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니며 주점 운영하다가 400호점까지 만든 청년사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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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9,025 등록일등록일: 2021-12-09본문
코로나 기간 중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주점이다. 주점업 특성상 저녁 늦게 시작해 새벽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데 영업 시간 제약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주점들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주점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 상위에 랭크된 주점프랜차이즈 중에 하나는 크라운호프보리장인(이하 크라운호프)이다. 크라운호프는 지난해 135곳의 가맹점이 늘어나 현재 400개의 가맹점이 운영 중이다.
주점분야 장사 경력 15년차의 '크라운호프'의 청년사장 박상용 대표(39)는 학창시절 별종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산업공학과 재학 중이던 그는 대학때부터 사업을 시작해 캠퍼스에서 이름을 날렸다. 박 대표의 성공 소문을 들은 선후배들이 그에게 동업 제의를 하기도 했으며 사업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다보니 무려 9학기만에 졸업을 했다.
외국어대학교 재학 당시 인터넷 사업으로 출발, 이후 주점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캠퍼스에서 '주점의 신'으로 불리던 박상용 대표가 박병서 부사장, 서성웅 부대표와 함께 운영하는 크라운호프는 ㈜PSP F&D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이 회사는 ‘크라운호프’외에도 ‘경성주막1929’ ‘금복주류’ ‘와인싸롱뱅뱅’ ‘제주바다’ ‘마카오포차’ 등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주점과 결합된 업종이라는 게 특징이다.
박상용 대표의 꿈은 K-술집 문화를 글로벌화 하는 것이다. 박 대표가 말하는 주점 창업 성공 노하우는 무엇일까?
◆스무살에 인터넷쇼핑몰 운영, 사업의 기초를 닦다
박상용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살 때다. 대학생이던 그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다. 당시는 지마켓같은 쇼핑몰이 막 생기던 시점이었다. 쇼핑몰 운영을 통해 사업의 기본기를 배웠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오픈마켓들의 가격 경쟁과열로 내려가는 가격을 버티지 못했다.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그 뒤로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린다.
온라인 사업을 정리한 돈으로 ‘베네스트’라는 주점브랜드의 가맹점을 창업했다. 당시는 유흥문화가 발달할 때라 장사가 잘 돼서 매장을 점점 늘려갔다.
잠을 두 시간씩 자면서 장사를 하다보니 자연히 학교에 소홀해졌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29세에야 대학을 졸업한다. 이렇게 긴 시간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 박상용 대표의 성공에 관한 소문이 파다했다. 박상용 대표의 성공 소식을 들은 선후배들은 공동 투자와 운영을 제안했고 덕분에 동업 방식의 매장을 계속 확장하게 됐다. 그때 지금의 동업자 중 한 명인 서성웅 부대표를 만났다.
그러나 트렌드 흐름이 빠른 주점업의 특성상 브랜드의 수명이 다하면서 매장이 점점 쇠퇴하게 되고 업종변경을 고민하게 된다. 박상용 대표의 화려했던 20대 주점창업의 1막이 그렇게 마감된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게 있다. ‘주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사장이 매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주점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맹점을 선발하는 중요한 원칙이 됐다.
◆동업자들과 의기투합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다
PSP F&D가 2013년도에 만든 첫 브랜드는 ‘땡잡았다’라는 주점이다. 소주를 100원에 팔아서 화제가 됐다. 이 주점을 하면서 또다른 경영진인 박병서 부사장을 만났다. 박병서 부사장은 현장 감각이 탁월한 아이디어 뱅크였다.
땡잡았다의 성공으로 2015년 두 번째 론칭한 브랜드는 ‘경성주막1929’였다. 레트로한 느낌의 이자까야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주점이다.
2017년에는 ‘크라운호프’를 론칭했다. 크라운호프는 건어물에 맥주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크라운호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숙성된 살얼음맥주라는 점이다. 크라운호프 매장에는 냉각 공간이 있다. 생맥주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냉각기를 활용하면 순간적으로 온도를 낮춰서 맛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제일 맛있는 온도에서 냉장보관하면 억지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보다 더 신선하고 맥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크라운호프는 동네에 20평 규모로 작게 오픈한 브랜드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성장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랬던 브랜드가 현재 400개의 매장으로 확장됐다. 추억의 올드팝이라는 테마로 요즘 트렌드에 맞추지 않고 옛날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30, 40대를 겨냥해 케이준치킨샐러드, 스마일감자, 치킨과 피자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콘셉트 덕분에 파닭이나 불고기피자처럼 엣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메뉴를 신제품으로 낼 수 있는 브랜드가 크라운호프이다.
