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시작해 대박난 창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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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4,320 등록일등록일: 2023-04-03본문
지난해 1400억 원대에 매각돼 화제를 모았던 메가엠지씨커피의 첫 출발은 아르바이트였다. 창업자인 하형운 대표(메가엠지씨커피 전 대표)는 대형 외국어 학원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던 중 개인 사정으로 퇴근 후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런데 임시직으로 여겼던 아르바이트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형운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레스토랑 사장은 위탁운영을 제안한다. 사장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제안은 철회됐지만 덕분에 하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하게 된다. 하 대표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양식 메뉴와 수 백가지 음료를 개발했는데 그 경험은 나중에 커피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600여 개의 가맹점을 가진 커피베이의 백진성 대표도 아르바이트가 인연이 되어 프랜차이즈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PC방 프랜차이즈의 지사에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는데 사장 못지 않게 성실하고 열심히 일을 해 가맹점주들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
그러던 중 근무하던 근무하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오자 전세자금을 빼서 망해가던 브랜드를 헐값에 인수했다. 사업 인수 후 PC방 커피 매출이 높은 것을 눈여겨보다가 커피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커피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커피베이는 가맹점과의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젊은 시절 한 두 번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해외 여행 경비나 학자금 마련을 위해서, 또는 원하는 물건을 사는데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저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잠시 거쳐가는 임시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열정적인 청년들에게는 별 볼일 없는 아르바이트가 큰 사업을 키우는 성공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를 지렛대 삼아서 창업해 대박난 청년사장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호프집 알바경험으로 호떡안주 맥주집 만들어 대박난 청년
'호맥'은 호떡을 안주로 판매하는 호떡맥주집 프랜차이즈다. 호맥의 이주환 대표(30세)는 아르바이트를 인생의 기회로 삼고 움켜진 모범적인 사례다.
호프집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호프집 아르바이트는 어쩌면 필수 코스일 지도 모른다. 호프집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던 이 대표도 그랬다. 군 제대 후 부산에서 제일 큰 호프집에 취직을 했다. 테이블이 100개가 넘는, 규모가 큰 곳이니 배울 게 많아 보였다.
호프집 알바나 직원들은 주로 서빙이나 안주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직접 주변 대학을 찾아가는 영업 활동으로 통해 월 매출을 2천만 원이나 상승시켰다. 매사에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성실함과 열정을 눈여겨 본 사장은 입사한 지 얼마안된 알바생을 그 큰 호프집의 매니저로 승진시켰다.
호프집에서 배울 수 있는 손님 응대법, 원재료 관리, 손익 계산 등 주점의 메카니즘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지만 이 대표는 사장 마인드로 무장하고 밖으로 뛰는 영업까지 하면서 손님을 끌어모으는 법을 터득했다. 쉬는 날에는 장사잘되는 주점들을 순회하면서 비결을 기록하면서 사업 성공 노하우를 익혔다.
이 대표는 그렇게 호프집 아르바이트로 배운 지식과 노하우로 자신의 호프집을 창업했다. 단순한 안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제조 공장을 직접 만들어 맥주 안주에 적합한 호떡을 개발했다. 호맥은 호떡과 맥주라는 이색 결합으로 전국에 100여개의 매장을 확장했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알바 삼아 운영했던 심야식당에서 장사 배워 연매출 60억 원 올리는 사업가로 변신
부산에서 곱테랑, 사거리 식당 등의 브랜드로 식당 7개를 운영하는 손정호 사장(37세)도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장사에 뛰어들었다. 손 사장은 대학에 복학하기 전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리를 했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운영하는 백반집이 눈에 들어왔다. 밤에 영업을 안하는 시간대에 심야식당을 운영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로 무엇인가를 한다고 하면 정식으로 할 때보다 긴장감이나 책임감, 절실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손 사장은 아르바이트지만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임시 매장이지만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처럼 콘셉트를 잡고 호텔 직원처럼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유니폼도 맞췄다. 허름한 가게에 화려하게 색깔을 입히니 손님은 줄을 이었다. 테이블 6개로 밤에만 50~6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뒤 금융위기로 매장은 위기를 맞고 매출도 떨어졌지만 손 사장은 1년을 버텼다. 힘든 시기를 인내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일이 평생의 본업이 되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장사를 하며 매출이 좋을 때, 나쁜 때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현재 손 사장이 7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연간 6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 손 사장이 시간 떼우기용 아르바이트로 놀기삼아 대충 대충 일을 해했더라면 지금의 성공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대기업 퇴직 후 식당 주방에서 알바, 요리의 기본을 배운 사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장사의 꿈을 키우는 사례도 있지만, 반대로 장사의 꿈을 위해 전략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의외로 많다.
