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3억, 전업주부의 10평 김치전문점 창업이야기
페이지 정보
조회:9,440 등록일등록일: 2024-12-12본문
서울 용산 용문시장에는 김치 하나로 수십년째 단골들을 사로잡는 김치가게가 있다.
2019년에 문을 연 <가가호호김치>다. 그 전에는 야채가게 한켠에서 사이드로 김치를 만들어 팔았다. 그때부터 단골이 쌓이고, 역사가 쌓여 현재까지 20년이 됐다.
<가가호호김치>의 김선미 사장(43)은 친정 어머니의 손 맛을 이어받아 야채가게의 김치코너를 정식매장으로 출범시킨 후 3억 정도 매출을 올린다.
올해 <가가호호김치>는 24시간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스마트하게 변신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을 통해 무인냉장고를 도입한 덕분이다. 재래시장이다보니 일찍 문을 닫는데 무인냉장고의 도입으로 고객들은 24시간 김치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외에 온라인으로도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김선미 사장은 어떻게 무인냉장고를 도입했을까? 안정적으로 김치가게를 운영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어머니 손맛 이어받아 10평 김치가게 창업
김선미 사장은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을 6년 간 했다. 김 사장이 어머니가 하던 김치사업을 물려받은 것은 2019년부터다.
김 사장의 부모님은 서울 용산 용문시장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야채가게와 김치사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야채가게에서 사이드로 김치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단골이 늘어나며 김치사업은 규모가 제법 커졌다. 틈틈이 부모님을 도와 김치를 판매하던 김선미 사장은 김치전문점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마침 용문시장 상인회장으로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하는 가업승계 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가업승계를 하는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다.
김선미 사장은 가업승계 사업을 통해 사업자를 내고 가게도 새로 얻어 2019년 11월에 김치전문점을 열었다. <가가호호김치>의 시작이다. 김 사장이 부담한 기본 창업비용은 보증금 2천만 원을 제외하고 2200만 원 정도다. 김 사장이 들어간 비용 외에 정부에서 11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가게를 오픈하고 초창기 매출은 하루에 20~30만 원으로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0년 2월에 네이버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하고 6개월 정도 지나자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루 90~110만 원으로 올랐다. 현재 <가가호호김치>는 연간 3억 원 정도매출을 올린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시장 카테고리에서도 Top 5 안에 든다. 비결은 무엇일까?
◆쪽파는 보성, 배추는 강원도와 해남
첫째, ‘지역마다 으뜸인 식재료 사용’이다. 음식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만들면 확실히 맛이 다르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
<가가호호김치>의 식재료는 김선미 사장의 아버지가 책임진다. 오랜 야채가게 운영으로 쌓은 노하우로 신선하고 저렴한 야채를 매일 공수한다. 포인트는 각 지역마다 최고로 꼽히는 식재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쪽파는 보성, 배추는 10월까지는 강원도 배추를, 11월에서 12월에는 해남배추를 쓴다.
김선미 사장은 “그 지역에서 가장 대표되는 야채로만 김치를 담근다. 액젓, 젓갈, 고춧가루도 좋은 것만 쓴다. 공장김치와 다른 핸드메이드 김치가 갖는 품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양념의 황금비율’이다. 사실 김치를 만드는 것은 다 똑같다. 들어가는 야채와 양념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김치마다 맛이 다 다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김선미 사장은 ‘양념의 비율’을 꼽았다. 김 사장은 “<가가호호김치>가 자리잡은 비결은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황금비율 레시피 덕분이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온라인 매출 상승...그리고 또 인기 폭발한 김치는?
셋째, ‘트렌드에 맞는 상품 개발’이다. <가가호호김치>가 문을 연 것은 코로나 시기다.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이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온라인 매출은 증가했다. 매출의 80%가 온라인으로 판매됐다.
또 다른 매출 루트는 ‘캔김치’의 판매다. 김선미 사장은 <가가호호김치>를 오픈하며 1kg 소포장김치와 캔김치 상품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1인 가구, 핵가족 시대이기 때문에 김치도 조금씩 다양하게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캔김치는 생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주고객층이 30~40대 직장여성인데, 비싼 캔김치보다는 조금 저렴한 봉지에 담긴 김치를 선호했다.
김 사장은 캔김치를 판매하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 명절이나 선물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략은 통했다. 포장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서 주문양이 늘어났다. 기업에서도 대량으로 구매해 갔다.
그러나 시즌 때를 제외하고 캔김치의 판매는 여전히 많지 않았다. 그때 김선미 사장의 눈에 들어온 뉴스가 ‘코로나에 캠핑족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캠핑족을 상대로 캔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홍보 사진을 찍기 위해 가족과 직접 캠핑을 가서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렸다. 해시태그도 ‘캔김치’, ‘캠핑김치’로 빼놓지 않고 달았다. 2030세대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왔고 캔김치 판매량이 늘어났다.
캠핑김치로 알려지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캔김치가 입소문이 났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아졌다. 편의점 김치는 양도 적고 비싸지만, 캔김치는 양도 적당하고 보관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캔김치가 계기가 되면서 <가가호호김치>의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안 좋은 리뷰에 답이 있다
넷째, ‘고객 피드백의 수용’이다. 김선미 사장은 새벽 4시에 매장에 나온다. 그때부터 김치를 만들면 낮 2시 정도된다. 그 후 택배작업을 하고 판매도 하다보면 저녁 7시가 금방 온다. 퇴근 후에는 두 아들 육아와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자는 시간 빼고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고객들의 리뷰를 꼼꼼하게 보고 댓글을 달지는 못한다. 그래도 안 좋은 리뷰는 확실히 체크하고 있다.