크라운호프 외에도 막걸리 브랜드인 ‘금복주류’와 ‘와인싸롱뱅뱅’ 등도 론칭해 운영중이다. 한 개 브랜드도 성공시키기 어려운데 박 대표는 다양한 주점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를 읽고 매장 운영에 반영
술집 경영의 달인인 박상용 대표가 제안하는 주점 창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트렌드를 꿰뚫고 반영하는 것’이다. 주점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20대부터 주점을 운영해온 박 대표는 주점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자칫 장사에 대한 고집이 생길 수 있지만 2명의 동업자들과 잘 조율하며 브랜드 운영에 트렌드를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주점은 트렌드에 따라 안주, 술, 인테리어, 고객층의 변화가 심하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트렌드 변화가 심해졌다. 지금까지는 전통 생맥주, 국산 생맥주가 강세였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주류소비가 증가하고 새로운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인테리어도 레트로에서 하이레트로로 넘어가고 있다. 하이레트로는 전세계의 옛날 복고를 집합시킨 것이다. 또한 지금은 휴양지 콘셉트의 브랜드가 유행 중이다. 여행을 못가니까 ‘제주바다’ ‘탐라포차’ 등 제주도나 기타 휴양지느낌의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점은 첫째도 서비스, 둘째도 서비스!
주점을 성공시킬 수 있는 두 번째 비결은 ‘서비스의 강화’이다. 주점은 다른 업종보다 서비스 의존도가 높다. 음식점은 맛으로 평가받지만 주점은 서비스로 평가 받는다. 술집은 ‘맛있으니 먹으러 가자’가 아니라 한 번 빈정이 상하면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잘하려면 장사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고객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늦은 시간까지 하는 사업이므로 관심과 애정은 필수다.
박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건 ‘인사’다. 박 대표는 “‘어서오세요’, ‘크라운호프입니다’, ‘네 실례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이 5가지만 잘하면 주점 경영에서 절반은 한다.”고 말한다. 음식을 ‘획’ 던지고 가면 안 되고 반드시 “실례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쉬운 것 같지만 직원들이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매장이 많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박 대표는 인센티브를 제안한다.
“인사를 잘하는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줘라. 인사를 제일 먼저 하는 직원에게 칭찬해주고 월급, 시급 더 주면 효과는 올라간다. 직원들의 인사 습관은 초반에 자리잡아야 한다. 그렇기 않으면 전체 홀 구성을 다시 잡아야 한다.”
◆간편한 안주NO, 안주에 정성이 들어가야 성공
세 번째 비결은 ‘홀과 주방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다.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필연적인 것이다. 사업자가 매장에서 직접 일을 하면서 손님에게 인사도 하고 설거지도 하면서 매장을 이끌어야 한다. 박상용 대표는 사장이 잔소리를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대신 올라운드로 뛰면서 홀과 주방을 관리해야 한다.
박상용 대표는 사운드를 포인트로 잡아서 관리를 하라고 조언하다. 손님이 들어올 때 한 사람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등 인사를 하면 거기에 맞춰서 운영을 하는 것이다. 사운드는 습관이다. 장사 초기에 습관을 들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전체 인력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 사장이 매장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네 번째 비결은 ‘정성이 들어간 안주’이다. 주점은 술만 먹으러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음식은 같이 먹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때문에 안주에 신경을 써야한다.
안주에도 트렌드와 방향성이 있다. 요새 유행하는 로제시리즈 등을 시즌에 맞춰서 개발하고, 그 밖에도 트렌드에 맞는 메뉴개발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점주들은 편하게 하려고 원팩제품을 사용하지만 손님들은 이것이 냉동인지 신선한 재료인지 다 안다. 냉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주점이 오래 가려면 간편하게 먹는 음식보다는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섯 번째는 ‘배달에 대한 대응’이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주점업 배달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배달’ 매출은 주점업의 작은 돌파구가 되고 있다. 거리두기 등이 완화돼 내점 고객이 많을 때는 배달을 중단하고 매장을 찾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하면 된다. 반면 거리두기가 강화돼 영업 시간이 줄어들때는 배달에 집중한다.
단, 술 주문에 대한 제한이 있다. 주류 매출은 제한되지만 먹을만한 안주를 갖춰서 배달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음식을 2만원 정도 시키면 술은 1만원 정도까지 가능하다. 배달 단가가 3만원 선이라 매출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1인가구가 많고 젊은 싱글이 많은 지역일수록 주점업 배달이 활성화된다. 인기 안주는 치킨과 피자, 건어물이다. 음식과 술을 세트로 잘 묶어야 한다.