‘꾸이한끼’의 박상민 대표(44세)는 회사를 퇴직한 후 부족한 실무경험을 보완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활용한 사례다. 박 대표는 대학생 때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막연하게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가를 꿈꿨다. 그 후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대표적인 외식 대기업에도 근무하며 외식업과 프랜차이즈 사업에 필요한 실무 경험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박 대표가 하고 싶은 것은 내 가게, 내 브랜드, 내 사업이었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계기로 박 대표는 대기업을 퇴직하고 작은 프랜차이즈에 입사해 현장을 익히며 내 브랜드 론칭을 준비했다.
외식 사업가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어떤 메뉴가 시장에서 통할지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닐까. 박 대표는 그러기 위해서는 요리에 대한 기초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리학원에 다니며 기초를 닦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이모님들 옆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설거지부터 조리까지 힘들고 험한 일을 경험했다. 규모가 큰 대기업에 근무하다보니 주방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경험을 보완한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A부터 Z까지 배울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박 대표는 2018년 수제꼬치구이와 닭요리를 덮밥과 결합시킨 ‘꾸이한끼’ 매장을 연다. 사장이 실무를 꿰고 있고, 요리의 기본을 알고 있으니 다양한 메뉴 개발에 도움이 됐다. 이에 박 대표는 꾸이한끼 뿐만 아니라 제니로떡볶이, 파스타치요, 갈비고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지난해말 기준 꾸이한끼의 매장 수는 152개, 제니로떡볶이가 51개, 파스타치요가 31개의 매장이 운영 되고 있다.
◆시작은 족발집 알바생, 현재는 수십억 원대 매출 올리는 외식사업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축한 돈으로 창업해 수십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 된 사례도 있다. ‘고돼지’의 명노용 대표(36세)다.
명 대표는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족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성공에 대한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매장에서 12시간씩 일하며 1년 6개월간 1500만 원을 모았다.
명 대표가 모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명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족발집 사장이 장사 기술을 전수해준 것이다. 명 대표는 1500만 원과 전수받은 기술로 서울 신림동에 족발집을 창업했고 그기서 배운 조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메뉴를 개발해 삼겹도시락 브랜드 ‘고돼지’를 창업했다.
고돼지는 현재 전국에 7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쫄면과 삼겹살을 결합한 이색 메뉴가 인기를 얻으면서 배달삼겹및 삼겹도시락 브랜드로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수십 원대의 외식 사업가가 된 명 대표는 요즘 주방 자동화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한식 조리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장사초보자들도 쉽게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명 대표의 목표다.
◆알바 출신 사장들의 공통점은?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알바출신 사장’들에게는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주도적으로 일한 점’이다. 시간만 채우는 알바생이 아닌 직원을 넘어 사장처럼, 자기 일처럼 주도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둘째, ‘아르바이트에 올인한 점’이다. 한 가지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람을 따라갈 수는 없다. 아르바이트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일했기 때문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셋째, ‘자신의 시간 투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가며 일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나았다.
넷째, ‘절실함, 간절함’이다. 생계를 위해서든, 재미와 보람을 위해서든 이 일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는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다섯째, ‘성실함’이다. 성실함은 모든 일의 기본이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다. 성실함은 생각보다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여섯째, ‘실행력’이다. 아르바이트로 기회를 얻어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