디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한편 인디브랜드들의 화장품 제조.공급 플랫폼인 한국콜마가 덩달아 대박이 나고 있다. 한국콜마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며 하반기도 매출 전망이 밝다. 이제 컨셉과 브랜드만 가지면 누구나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김채훈 대표는 숙성육 분야의 한국콜마가 되고 싶어한다. 고기덕후라면 온라인 창업을 배우고 누구나 투자나 재고부담없이 브랜드육 창업에 도전해볼 일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CEO의탄생>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