여섯 번째 비결은 ‘클레임 관리’다. 넓은 의미에서 클레임 관리는 서비스에 포함되지만, 별도 관리를 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 크라운호프는 클레임북을 만들어서 매장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나가도록 지도한다.
박상용 대표는 매장에서 클레임을 모으고 한 달에 하나씩만이라도 고쳐나가도록 가맹점을 지도한다. 불만은 단골을 만들 절호의 기회이다. 불만을 해결해주면서 우리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비결은 ‘분위기 만들기’이다. 주점은 웅성웅성하는 활기가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잘 하는 직원이 있다가 빠지면 고객은 금방 눈치를 챈다. 손님들은 ‘이 집 맛이 변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맛이 변한 게 아니라 ‘분위기’가 변한 것이다.
술집이 무너지는 이유는 옆 가게에 고객을 뺏기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사장과 다섯 마디만 나누면 이 집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정을 느낀다. 그래서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 주점 창업의 여덟 번째 비결은 ‘슬세권의 작은 점포’이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았다고 하지만 아직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앞으로 주점업은 초대형과 슬세권의 소형 매장으로 극과 극의 시대가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이 안정적인 운영을 하려면 중심가에 비싼 임대료에 대규모로 운영해 인력을 많이 쓰는 것보다 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주지 주변에 작은 매장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친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으며 운영비 절감도 가능하다.
아홉 번째 ‘음식점과 다른 주점의 마케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가 중요한 주점의 특성상 마케팅을 하기 전에 품질, 서비스, 청결 등을 내부적인 운영 문제가 없어야 한다. SNS 마케팅을 통해 억지로 잠재 고객을 끌어모으면 순간적으로 매출은 오르겠지만 거기까지다.
한 번에 마케팅에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꾸준히 마케팅을 하면서 먼저 제대로된 운영 체계를 잡고 정착시켜야 한다.
열 번째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술맛’이다. 특히 생맥주의 경우 온도와 맛관리가 중요하다. 술의 온도, 잔의 청결도 등 미세한 요인에 의해서 목넘김의 느낌이 다르다.
◆코로나 시대에는 보수적인 경영 필요
크라운 맥주는 가맹점의 성공과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엔젤바이저팀’을 운영한다. 매출이 떨어지는 매장들은 집중 관리를 한다. 제일 먼저 클레임북을 만들고 개선방안을 수립해서 실천하게 한다.
박상용 대표는 날렵한 젊은 이미지와 달리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편이다. 무모하거나 큰 도전은 안 하고 신중한 편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보수적이 됐다. 주점이 코로나에 직접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중 일정 기간 동안 로열티를 면제해주고 가맹점의 음악, 직원 채용 등을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다. 주점은 가림막설치, 체온계 비치 등 일반음식점 보다 주의해야 할 게 더 많아서 가맹점의 방역 및 위생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배달의 민족 브랜드관에 입점해 2020년 배달마케팅의 수수료는 가맹본사가 다 부담했다.
◆신뢰와 파트너 관계가 중요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불만을 듣는 사업이다. 고객과 점주의 불만을 해소하는 사업이므로 정신적인 난이도가 높다. 그런 정신적 상황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있어서 꾸준히 할 수 있었다.”라며 “사장들은 외롭고 고민이 많다. 나는 그런 고민을 함께 할 사람이 있어서 굉장히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랜 동반자인 경영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조직원들도 동업자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더 커지면 브랜드장 제도 등을 통해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다. 직원들은 보고서만 써내면 먹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있다. 유류비 지원을 통해 부담이 없도록 하고 있다.
회사의 임직원들은 다 젊다. 조직원들이 불만을 감추지 않도록,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할 수 있도록 최종회의까지 다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해외로컬 제조사와 협업해보는 게 목표
크라운호프는 하이트진로와 함께 만든 브랜드이다. 박 대표는 창립이후 협력업체를 바꾼 적이 없다. 파트너와 끝까지 가려고 노력한다. 거기서 쌓인 신뢰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큰 힘이 된다.
박 대표의 목표는 국내 제조사의 브랜드를 가지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다. 제조사 브랜드로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또한 해외 로컬 제조사와 협업 하고 싶은 꿈도 있다.
20대에 도전한 주점이 인생의 전부이자 목표가 됐다. 박상용 대표는 술집창업의 매력으로 ‘노력한 댓가를 꼭 보답받는 업종’이라고 꼽았다. 노력한 만큼 매출로 보답받는 맛을 본 사람들은 주점 외에 다른 업종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음식점보다 객단가가 높고 수익성도 좋고, 영업 시간에 대한 매력도 있다.
헤외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주점 문화를 굉징히 인상적으로 받아들인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 된 지금, 박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바로 한국의 음식을 담은 K-주점의 문화를 글로벌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