안 좋은 리뷰를 보면 기분은 상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사업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답이 있다. 김선미 사장은 사업 초창기에는 김치를 친환경 보냉 종이박스에 포장해서 고객에게 택배로 보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러나 더운 여름에 김치가 익어서 왔다는 리뷰가 많아졌다. 친환경이라고 신경을 썼는데, 그런 피드백이 오자 방향을 바꿨다. 더운 여름에는 김치를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보내기로 한 것이다. 고객의 피드백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종이박스에 넣어 배송을 했을 거고, 그러면 푹 익은 김치를 받은 고객이 늘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김 사장은 리뷰를 달아준 고객에게 감사한다.
택배를 보낼 때는 김치 보관 팁을 메모로 작성해 꼭 동봉하고 있다. 김치를 받으면 하루정도 실온에서 숙성시켰다가 다음 날 냉장고에 넣고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메모다.
고객이 주문한 김치 이외에도 맛보기 김치도 함께 보낸다. 배추김치를 시킨 고객에게 열무김치나 총각김치를 시식용으로 넣어준다. 그러면 시식을 해본 고객이 다음번에 열무김치나 총각김치를 주문한다. 이 모든 게 김치 맛이 좋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런 것도 입소문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폭넓은 고객층 흡수하는 비결
다섯째, ‘호불호없는 김치 맛’이다. 김 사장은 <가가호호김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며 어머니와 함께 김치 레시피를 변경했다. 그 전까지는 김치의 맛이 전라도식에 가까웠다. 그래서 전라도식 김치를 좋아하는 고객이 많았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량이 늘어나며 다양한 지역에서 주문이 들어왔고, 양념이 너무 진하다는 피드백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김 사장과 어머니는 고민 끝에 레시피를 평균맛으로 변경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서울식 김치라고 표현했다. 담백한 김치를 좋아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과도 맞았다. 호불호가 없는 김치맛이 되면서 좀 더 폭넓은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가가호호김치>의 베스트김치는 아무래도 배추김치다. 2kg이 2만4000원이다. 쪽파김치, 총각김치, 깻잎김치도 잘 나간다. 가을에는 청구김치도 인기다. 일년에 한 달만 먹을 수 있는 귀한 김치다. 1kg에 1만2000원이다.
김선미 사장이 올리는 매출은 연간 3억 원 정도다. 원가율은 60%선이다. 식재료 값에 따라 편차가 있다. 순수익은 30% 내외다.
◆24시간 김치 판매 가능해지다
여섯째, ‘무인냉장고 도입’이다. 김 사장은 직원 한 명과 함께 일한다. 김치 주문양에 따라 하루에 담그는 김치양은 다르다. 당일 제조,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김 사장은 새벽부터 나와 저녁 7시까지 허리 펼 시간도 없이 일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매장 문 닫을 시간인 7시가 임박해 전화를 해서 김치를 살테니 기다려달라는 고객이 많다. 온몸이 파김치가 되고,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픈 상태의 김 사장에게는 그 또한 힘든 일이다. 그런 김 사장에게 시장 상인회에서 좋은 정보를 알려줬다. 무인냉장고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정부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이다.
알아보니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이었다. 서류를 준비해 신청을 했고 운 좋게 선정이 됐다.
무인냉장고는 카드 결제를 하면 문이 열리고 김치를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꽃가게의 무인자판기처럼 매장 밖에 무인냉장고를 설치하면서 24시간 김치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용문시장 주변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다. 워킹맘들이 많아서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직장여성들이 24시간 판매하는 무인 김치 냉장고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일찍 문닫아 단골들을 대응하지 못할 때 미안했는데 무인김치냉장고의 도입으로 매출도 오르고 고객 편의도 높여줄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다.
주변 시장 상인들도 김선미 시장의 24시간 판매를 부러워하며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 신청 방법을 물어보기도 한다.
◆대한민국 청년주택에 무인냉장고 보급하는 게 꿈
김선미 사장은 20년 된 어머니 김치맛을 이어받아 사업을 하고 있다. 모든 게 어머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민도 있다. 시대는 변하고 김치를 먹는 세대도 달라질 것이다. 어머니의 전통 레시피만을 고수할 수는 없다. 어머니 없이도 김치를 만들어야 할 시기도 분명 올 것이다.
김 사장은 “어머니 맛이 아닌 나의 레시피로도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가업승계로 사업을 하고 있는 많은 사장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고 숙제일 지도 모른다.
2025년이면 <가가호호김치>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7년차에 접어든다. 무인냉장고로 사업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김 사장은 내년을 사업을 확장하는 해로 만들 계획이다. 레시피도 점검하고 배달도 확대하고 있다.
김 사장이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은 꿈도 있다. 언젠가 <가가호호김치>라는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전국의 청년주택 1층에 무인냉장고를 설치해 <가가호호김치>의 캔김치를 보급하는 것이다.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에 캔김치를 살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가가호호김치는 디지털전환의 모범적인 사례다.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야채가게의 코너매장이던 김치 사업을 정식 매장으로 출범시켰는데 아날로그의 강점에 집중하면서도 젊은 감각으로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가호호김치는 2019년 문을 연 후 얼마안돼 코로나를 맞았다. 코로나 직후인 2020년 2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상권 반경을 넓혔다. 올해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무인냉장고를 도입,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변신했다. 이렇게 디지털전환을 통해 매출을 상승시키면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캔김치 개발, 정성어린 고객관리,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을 더해 어머니의 손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이 콘텐츠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2024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 서울.인천.강원권 전문기관의 일반형 스마트상점 우수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