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달맞이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바다 냄새와 함께 은은한 음악이 새어 나오는 건물이 보인다. 유리창 너머로는 따뜻한 조명이 반짝이고, 그 안에서는 와인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저녁의 온기가 피어오른다. 바로 디에이블 달맞이점(The 8ble Dalmaji)이다.

문을 열면 달맞이고개의 정취와 어울리는 세련된 공간이 펼쳐진다. 모던한 인테리어 속에 나무 질감이 부드럽게 녹아 있고, 창가 자리마다 다른 풍경이 걸려 있다. 어떤 창은 바다를, 어떤 창은 골목의 나무를 담는다. 낮에는 햇살이 유리벽을 타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밤이 되면 도심의 불빛이 와인잔에 비친다. 그 시간의 흐름이 이 공간의 가장 큰 메뉴처럼 느껴진다.

디에이블의 요리는 그 분위기만큼이나 정돈되어 있다. 대표 메뉴인 디에이블 파스타는 부드러운 로제 소스 위로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올라가 있다. 크리미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이 입안을 채우며, 한입 한입마다 풍미가 겹겹이 쌓인다. 상하이 리조또는 매콤함과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맛을 환기시키고, 해물 크림 리조또는 진한 크림과 바다 향이 조화를 이루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피자 메뉴 중에서는 디아볼라 피자가 단연 돋보인다. 얇은 도우 위로 매콤한 살라미가 얹혀 있고, 오븐에서 구워진 치즈가 가장자리를 따라 바삭하게 녹아든다. 반면, 고르곤졸라 피자는 은은한 단맛과 치즈의 풍미로 와인과 곁들이기 좋다. 목살을 두껍게 구워낸 목살 스테이크 샐러드는 담백한 고기와 신선한 채소의 밸런스가 뛰어나, 무겁지 않으면서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전빵은 따뜻하게 제공되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식사의 시작을 기분 좋게 연다.

테이블마다 와인잔이 놓여 있고, 파스타의 향이 공간을 채운다. 커플이 조용히 눈을 마주치고, 친구들이 오랜만의 시간을 나눈다. 발코니 쪽 좌석에 앉으면 해운대의 불빛이 멀리 반짝이며, 밤공기 속에서 바다의 숨결이 느껴진다. 일부 좌석에서는 나무 사이로만 풍경이 비치지만, 그마저도 달맞이고개의 정취로 다가온다.

손님들은 이곳을 ‘분위기 좋은 식사 공간’이라 부른다. 맛의 진정성과 공간의 여유, 두 가지 모두를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에는 식탁 위의 초가 분위기를 완성하고, 평범한 날에는 일상의 쉼표가 되어준다.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다. 한 접시 한 접시마다 정성이 느껴지고, 그 온기가 하루의 속도를 부드럽게 늦춰준다.

디에이블의 매력은 단지 ‘뷰’에 있지 않다. 창 너머로 스치는 바람, 식기 부딪히는 소리, 크림소스의 향처럼 섬세하게 이어지는 감각의 흐름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맛있다”보다 “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달맞이길의 여유를 닮은 식탁, 그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진심이 사람들을 다시 이끌어온다.

- 가격 : 디에이블파스타 17,900원 / 목살스테이크샐러드 26,000원 / 디아볼라 피자 19,000원 / 상하이 리조또 17,900원 / 소고기 스테이크 36,900원

- 주소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29, 3층

- 영업시간 : 11:00~21:30 (라스트오더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